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의 파장이 거세다. 윤 예비후보의 경제관 및 노동관을 향한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지난 19일 공개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하며 '작은 정부론'을 강하게 내세웠다. 1976년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프리드먼은 케인스 학파에 반기를 든 시카고 학파의 지주격 인물로, '통화주의'의 창시자이자 대표적인 '자유지상주의자'로 불린다. 하이에크와 함께 신자유주의를 경제학의 주류 사조로 안착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학자로도 꼽힌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정부의 역할론이 다시 강조되는 최신 트렌드에서는 자주 비판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 예비후보는 해당 인터뷰에서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언급하며 "이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2007년 대검 검찰연구관을 할 때까지 책을 항상 갖고 다녔다"라고 말하면서 "상부에서 이런저런 단속 지시가 내려오면, 프리드먼 책을 다시 읽어보고 '이런 건 단속하면 소비자의 선택할 자유를 침해한다'는 요약 보고서를 올리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드먼의 주장을 소위 공권력을 제어하는 데 많이 써먹었다"라며 "나쁜 규제는 없애야 한다"라는 주장을 폈다.

특히 논란이 된 건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라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주 120시간 노동'을 원하고 있으니,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실상 게임을 포함한 IT업계 등에 대표적인 노동악습으로 지적되는 '크런치 모드' 등을 옹호하는 발언이다. '크런치 모드'는 소프트웨어 출시 등을 앞두고 특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받는 것을 일컫는 말로, 포괄 임금제에 묶여 사실상 '공짜 야근'이자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1월 국내의 한 대형 게임회사의 개발 자회사에서 한 주에 89시간 근무하는 등 '크런치 모드'로 일한 20대 개발자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도 했다. 점차 업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관행이기도 하다.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고, 21대 국회에서도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관련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미 반박한 통계 인용하며 주 52시간제 비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윤 예비후보는 "현 정부는 주 52시간제로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지만 일자리 증가율이 (작년 중소기업 기준) 0.1%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라며 "실패한 정책"이라는 주장했다.

그가 인용한 통계는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19년 6월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한 300인 이상 기업 중 181개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주52시간 시행 이전인 2017년 6월부터의 1년간 증가율이 1.67%였는데, 시행 이후인 2018년 6월부터 1년 동안 1.78%가 늘어났으니 산술적으로 0.11%만이 증가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해당) 조사는 조사대상이 적고, 조사시기도 법 시행 직후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근거로 주 52시간제의 고용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고용의 증감은 단지 주 52시간제만이 아니라 급격한 고령화 추세 등 인구구조 변화, 경제 상황, 산업발전 등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느 한 해의 고용증가 또는 감소를 토대로 주 52시간제의 고용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이미 반박한 바 있다.

경영진 과도한 처벌 반대... 차별금지법도 "일자리 없어진다"라며 반대

그밖에도 윤 예비후보는 "규제를 할 때마다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해 계속 제동을 거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나"라며 "시장의 거래비용을 낮춰주는 규제나 안전 관련 규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시장이 알아서 하게 해야 한다"라고 '규제 철폐'를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고용 보호가 지나치다. 그러니 자꾸 해외로 나가려고만 한다"라며 "미국은 민권법상 위배 조치만 없다면 해고가 자유롭다"라고 했다. '노동 유연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또한 "경영진을 직접 사법처리하는 문제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개인을 형사처벌하기보다는 법인에 고액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법인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형사법이 개정돼야 한다"라고도 이야기했다. "미국 월가에선 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체제)를 강화한 덕분에 최고경영자(CEO)가 망신당하는 식의 수사가 아니어도 조용하고 내실 있는 통제가 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삼성 수사' 등을 지휘했던 그가 이제 와서 대기업 오너를 향한 '과도한 처벌'에 거리를 둔 셈이다.

기사에 직접 인용되지는 않았지만, <매일경제>가 공개한 57분가량의 인터뷰 영상에는 '임대차 3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윤 예비후보가 "예를 들어서 차별금지법을 세게 시행하는 바람에 회사 경영진이나 동료들이 선택의 자유가 대폭 제한이 된다고 그러면, 그러면 차별은 없어진다. 그런데 일자리도 없어진다"라며 "이건 예견된 것이고, 인간의 어떤 센티멘탈(감정)이나 시장의 생리를 너무 모른 것"이라고도 답하는 장면도 나온다. 소수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차별금지법' 도입 주장을, 경제성을 기준으로 놓고 비판한 셈이다.

우원식 "120시간? 주 5일 근무인데 하루 24시간 근무? 정신 있나"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는 우원식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 오너 리스크가 아니라 오너의 리스크를 줄여주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20일 페이스북에 올리며 강하게 비판했다. 우 의원은 "국정농단 때 보여주었던 재벌에게 단호했던 모습은 그저 매번 새 정부 시기에 반복되는 검찰의 힘자랑이었을 뿐"이라며 "이제 대권가도에 올랐으니 힘 자랑은 그만하고 재벌들 저승사자가 아니라 보디가드로 전업하겠다는 공개 선언이기도 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하나 같이 식상하거나 지독하게 재벌편향적 주장만 잔뜩 늘어놨다"라며 "만일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조합이 결성된다면 재벌 오너 형사 책임은 면해주고 민사소송은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그야말로 오너 리스크가 아니라 오너의 리스크를 줄여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지독한 반노동적 주장은 더 심각하다"라며 "해고가 유연한 지금의 미국은 우리나라와 더불어 양극화가 가장 심한 국가"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중산층과 보편적 국민의 번영을 누린 미국식을 놔두고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미국식을 선택할 이유가 재벌 말고 또 누가 있는가?"라며 "윤 전 총장은 도대체 지금의 국민의힘보다 단 1%라도 나은 점이 무엇인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일주일에 120시간 일하고 푹 쉬자고? 주 5일 근무제인데 그럼 하루에 24시간 근무? 정신이 있나?"라고도 날을 세웠다.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총장이 원하는 나라의 모습"은 "노동자가 주120시간 일하는 나라, 그러다 과로사가 발생하면 CEO가 아니라 법인에게 책임을 묻는 나라. 노동자에겐 죽도록 일할 자유를, 재벌 총수나 CEO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사람 잡는 대통령 되려는 것 같다... 전태일 시대에도 어불성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같은 날 오전 정의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분(윤석열 예비후보)이 칼잡이 솜씨로 부패 잡는 게 아니라, 이제는 사람 잡는 대통령이 되시려는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주 5일 동안 하루 24시간씩, 120시간 일하면 사람 죽는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라며 "하루 16시간씩 미싱을 돌려야 했던 전태일 열사의 시대에도, 120시간 노동을 정치인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제아무리 기업의 본질이 이윤추구라고 해도, 사람 목숨보다 앞설 수는 없다"라며 "국가의 역할은 기업의 탐욕으로부터 일하는 시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과로사회다.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장시간 노동을 하는 국가"라며 "멀리 갈 것도 없다. 지금도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의 과로사에 비통해하는 시민들의 탄식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주 40시간 근무제' 국가다. 이제는 마치 주 52시간이 기준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라며 "그런데 대한민국 보수 대통령 후보들은 일제히 주 52시간제 잡는 일에 총궐기하고 나서고 있다. 참으로 암담하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정말 선진국인가? 우리 국민들이 정말 선진국 국민 대우를 받고 있느냐?"라며 "대선 주자라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윤석열, #매일경제, #우원식, #심상정, #주52시간제
댓글15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