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장 체크하는 김학범 감독 도쿄올림픽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뉴질랜드와의 본선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1일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경기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올림픽] 경기장 체크하는 김학범 감독 도쿄올림픽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뉴질랜드와의 본선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1일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경기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오른 한국 남자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9년 만에 메달 사냥에 나선다.

올림픽 본선에서 축구 종목이 포함된 것은 2회 대회인 프랑스 파리 대회(1900년)부터였다. 시범종목을 거쳐 1908년 런던 대회부터 정식 종목에 편입되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축구 국가대항 FIFA 월드컵도 1930년에야 처음 개최되어 올림픽 축구 역사가 30년 가까이 앞선다. 1984년 LA 대회부터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되었고,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연령 제한(U-23)이 이루어졌으며 1996년 애틀란타대회에서는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3인) 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올림픽은 FIFA가 주관하는 A매치로는 인정받지 않으며 이 때문에 프로팀들도 올림픽 대회의 선수차출에 대한 의무가 없다.

올림픽 축구는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A매치 대회와는 역사적 판도에서 차이가 크다. 올림픽 축구에서 최다 금메달을 차지한 국가는 헝가리와 영국(각 3회)이다. 하지만 헝가리는 1972년 이후 본선조차 다시 밟지 못했고, 영국은 마지막 우승이 1912년으로 한 세기도 넘었다. 이탈리아는 올림픽 본선 최다승(32승) 국가지만 유일한 우승은 1936년 베를린 대회로 무려 85년 전이다.

현재 세계축구의 주류는 유럽이지만 올림픽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스페인 우승)를 마지막으로 최근 6번의 대회에서 30년 가까이 유럽팀은 더 이상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연령 제한 도입과 클럽축구의 성장으로 유럽축구가 올림픽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남미와 아프리카, 북중미 등이 전통적으로 올림픽에서 더 강세를 보였다. 1996년 나이지리아-2000년 카메룬이 아프리카 최초로 2연속 올림픽 정상에 올랐고, 2004년과 2008년에는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대회를 2연패했다. 2012년 대회에서는 멕시코가 북중미 국가로는 최초로 올림픽을 제패했으며, 지난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남미팀이자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이 올림픽에서 역대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파란만장했던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역사'

한국 축구와 올림픽의 인연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태극기를 앞세우고 하계올림픽에 참가한 첫 번째 대회이기도 하다. 월드컵에서는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의 본선 진출을 이뤄낸 것보다 6년이나 더 빨리 세계무대에서 태극기와 한국 축구의 존재를 알렸다. 당시만해도 별도의 올림픽 예선이 없던 덕분에 곧바로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월드컵(2002년)보다 반세기가 앞서 세계 규모의 메이저대회 국가대항전에서 첫 승을 신고하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이후 스웨덴에 0-12로 대패하며 세계 무대의 높은 벽 역시 절감했다

한국 축구가 다시 올림픽과 인연을 맺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림픽과의 두 번째 인연은 런던 대회부터 무려 16년 뒤인 1964년 도쿄 올림픽이었으나 당시에는 조별리그에서 3연패했다. 이후 1968년 멕시코 대회부터 1984년 LA 올림픽까지는 또다시 5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는 자국에서 열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무려 24년 만에 본선에 복귀할 수 있었다. 2년 앞서 멕시코월드컵에서 32년 만의 본선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두 메이저대회 본선 무대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 중이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본선 도전사는 월드컵 못지않게 파란만장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은 축구 강국이던 아르헨티나와 구소련, 미국과 한 조에 배속되었다. 한국은 소련과 미국에 연이어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석패해 2무 1패로 토너먼트(8강) 진출에 실패했다. 연령 제한이 도입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3무)에서는 모로코, 파라과이, 스웨덴을 상대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역대 최초의 조별리그 무패를 기록하고도 8강행이 좌절되는 진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1승 1무 1패)에서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외국인 사령탑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첫 경기에서 가나를 1-0으로 잡고 1948년 런던 대회 이후 48년 만의 감격적인 본선 첫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0-0으로 비기고 이탈리아와의 최종전(1-2)에서 동점골을 넣으며 토너먼트 진출을 눈앞에 뒀으나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뼈아픈 결승골을 허용하며 8강행이 좌절됐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2승 1패)에서는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두고도 8강 진출에 실패하는 안타까운 희생양이 됐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했지만 모로코(1-0)와 칠레(1-0)를 연이어 격파하며 올림픽 본선 사상 처음으로 2승을 수확했으나 스페인-칠레에 골득실에서 뒤져 조 3위로 밀렸다. 다만 이 대회에서 허정무 감독이 발굴해낸 박지성-이영표-이천수 같은 젊은 피들은 2년 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일궈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

탄탄한 조직력에 희망
 
 19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앤틀러스 클럽하우스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19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앤틀러스 클럽하우스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1승 2무)에서야 56년 만에 비로소 조별리그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끈 한국은 그리스에 2-2 무승부, 멕시코에 1-0으로 승리하며 1승 1무를 기록했다. 아프리카 말리와의 최종전에서 후반 중반까지 0-3으로 끌려가며 탈락의 위기에 몰렸던 한국은 이후 조재진의 연속골과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기적 같은 동점 드라마를 연출하며 말리에 이어 조 2위로 1948년 런던 대회 이후 최초이자 올림픽 역사상 첫 조별리그 통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김호곤호는 8강에서 파라과이의 벽을 넘지 못하여 2-3으로 분패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A팀과 올림픽팀을 겸임하던 핌 베어벡 전임감독의 중도사퇴로 본선 1년 전 박성화 감독이 중간에 지휘봉을 물려받으며 진통을 겪었다. 당시 한국 대표팀(1승 1무 1패)은 카메룬, 이탈리아, 온두라스와 한 조에 배속됐다. 한국은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고, 이탈리아에게는 힘 한번 못 써보고 0-3으로 완패했다. 최종전이었던 온두라스전에서 1-0으로 첫 승을 신고했지만 결국 조 3위에 그쳐 2회 연속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2년의 홍명보호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수립했다.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윤석영, 김보경 등 역대 최고의 멤버를 구축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0-0), 스위스(2-1), 가봉(0-0)을 상대로 1승 2무로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토너먼트에 올랐고 8강에서는 개최국인 영국 연합팀(1-1)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며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은 좌절되었지만 3-4위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2-0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피지(8-0), 독일(3-3), 멕시코(1-0)를 상대로 2승 1무를 거둬 사상 첫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온두라스에 0-1로 석패하며 2회 연속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한국 축구는 1996년 애틀란타 대회 이후 최근 6번의 대회에서 모두 승점 4점 이상을 꾸준히 획득하고 있으며 이 중 8강 이상이 3회, 동메달 1회를 기록했다. 아시아팀 중 최고의 성적이자 이제는 어엿한 올림픽 무대의 강호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이제 2012년 런던 대회의 홍명보호를 뛰어넘어 내친김에 역대 최고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2018년부터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온 김학범 감독은 그해 열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지난 2020년 1월 태국에서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대표팀은 원두재, 이동경, 이강인, 송민규, 송범근 등과 함께 25세 이상 와일드카드로는 황의조, 권창훈, 박지수 등이 합류하며 2012년 못지 않은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회 1년 연기, 와일드카드 선수 차출 등에서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수년간 다져온 탄탄한 조직력에 희망을 건다.

김학범호는 22일 뉴질랜드와 1차전을 시작으로 루마니아(25일), 온두라스(28일)와 차례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역대 올림픽 본선을 통틀어 최고의 조편성 대진운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높다. 지난 리우대회에서 44년 만의 올림픽 노메달에 그친 한국 구기종목의 자존심을 회복할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대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남자축구 종목이다.

다만 조별리그를 통과하더라도 스페인, 브라질같은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넘어야 한다. 또한 조별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개최국 일본과 8강에서 한일전을 일찍 치르게 될 수도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 한국이 속한 B조는 절대강자가 없는 만큼 오히려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첫 상대인 뉴질랜드는 한국이 무조건 1승을 가져가야하는 팀으로 꼽힌다. 한국 축구는 A대표팀(6승 1무)과 U-23대표팀(3승) 모두 뉴질랜드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올림픽을 앞두고 뉴질랜드가 강호인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할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와일드카드 선수들의 활약상과 세트피스에서의 결정력이 도쿄 올림픽을 좌우할 가장 유력한 변수로 꼽힌다. 김학범호는 과연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저 높은 곳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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