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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뜬금없이 '매미 요리' 광풍이 불고 있다. 워싱턴으로 대표되는 미동부의 이야기이다. 동남아 나라들에 매미 요리가 있는 건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인데, 미국에도 그런 문화가 있었나 싶다.

음식에 대한 문화적 다양성이야 전 세계 나라 수만큼 다양할 수 있겠지만 미국에 매미 요리가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일 따름이다. 필자가 연출한 매미에 대한 도심 생태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에도 담았던 아주 희귀한 매미의 출현과 관련이 있다. 바로 17년마다 엄청난 개체 수가 태어난다는 주기 매미가 그 주인공이다.

17년 매미의 출몰과 매미 요리 열풍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감독 박성호, 2010)에는 2004년 미국 북동부에 17년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특이한 매미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저런 불편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래서 필자는 17년이 지난 올해를 무지 기다렸다. 17년 주기매미의 대량 발생에 대해 구글과 유투브를 통해 조사하다 보니 뉴스의 양이 엄청났다. 뉴스의 양 뿐만 매미 요리가 붐이라는 이색적인 뉴스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CNN의 한 영상을 보니 뉴스 스튜디오에서 요리사를 초대해서 직접 매미 요리를 만들고 같이 시식을 하기도 한다. 매미를 튀겨서 준비를 해 놓고 김을 펼쳐 밥을 깐 다음 그 위에 매미 튀김을 수북이 올린 다음 말면 완성된다. 그 뿐만 아니라 옥수수가루로 만든 전병 토르띠야에 각종 속을 넣어 먹는 멕시코 전통요리인 타코에 매미를 튀겨서 넣는 요리도 보인다. 이 정도면 매미 요리 열풍이라 표현해도 될성 싶다.
  
매미 요리 열풍이 불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미국 CNN뉴스(SNN뉴스 캠쳐 화면)
▲ CNN뉴스 스튜디오에 등장한 "매미 김밥" 매미 요리 열풍이 불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미국 CNN뉴스(SNN뉴스 캠쳐 화면)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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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이든 대통령 영국 순방 동행 취재단 비행기가 17년 주기매미때문에 출발이 지연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미국 폭스 뉴스
▲ 조바이든 태통령 영국 순방길을 가로막은 Brood-X 조바이든 대통령 영국 순방 동행 취재단 비행기가 17년 주기매미때문에 출발이 지연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미국 폭스 뉴스
ⓒ FOX-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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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들어서 일찌감치부터 미국 동부 지역에 '브루드-10'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17년 주기매미가 발생하는 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었다. 심지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취재단을 태우기로 되어 있던 전세기 엔진에 매미 떼가 들어가 항공기를 교체한 해프닝도 있었다.

올해 발생하는 매미 개체 수가 학자들에 따라서 수천억 마리 혹은 수조 마리라는 주장이 있다. 대략 1헥타르당 150만 마리, 1평방미터당 370마리가 서식하는 셈이라니 놀라울 따룸이다. 울음 소리도 비행기 이착륙 소음 80데시빌 보다 높은 90데시빌에 육박한다니 '브루드-10'이 발생한 지역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대량으로 발생하는 매미 종류를 주기 매미(Periodical Cicada)라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정확히 'Brood of magicicada(속)'이다. 주기 매미는 굳이 17년 주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다만 브루드-9이니 브루드-10이니 브루드(Brood)라는 영어 단어에 숫자가 붙어 있는 것들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매미들이다. 그중에서도 '브루드-10의 개체 수가 가장 많다고 하니 이런저런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 보니 미국 보건 당국에서는 '브루드-10'이 유해하지는 않다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무던히 홍보를 하고 있다.

정말 올해에만 볼 수 있는 게 '17년 주기매미'일까?

현재 미국에는 17년 매미가 총 12종, 13년 매미가 3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발생 지역과 발생 시기이다. 발생 지역은 대부분 미국 동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종류마다 발생하는 구체적인 지역은 다르다.
 
미국 17년 주기매미와 13년 주기매미는 해마다 나타나는 종류에 따라 서식지가 다르게 나타난다
▲ 미국 주기 매미들의 서식지 현황 미국 17년 주기매미와 13년 주기매미는 해마다 나타나는 종류에 따라 서식지가 다르게 나타난다
ⓒ 미국 농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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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드-1,2,3,4,5,6,7,8,9,10,13,16'은 17년 주기매미들이고, '브루드-19,22,23'은 13년 주기매미이다. 미국 농부무 자료에 따르면 매년 한 종류의 주기매미가 조금씩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다.

2021년 올해 대규모로 발생하는 종은 '브루드-10'이라면 작년에는 '브루드-9'이, 재작년에는 '브루드-8'이 발생했었다. 내년 2022년과 2023년, 2년 동안은 한 종류의 주기매미도 아예 발생하지 않는 특이한 해가 될 거라고 예측되어 있다.
  
17년 주미매미와 13년 주기 매미는 가끔 같은 해에 발생하지만 서식지는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미국 17년 주기매미와 13년 주기매미 발생 연도  17년 주미매미와 13년 주기 매미는 가끔 같은 해에 발생하지만 서식지는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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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미국 동부 혹은 북동부에서는 17년 혹은 13년을 간격으로 발견되는 주기 매미를 거의 매년 혹은 일이년 걸러서 볼 수 있다. 더 신기한 것은 특정한 17년 매미와 13년 매미가 동시에 출몰하려면 221년이나 걸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생주기의 특성 때문에 13년 혹은 17년을 주기로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연구도 있다.

일본 시즈오카대학의 요시무라 진 교수는 1997년 주기매미의 발생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였다. 13과 17 같은 소수는 최소 공배수가 커서 다른 주기를 가지는 매미와의 교잡과 경쟁을 피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소수 주기로 발생하는 매미 종류들이 오래 생존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긴 시간을 주기로 발생하는 주기 매미임에도 8년이라는 주기를 가지는 피지의 '나나'라는 매미나 4년을 주기로 나타나는 인도 주기 매미 등이 발견되면서 이러한 소수의 특성을 통한 주기매미의 발생 주기에 대한 설명은 독특한 시도일 뿐 생물학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기매미는 우리 매미와 다를까?

미국 언론이나 웹사이트에 실린 17년 주기 매미들 사진을 보면 '브루드-9'이든 '브루드-10'이든 거의 생김새의 차이가 없다. 검은색의 몸통, 오렌지색 날개 시맥, 붉은 눈 등의 생김새랑 울음소가 다들 유사하다. 브루드-1부터 사진을 비교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브루드-숫자'로 구분되는 미국 주기매미들은 각각 다른 종류의 매미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숫자로 구분되는 브루드 매미들은 발생 주기 혹은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분명 동질적인 집단이다. 여기서 숫자가 다르다는 의미는 다른 해에 발견되거나 보고되었음을 의미할 뿐이다.

하지만 크기나 모양, 울음소리, 출현 시점 등 일반적인 매미 종류를 구분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17년 매미는 3가지, 13년 매미는 4가지 종(species)으로 나눌 수 있고, 한 해에 발견되는 하나의 '브루드-N' 매미에서 3가지 혹은 4가지 다른 종류의 매미가 발견된다.
  
17년과 13년 주기 매미는 발생하는 주기의 차이일 뿐이며 각각은 유사한 종(species)으로 구성된다
▲ 17년과 13년 주기매미 개별 종들의 관계 17년과 13년 주기 매미는 발생하는 주기의 차이일 뿐이며 각각은 유사한 종(species)으로 구성된다
ⓒ Spring Nature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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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7년 매미는 학명으로 Magicicada septendecim, Magicicada casini, Magicicada septendecula 3종류, 13년 매미는 Magicicada tredecim, Magicicada tredecassini, Magicicada tredecula, Magicicada neotredecim 4종류다. 17년 주기 매미 3종류는 전술한 바처럼 모두 붉은 눈, 검은 몸통, 오렌지 날개 시맥 등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크기와 모양, 색깔, 그리고 울음소리에서 차이가 난다.

septendecim은 몸통이 가장 큰 종류다. septendecula는 복부 아래쪽에 두꺼운 오렌지색 얼룩무늬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 casini의 울음소리는 날카로운 윙윙거림이 뒤에 '틱틱' 소리가 따라붙는다. 17년 매미 3종류의 특징은 13년 매미에서도 각각 발견된다. 다만 13년 매미는 아주 근래에 neotredecim이라는 한 종류가 더 보고되어 4종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쌍을 이루는 17년과 13년 주기매미는 발생주기만 다를 뿐 특징이 거의 같다. 한 쌍의 17년과 13년 주기매미는 원래 같은 종인데 환경에 유리하면 성충이 되는 시점을 4년 당기거나, 불리하면 4년을 늦추는 방식으로 2만년 동안 진화하면서 지금처럼 발생 주기가 다른 종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말매미(Cryptotympana atrata), 참매미(Oncotympana coreana Kato), 애매미(Meimuna opalifera) 같은 분류로 따지면 미국 주기매미도 땅 ㅅ속에서 유충으로 성장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뿐 대략 3~4종의 매미라고 보면 된다. 물론 3, 4종이라고 치더라도 엄청난 개체 수는 우리 매미와는 분명 다른 생태적 특성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참고로 우리 매미들도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정도 땅 속 유충기를 거쳐서 성충이 되지만 우리는 결국 매년 녀석들을 보게 된다. 미국 매미도 결국 우리가 흔히 보는 매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셈이다.

미국인의 삶과 주기매미

한해에 발생하는 개체 수나 성충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주기매미들은 전 세계 어떤 매미 종류와 비교하더라도 신기하다. 그런 만큼 미국인들의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매미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미국 동부지역 사람들에게 다른 존재일지도 모를 일이다.

브루드-10에 대해 다소 학술적으로 다룬 한 기사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북미의 초기 유럽 이주민들에게 주기매미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성경에 등장하는 메뚜기 떼를 연상하게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메뚜기 떼는 엄청난 양의 곡식을 먹어치워 이스라엘 민족을 핍박한 애굽 사람들에게는 재앙이었지만 그들이 만난 매미 떼는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주기매미는 무리를 짓지도 않으며 잘 날지도 않는다. 식물을 거의 먹지 않으므로 농작물에 피해도 주지 않는다. 암컷들이 나뭇가지 속에다 산란하기 위해 산란관을 찔러 넣지만 큰 관목의 성장을 저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도했을 것이다.'

이렇게 특이한 존재들은 수백년 같이 살아온 미국인들의 삶과 문화에 당연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 불고 있다는 17년 매미로 만든 '매미 요리' 열풍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네이브 블로그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와 동시에 게재됩니다.


태그:#매미, #주기매미, #BROOD-X, #미국, #매미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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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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