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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재형저축' '연금수급자' '조달청'... '실버타운'까지

언젠가부터 '사모펀드'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었다. 특히 특정인 사건과 관련되어 이 용어가 언론을 뜨겁게 달군 적도 있었다. 일반 사람들로서는 꽤나 생소한 용어였는데, 알고 보니 일본어 '私募ファンド'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재형저축'이란 말도 일본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연금주택'이나 '연금수급자' '기초연금' 등도 모두 일본어를 그대로 베껴 사용하는 말들이다. '자산운용사'니 '확정일자' '기저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인 '조달청'도 일본어 그대로이고, 형법 용어인 '사자명예훼손죄'도 일본 용어다.

'실버타운(silver town)'이란 용어는 일본에서도 일본어로 번역하지 않고 외래어 그대로 'シルバータウン'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 방식조차 베껴 영어 발음 그대로 '실버타운'이라 하였다.

그간 우리는 일본어를 너무 많이 베껴왔다

실로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계 관계자부터 언론계, 의료계, 학계를 비롯하여 각 부처 공무원들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합심하여 일본어를 그대로 베껴 사용해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일본어를 그대로 베껴야 할까? 일제 강점기, 우리 조상들은 강제로 우리 말과 글을 빼앗기면서 일본어 사용을 강요받았었다. 그런데 해방 후 오히려 누구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일본어를 베끼는 현상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왔다. 이제 그만 베끼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용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노력이란 것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더구나 지금 일본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선진국의 모습과 거리가 상당히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정치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쇠락해가는 모습을 그대로 목도할 수 있다. 이제 일본은 우리가 무조건 모방하고 베껴야 하는 그런 대상일 수 없다.

모쪼록 모든 분야에서 일본어 모방에서 벗어나 좋은 용어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노력들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그래야만 우리말과 글이 발전한다.

태그:#사모펀드, #일본어, #실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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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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