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9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드리블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스테판 무고사

2021년 5월 29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드리블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스테판 무고사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또 한 번 K리그 팬들을 놀라게 했다. 연패를 거듭하며 순위표 바닥에 있던 팀이 무더위를 뚫고 무섭게 상위권을 넘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시민 구단 창단 18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감격을 멀리 서귀포로 날아가 자축한 셈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늦게 팀에 합류한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몬테네그로)는 벌써 득점 랭킹 5위(10게임 7골)까지 뛰어오르며 "인천은 강하다" 세리머니를 두 번이나 펼쳤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7월 31일(토) 오후 8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골잡이 무고사의 2골 활약에 힘입어 4-1로 완승을 거두고 시즌 첫 3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그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순위를 5위(29점 8승 5무 8패 26득점 31실점)까지 끌어올렸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981일만에 3연승 감격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멕시코와의 8강 토너먼트 게임과 같은 시간에 열렸기 때문에 웬만한 K리그 팬들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게임이었지만 만년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최고의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있었다.

게임 시작 후 19분만에 제주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홍준호가 골키퍼 이창근에게 잘못 밀어준 백 패스를 스테판 무고사가 가로채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왼쪽 옆줄 바로 앞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공격수 김현의 공을 가로챈 것까지는 좋았지만 최근에 FC 서울에서 건너온 수비수 홍준호와 기존 동료들과의 호흡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그래도 홈 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28분에 정우재의 좋은 패스를 받은 날개 공격수 제르소가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왼발로 동점골을 넣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어진 후반전 초반 흐름까지도 제주 유나이티드가 주도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교체 선수들을 막지 못하는 바람에 좌석 간 거리두기를 충분히 하며 찾아온 761명 홈팬들 앞에서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62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교체 선수로 들어온 네게바가 오른쪽 측면에서 놀라운 드리블과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 실력을 뽐냈다. 이 공을 받은 인물은 부상을 털어내고 다시 인천 유나이티드 FC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는 김현이었다. 바로 뒤에 홈 팀 수비수 김오규가 바짝 따라붙었지만 바닥에 한 번 튀어오른 크로스 궤적을 정확히 읽고 미끄러지며 오른발 하프 발리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근래에 보기 드문 멋진 작품이었다.

그 이후에는 추가골을 내준 홈 팀 선수들의 조급한 마음을 틈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빠른 역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스테판 무고사가 얻은 프리킥(84분) 기회를 자신이 직접 차 넣은 것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스크럼을 쌓았지만 스테판 무고사의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슈퍼 서브 송시우가 서 있는 가짜 벽을 넘어 멋지게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후반전도 추가 시간으로 넘어갈 때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역습은 또 한 번 아름답게 빛났다. 네게바부터 시작한 역습 패스 구도는 '송시우 - 김준범 - 김보섭'을 거쳐 다시 송시우 앞으로 뻗어왔다.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던 현 인천 유나이티드 FC 조성환 감독이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훈련시킨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 전술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송시우는 지난 5월 15일 광주 FC와의 홈 게임에서도 90분에 정확한 왼발 슛으로 극장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것에 이어 이번에도 자신만의 '시우 타임'을 또 입증한 것이다. 

이 게임 유효 슛 기록 6개 중에서 4골을 성공시키며 66.6%의 놀라운 득점 적중률을 자랑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로써 시즌 첫 3연승을 거두고 5위까지 올라서서 상위 스플릿 목표를 가시권에 뒀다. 팀의 3연승 기록은 2018년 11월 24일에 열린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1-0 승) 이후 981일만에 이루어진 일이어서 그 기쁨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오는 8일 오후 8시 수원 FC(6위)를 안방으로 불러들이며, 제주 유나이티드(8위)는 그보다 하루 전 7일(토)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로 찾아가 수원 블루윙즈(3위)와 만난다.

2021 K리그 1 결과(7월 31일 오후 8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 유나이티드 1-4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제르소(28분,도움-정우재) / 스테판 무고사(19분), 김현(62분,도움-네게바), 스테판 무고사(84분), 송시우(90+1분,도움-김보섭)]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제르소(69분↔진성욱), 주민규, 이동률(46분↔김영욱)
MF : 정우재, 이창민, 김봉수(46분↔김오규), 박원재(57분↔안현범)
DF : 정운, 권한진, 홍준호(69분↔이동수)
GK : 이창근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현(62분↔송시우), 스테판 무고사(86분↔델브리지)
MF : 김보섭, 박창환(16분↔김도혁), 정혁(86분↔김준범), 구본철(16분↔네게바), 김준엽
DF : 오반석, 김광석, 강민수
GK : 김동헌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1게임 38점 10승 8무 3패 32득점 22실점 +10
2 전북 현대 18게임 33점 9승 6무 3패 34득점 19실점 +15
3 수원 블루윙즈 21게임 33점 9승 6무 6패 31득점 22실점 +9
4 대구 FC 19게임 33점 9승 6무 4패 24득점 20실점 +4
5 인천 유나이티드 FC 21게임 29점 8승 5무 8패 26득점 31실점 -5
6 수원 FC 21게임 27점 7승 6무 8패 31득점 35실점 -4
7 포항 스틸러스 19게임 27점 7승 6무 6패 20득점 21실점 -1
8 제주 유나이티드 21게임 23점 4승 11무 6패 24득점 27실점 -3
9 강원 FC 21게임 21점 4승 9무 8패 20득점 27실점 -7
10 FC 서울 20게임 21점 5승 6무 9패 18득점 23실점 -5
11 광주 FC 20게임 18점 5승 3무 12패 20득점 26실점 -6
12 성남 FC 18게임 18점 4승 6무 8패 18득점 25실점 -7

2021 K리그 1 득점 랭킹
1 라스 벨트비크(수원 FC) 13골(20게임 / 게임 당 0.65)
2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11골(18게임 / 게임 당 0.61)
3 일류첸코(전북 현대) 9골(18게임 / 게임 당 0.5)
4 뮬리치(성남 FC) 8골(16게임 / 게임 당 0.5)
5 스테판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7골(10게임 / 게임 당 0.7)
6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전북 현대) 7골(16게임 / 게임 당 0.44)
7 한교원(전북 현대) 6골(11게임 / 게임 당 0.55)
8 김건희(수원 블루윙즈) 6골(16게임 / 게임 당 0.38)
9 이동준(울산 현대) 6골(17게임 / 게임 당 0.35)
10 임상협(포항 스틸러스) 6골(18게임 / 게임 당 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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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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