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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성년의 날을 기념하여 사주신 페어리스타 꽃 입니다
▲ 성년의 날 꽃 사진 부모님께서 성년의 날을 기념하여 사주신 페어리스타 꽃 입니다
ⓒ 박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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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다며 기대했던 2021년! 어느새 일 년의 전화점을 지나 8월이 되었다. 가족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20살 성인이 된다며 축하해주셨고, 미성년자였던 내 친구들도 성인이 될 그 날들을 기다리며 즐거운 날들을 보냈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한들이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바쁘게 보냈다. 

20살이 되고 3월 초 어느 날, 문득 한가지 고민이 파고들었다. 

'진정한 성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이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내가 돈을 벌고 자립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 그게 진정한 성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독립이란 말 자체도 두려웠다. 먼저 부모님과 떨어지는 것이 무섭고 싫었다. 

고등학교 3년만 지나면, 대학교에만 가면 세상 무슨 일이든 내 뜻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사라졌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생이 되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작년에 사촌 언니가 겪었던 비대면 수업이 올해도 지속될거라고 예상해서 크게 당황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학교의 규정에 따라 온라인 공부를 하면서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알바)를 찾았다. 대학생이 되었는데, 최소한 내 용돈 만큼은 직접 벌고 싶었다.

부모님은 용돈벌이 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책도 읽고, 영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라고 권하셨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 공부하느라 매일 스트레스만 받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여유가 없었으니, 코로나 시대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셨다. 어느 세상에서나 사람은 적응하며 사는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부모님의 말은 듣지 않고 무작정 의욕만 앞선 채 알바 구직 결심을 했다. 코로나 불경기로 인해 알바를 구하는 곳이 많이 없었다. 또 자동시스템 기계를 많이 도입했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러나 운 좋게도 집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홀서빙 알바를 구했고 혼자서 면접도 보고 일을 시작했다. 내 20살의 첫 사회 경험이 시작되었다.

학교 수업 후에 알바를 하는 탓에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 처음에는 알바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기도 하고 너무 신이 났었다. 나의 본업은 학생인데 돈을 번다는 생각에 학업은 잠시 뒤로 제쳐두고 즐겁게 알바를 했다. 어릴 때부터 여러 친구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하던 성격이어서 식당에서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일지라도 대학의 교과 과정에 따라 공부하는 일과 알바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른들이 말하는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운 줄 아냐'라는 말이 맞는 말이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20살. 욕심만 앞서있었을 뿐 책임 있는 삶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성인의 날(5월 셋째 주 월요일)은 다가오는데 성인이 될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다. 

무작정 20살이면 성인이 되는 줄 알았던 나 자신에게 싫어졌다. '나이는 시간이 지나면 드는 것일 뿐, 내가 원해서 드는 것도 아닌데 왜 벌써 성인이 된 걸까'라며 이상한 불만도 생겼다. 나는 그저 온실 속의 화초였던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과 학원 비용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을 했던 내가 떠올랐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고 책임있는 삶을 살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다시 한번 나의 20살 일상을 성실하게, 단계적으로 생활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달까지 6개월간의 알바가 끝났다. 눈 뜨면 학교 수업, 그리고 알바의 출퇴근을 하던 나의 모습은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듯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첫 사회생활의 목표인 '경험쌓기'를 해냈다는 뿌듯함과 여러 경험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스스로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 돈을 번다는 것, 사람을 상대하는 것, 학업과 일의 시간분배를 하는 것 등, 독립된 삶을 구성하는 갖가지 요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진정한 성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이지?' 라고 고민했던 때가 떠오른다. 20살이란 숫자가 보여준 '그냥 성인'이 되고 싶어 도전했던 나의 학업과 일.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둘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난 순간들이 모여져 현재의 의미있는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20살 나이가 저절로 완벽한 성인으로 만들어 주는 줄 알았던 지난 때가 부끄러워진다. 이런 성인이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어른은 내 삶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도전하고 경험해서 진정 의미 있는 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나를 사랑하고, 남을 더 사랑하는 더 큰 어른도 꿈꾼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이모에게 얘기했더니 특별한 조언을 해주셨다.

"너는 사람을 좋아하고, 말하기도 좋아하잖니. 너의 이런 고민을 말로만 하면 사라져 버리니까 글로 남겨두면 어때? 언젠가 너를 되돌아볼 일이 있을 때마다, 너의 글을 보면 큰 도움이 될 거야. 이모가 가끔 쓰는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코너에 네 얘기를 써봐. 네 또래의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야. 아마 네 글에 공감해줄걸?"

이 글은 나의 첫 번째 공개적인 글이다. 내가 성인이란 명찰을 달고 쓴 의미 있는 고백이다. 앞으로 나의 대학 생활과 사회 생활에 대한 글들을 쓰고 싶다. 또 코로나 시대에 내가 선택한 간호학이란 공부가 어떻게 사회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애기도 쓰고 싶다.

태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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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간호학과 1학년으로 재학중인 대학생입니다. 글을 써보기위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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