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를 잡고 극적으로 4강으로 향한 대한민국 여자 배구가 올림픽 결승 진출을 목전에 두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6일 밤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 브라질전에서 세트스코어 0-3(16-25, 16-25, 16-25)으로 완패하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대표팀에게 패배를 안겼던 세르비아와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브라질은 세계랭킹 2위 팀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강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앞서 예선에서 브라질과 맞대결을 펼쳤을 당시에는 0-3으로 패배했을 정도로 이미 대표팀은 브라질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했다.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의 김연경이 3세트 실점하자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의 김연경이 3세트 실점하자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탄다라의 이탈에도 견고했던 '세계랭킹 2위' 브라질의 벽

경기 당일이었던 6일 오전, 브라질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가비와 함께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탄다라 카이세타가 도핑 테스트에 적발되면서 귀국 조치됐고, 대한민국과의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력 차이가 나긴 하더라도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첫 맞대결과 결과가 다르지 않았다. 한 명이 빠졌다고 해서 무너질 팀이 아니었다. 브라질은 페르난다 가라이를 중심으로 1세트 초반부터 점수 차를 벌렸고, 기존의 선수들이 탄다라의 공백을 함께 메우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여기에 이전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면서 선수들이 다소 민감해졌다. 특히 1세트 후반에는 비디오 판독 요청 상황을 놓고 라바리니 감독까지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등 다소 찜찜한 상태에서 1세트를 16-25로 마무리했다.

2세트 초반, 대한민국은 김희진의 서브 득점에 힘입어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중앙 속공을 적절하게 활약한 브라질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10-10에서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대표팀의 추격 의지가 꺾였다.

교체 투입된 이소영 카드도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힘든 경기를 치러왔던 김연경도 조금은 지친 모습이었다. 1세트에 이어 브라질이 20점 고지를 먼저 밟았고, 대표팀은 실수까지 연발하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김연경과 대표팀의 마지막 여정, 이제 한 경기 남았다

3세트가 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대회 처음으로 포지션 폴트까지 범한 대표팀은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경기 내내 펄펄 날아다닌 페르난다 가라이는 왼쪽과 오른쪽, 중앙을 가리지 않고 상대 코트에 공을 내리꽂았고, 그 사이 두 팀의 격차는 12-6까지 벌어졌다.

공격 시도가 막히자 김연경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고, 끝까지 추격에 나선 대표팀은 결국 큰 점수 차로 3세트마저 내주면서 결승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블로킹, 서브, 공격 등 모든 부문에 있어서 브라질이 대한민국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경기 패배로 결승 진출은 좌절됐으나 대표팀의 여정도,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현재진행형이다. 준결승 첫 경기에서 미국에 세트스코어 0-3으로 패배한 '세계랭킹 6위' 세르비아와 동메달을 놓고 8일 오전 9시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맞대결을 치른다.

앞서 대표팀이 한 차례 만났던 상대로,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르비아에 완패한 바가 있다.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기는 했으나 이미 8강 진출이 결정된 상황에서 임한 경기였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체력 안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여기에 세르비아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터키를 무너뜨린 기억이 있기에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결과를 떠나서 김연경과 대표팀이 함께할 수 있는 경기는 이제 한 경기뿐이라는 점에서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조심스럽게 45년 만의 메달 획득을 바라보는 지금, 후회 없이 결말을 맞이하고 싶은 라바리니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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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배구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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