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승부였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진출하고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동메달을 노렸던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8일 오전 9시에 펼쳐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게 0-3 (18-25, 15-25, 15-25)으로 패하면서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미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브라질, 세르비아였고 당시에는 베스트 전력을 풀가동하지 않았던만큼 브라질과의 4강전,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전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기대했으나 상대는 대한민국 전력을 철저히 분석하고 경기에 임하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끝까지 승부를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지만 상대의 벽이 너무 높았다. 결국 매 세트에서 20점조차 넘기기 못할 만큼 틈을 주지 않는 상대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범실을 남발하며 자멸했던 세르비아는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에이스 보스코비치(24세, 193cm)의 기세는 놀라울 정도였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33점을 기록했고 서브 에이스를 무려 6개나 기록했다.

세르비아도 사실상 보스코비치의 원맨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아예 작정하고 보스코비치를 밀어주는 몰빵배구를 선택했다. 매 세트 블로킹으로 차단했으면 기세를 꺽을 수 있었으나 보스코비치의 높이는 확연히 달랐다.

터키와의 풀세트 접전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반적인 체력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접전 상황에서 상대의 볼에 대한 집중력이 워낙 높아서 상대를 뒤흔드는 연타 공격이 제대로 적중하지 못했다.

1시간 14분만에 아쉽게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전 VNL에서 보여줬던 우려와 달리 대한민국 대표팀은 기적과도 같은 4강 신화를 이루었다. 2016 리우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중국, VNL 3위에 오르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노린 홈팀 일본도 해내지 못한 성적이었다.

다만 가장 큰 아쉬움은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함께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연경이 있었기에 불가능해 보였던 4강이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진정한 원팀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마무리 되었지만 이제 대한민국 여자배구는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계약기간이 마무리되는 라바리니 감독은 단순한 오픈 공격에 의존하던 대한민국 여자배구에 스피드와 공격 옵션 다양화, 강한 서브를 활용한 상대 공략 등에 있어서 수준을 한 차원 높여주는 큰 공헌을 했다.

라바리니가 남긴 자산들이 앞으로 V리그 나아가 대한민국 여자배구 전체에 확산되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2주 동안 아름다운 레이스를 펼친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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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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