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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태어나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고 결혼도 인천에서 했다. 당연히 인천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작 인천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학창시절 자주 갔던 애관극장이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 정확히 말하자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이라는 사실을 불과 5년 전에 알 정도였다. 몇몇 분들에게 이를 여쭤보니 알고 계신 분들이 적었고 애관극장과 함께 자주 갔던 현대극장, 미림극장, 오성극장, 인천극장, 자유극장 등등 사라진 옛 극장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본 칼럼을 통해 사라진 인천의 옛 극장들이 인천시민 개인에게는 추억이었으며, 인천에는 평생 친구였고 우리나라에는 역사였다는 것을 조명하고자 한다.[기자말]
대한극장은 1963년 부평동 229번지에 개관했다. 사진은 1972년 대한극장.
 대한극장은 1963년 부평동 229번지에 개관했다. 사진은 1972년 대한극장.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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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극장은 김운봉이 1963년 11월 6일 부평동 229에 개관했다. 부평역 바로 옆에 있으며 현존하는 극장이다. 극장주가 계속 바뀌었던 다른 극장과는 달리 대한극장은 설립 이후 계속해서 김운봉 사장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 위 사진을 자세히 보면 '대한극장 드디어 개봉관으로!' 현수막이 보인다. 1963년 설립 당시는 재개봉관이었다.

사진 맨오른쪽 간판을 보면 '후렌치코넥션'이 보인다. 지금은 <프렌치 커넥션>으로 불리는데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과 진 핵크만 주연의 명작이다. 4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등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인천 북구청 도레미합창단이 대한극장에서 불우이웃돕기 음악의 밤을 개최했다. 이날 수익금으로 북구 관내 양로원 및 16개 고아원에 위문품을 전달했다.​​

1995년 '내 마음의 지도'를 인천에서 미림극장과 대한극장에서 상영했는데 대한극장에 '축 개관'이라고 쓰여 있다. 이때 대한빌딩이 완공되면서 그 빌딩 3층과 4층에 1, 2관이 들어섰다.
 
부평 대한극장의 1970년대 모습
 부평 대한극장의 1970년대 모습
ⓒ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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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극장은 1995년에 건물을 허물었고 그 자리에 대한빌딩을 신축했다.
 대한극장은 1995년에 건물을 허물었고 그 자리에 대한빌딩을 신축했다.
ⓒ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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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극장의 라이벌인 부평극장이 애관극장과 협력 관계였고 대한극장은 파트너로 인형극장을 선택했다. 1990년대에 대한극장은 인형극장과 같은 영화를 많이 상영했다.

그리고 1996년 금성극장, 2003년경 부평극장이 사라졌지만 대한극장은 현존하고 있다. 그러나 부평역 주위에 CGV와 롯데시네마가 생기면서 대한극장 또한 타격을 크게 입었다. 그 후 대한극장이 선택한 생존전략은 일반상업영화와 함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이었다.

2004년 2월 인천지역 각계 인사 40여 명으로 구성된 '우리 영화를 사랑하는 인천사람들'이 대한극장을 빌려 영화 <선택>을 상영했다. 이 영화는 간첩혐의로 수감된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을 그린 홍기선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2005년에 제1회 인천여성영화제를 개최했다. 인천여성회가 주최하고 인천시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2007년에는 북녘영화제가 열렸다.

2014년에는 불미스러운 '가짜 개봉'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관람객이 대한극장에서 이글레시아 감독의 <마녀사냥꾼>이 개봉된다는 것을 보고 서울에서 일부러 대한극장까지 찾아갔는데 정작 대한극장에서는 그 영화를 개봉하지 않았다. 실제 상영을 하지 않으면서 극장에서 개봉한 것처럼 꾸미는 '가짜 개봉'이었다.

당시 IPTV의 VOD 서비스와 포털사이트 등의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일반 개봉작과 같은 가격을 받으려고 작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편법 상영하는 수법이 많았는데, 그때 <마녀사냥꾼>은 하루도 상영을 안 하면서 개봉한 것처럼 꾸몄다. 이런 극장을 '유령영화관'이라 불렀다.

영화 수입·배급사가 극장을 대관한 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극장 상영작'으로 인정을 받고, 극장은 대관료만 받고 영화를 틀지 않았다. 영화배급사는 이 정도 돈을 투자해서 '극장동시개봉'으로 인정받으면 IPTV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극장 측도 수익이 안 나는 오전 시간대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으니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벌어진 일이었다.
 
대한극장은 현존하는 극장이다. 사진은 대한극장 로비.
 대한극장은 현존하는 극장이다. 사진은 대한극장 로비.
ⓒ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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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극장 입구
 현재 대한극장 입구
ⓒ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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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대한극장은 아이스하키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상영과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 후보의 토크 콘서트, 6.15 남북공동선언 19주년 기념 영화상영 등 계속해서 독립예술영화 상영과 대관행사를 하고 있다.

인천의 극장들 중에서 대한극장과 비슷한 성격의 영화관은 미림극장과 영화공간 주안을 들 수 있다. 동인천에 미림극장, 주안에 영화공간 주안, 부평에 대한극장이 각 지역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대표 극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대한극장은 사기업이며 일반상업영화관이다. 미림극장은 실버극장으로 출발한 사회적기업으로 일반상업영화 DCP파일을 틀 수 있는 디지털 영사기가 없다. 영화공간 주안은 사업주체가 사기업이 아닌 미추홀구청이다.

또한 대한극장은 애관극장과 비슷하게 대를 이어 현존하고 있다는 것과 대기업 멀티플렉스 위세에 눌려 어려운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극장이 부평을 대표하는 극장으로 계속해서 존재하길 기원한다.
 
글·사진 윤기형 영화감독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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