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출신의 K리그 최장신(203cm) 골잡이 뮬리치(성남 FC)가 78일 만에 간절한 승리를 원했던 수원 블루윙즈의 발목을 잡았다. 극장 결승골도 놀라웠지만 뮬리치가 날린 6개의 슛 기록 중 무려 5개(83.3%)가 유효 슛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기록이다. 상대 팀의 간판 골잡이가 날린 개인 슛 기록과 수원 블루윙즈의 팀 슛 기록이 같았다는 것만으로도 두 팀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게임이었다.

김남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남 FC가 14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린 2021 K리그 1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89분에 터진 뮬리치의 극장 결승골 덕분에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하위권 탈출 가능성을 높였다.

뮬리치의 다섯 번째 유효슛, 극장 결승골
 
 결승골 넣은 뮬리치

결승골 넣은 뮬리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팀 수원 블루윙즈는 전반기 마지막 게임이었던 5월 29일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 3-0 승리 이후 78일 동안 이긴 기억이 없다. 올 시즌 '매탄소년단'이라는 최고의 히트 상품을 내놓고도 최근 1무 3패(2득점 7실점)로 부진의 늪에 빠져 푸른 날개를 펼치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중에 열린 FA(축구협회)컵 8강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8월 11일) 0-2 패배 기록까지 묶으면 수원 블루윙즈의 이번 여름은 먹구름만 끼어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성남 FC와의 이번 홈 게임은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 기회였다.

수원 블루윙즈는 돌아온 빵훈이 권창훈과 지칠 줄 모르는 매탄소년단의 오른쪽 날개 김태환의 활동력 덕분에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21분에 성남 FC에게 프리킥을 내주면서부터 흐름이 넘어가고 말았다. 성남 FC가 자랑하는 키다리 골잡이 뮬리치가 오른발 직접 프리킥을 날카로운 유효슛으로 시작했고 곧바로 리바운드 슛까지 이종성이 시도하면서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왔다. 수원 블루윙즈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양형모 골키퍼가 침착하게 대응했기에 골을 내주지 않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25분에 성남 FC의 선취골이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박수일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성남 FC 센터백 리차드가 솟구쳐 이마로 꽂아넣은 것이다. 수원 블루윙즈에는 캐나다 국가대표 팀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수비수 헨리가 있었지만 가장 키가 큰 뮬리치를 집중 마크해야 했기에 리차드를 놓친 것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원 블루윙즈는 56분에 김태환의 오른쪽 롱 스로인을 활용하여 동점골을 뽑아냈다. 첫 골 주인공 리차드를 등진 니콜라오가 이 스로인을 침착하게 잡아놓고 돌아서며 차 넣은 것이다. 하지만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성남 FC 뮬리치를 수비하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뮬리치의 유효슛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60분에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두 번째 유효슛을 이어가더니 77분에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오른발 중거리슛을 골문 안으로 날렸다. 85분에는 발리슛 정확도까지 자랑했다. 뮬리치의 유효슛 기록 말고도 정석화의 왼발 발리슛(72분)과 이규성의 오른발 감아차기(87분)도 아찔한 유효슛 기록으로 추가됐다. 이 때마다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양형모의 슈퍼 세이브가 이어졌기에 점수판은 1-1 그대로였을 뿐이다.

결국 89분에 뮬리치의 오른발 끝에서 극장 결승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이스칸데로프가 기습적으로 보내준 스루 패스를 받은 뮬리치는 자신의 다섯 번째 유효슛을 끝내 진짜 골로 성공시킨 것이다. 바로 앞에 수원 블루윙즈의 노련한 수비수 민상기가 있었지만 뮬리치의 볼 트래핑 후 터닝 동작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중심을 낮추며 날린 그의 오른발 슛은 양형모 골키퍼도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88분 46초, 입을 다물 수 없는 극장 골 바로 그것이었다. 뮬리치는 이 골 덕분에 득점 랭킹 4위(10골)까지 올라가서 근래에 보기 드문 득점왕 경쟁에 흥미롭게 끼어들었다.

이로써 성남 FC는 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 1-0 승리에 이어 뮬리치의 2게임 연속 결승골 효과를 보면서 중위권도 넘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5월 29일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 3-0 승리 이후 FA컵 포함 1무 5패(3득점 11실점)의 깊은 늪에 빠진 수원 블루윙즈는 아직 순위표상 3위라고 하지만 광복절 저녁에 요즘 잘 나가는 수원 FC가 포항 스틸러스까지 이긴다면 그 자리를 연고지 라이벌 팀에게 내주고 밀려내려가는 수모를 겪는다.

이제 성남 FC는 18일 오후 7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만나기 위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찾아가고, 수원 블루윙즈는 22일 오후 7시 30분 선두 울산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을 뛰러 울산 문수경기장으로 찾아간다.

2021 K리그 1 결과(8월 14일, 왼쪽이 홈 팀)

수원 블루윙즈 1-2 성남 FC [득점 : 니콜라오(56분,도움-김태환) / 리차드(25분,도움-박수일), 뮬리치(89분,도움-이스칸데로프)]
- 수원 빅 버드(무관중)

강원 FC 2-0 대구 FC [득점 : 임창우(68분), 조재완(81분)]
- 강릉 종합(관중 1152명)

제주 유나이티드 2-2 울산 현대 [득점 : 주민규(26분,도움-진성욱), 주민규(54분,도움-이창민) / 힌터제어(22분), 오세훈(72분,도움-김기희)]
- 제주 월드컵(관중 1382명)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4게임 45점 12승 9무 3패 38득점 26실점 +12
2 전북 현대 21게임 39점 11승 6무 4패 39득점 21실점 +18
3 수원 블루윙즈 24게임 34점 9승 7무 8패 32득점 27실점 +5
4 대구 FC 23게임 34점 9승 7무 7패 27득점 27실점 0
5 수원 FC 23게임 31점 8승 7무 8패 32득점 35실점 -3
6 포항 스틸러스 22게임 31점 8승 7무 7패 22득점 23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22게임 30점 8승 6무 8패 26득점 31실점 -5
8 강원 FC 24게임 27점 6승 9무 9패 26득점 29실점 -3
9 제주 유나이티드 23게임 25점 4승 13무 6패 26득점 29실점 -3
10 성남 FC 22게임 25점 6승 7무 9패 21득점 27실점 -6
11 FC 서울 21게임 24점 6승 6무 9패 19득점 23실점 -4
12 광주 FC 23게임 19점 5승 4무 14패 20득점 30실점 -10

2021 K리그 1 득점 랭킹 상위 10
1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13골 [20게임, 게임 당 0.65골]
2 라스(수원 FC) 13골 [22게임, 게임 당 0.59골]
3 일류첸코(전북 현대) 11골 [21게임, 게임 당 0.52골]
4 뮬리치(성남 FC) 10골 [20게임, 게임 당 0.5골]
5 이동준(울산 현대) 8골 [20게임, 게임 당 0.4골]
6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7골 [11게임, 게임 당 0.64골]
7 송민규(전북 현대) 7골 [18게임, 게임 당 0.39골]
8 한교원(전북 현대) 6골 [14게임, 게임 당 0.43골]
9 김건희(수원 블루윙즈) 6골 [16게임, 게임 당 0.38골]
10 구스타보(전북 현대) 6골 [17게임, 게임 당 0.35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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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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