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5 20:14최종 업데이트 21.08.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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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님. 윤 전 총장님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한 발언을 신문 기사를 통해 읽었습니다.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섰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백신 접종률이 최하위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인데 이 정부는 정부가 존재할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

  

백신접종 OECD 최하위 발언을 보도하는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보도 화면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상당히 비판적이군요. 예. 그럴 수 있습니다. 연일 2천 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는데 백신 접종 진행은 더디고, 강화된 거리두기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크니까요.

그런데 OECD 회원국 중 최저의 백신접종률을 근거로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존재할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님의 발언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며칠 전 제가 백신접종이 방역의 전부가 아니며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한국은 잘하고 있는 편이란 기사를 썼는데 아직 안 읽어 보신 듯하네요. (K방역, 과연 길을 잃었나? 이 자료를 보십시오 http://omn.kr/1utfq)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기사에서는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비교대상으로 했는데 윤 전 총장님이 OECD를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한국의 방역 상황이 OECD 국가 중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수준
  

백신접종률은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7위입니다. 데이터 : Our World in Data ⓒ 이봉렬

 
8월 13일 기준으로 한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17.42%로 OECD 국가 38개국 중 37위니까 윤 전 총장님의 표현대로 "최하위"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74%가 넘는 아이슬란드의 경우는 40만 명이 채 안 되는 인구를 감안해서 그냥 넘어 가더라도 캐나다, 영국, 독일, 미국, 칠레 등 접종률 50%가 넘는 나라만 19개로 OECD 국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20%가 안 되는 접종률은 비판받아 마땅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통계를 잘 살펴보면 뜻밖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접종률이 최하위면 코로나 확진자수 발생도 제일 많아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인구 백만 명당 일일평균 확진자 수를 보면 한국은 7번째로 적은 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데이터 : Our World in Data ⓒ 이봉렬

 
지난 일주일 동안 인구 백만 명당 일일평균 확진자 수를 비교해 봤더니 한국은 36명으로 OECD 국가 중 7번째로 적습니다. 캐나다와 독일이 46명 수준, 스웨덴은 79명, 이탈리아와 스위스, 일본은 모두 100명이 넘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걸로 유명한 이스라엘과 영국은 모두 400명이 넘어 우리보다 10배 이상입니다. 백신 접종률 높은 것과 확진자 수 낮은 것 중 어느 것이 더 방역을 잘한 척도로 적합한지는 윤 전 총장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누적 치명률을 보겠습니다. 고위험군에 대한 적절한 대비를 못했거나 시설 부족으로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니 치명률은 방역 성패의 아주 중요한 척도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의 누적치명률입니다. 한국은 10번째로 치명률이 낮은 나라입니다. 데이터 : Our World in Data ⓒ 이봉렬

 
OECD 회원국의 평균 치명률은 1.85%입니다. 한국의 치명률은 평균보다도 훨씬 낮은 0.97%로 OECD 국가 중 낮은 순으로 10위입니다. 우리보다 접종률이 높은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모두 우리보다 치명률이 높습니다. 멕시코가 8.1%로 치명률이 제일 높고,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세 배 이상 높은 영국도 치명률은 2.11%로 우리의 두 배가 넘습니다.

누적 치명률은 백신 공급이 상당히 진행된 지금 현재의 상황을 잘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의 치명률만 따로 뽑아 보겠습니다.
  

지난 7일간의 치명률입니다. 지금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한국은 15번째로 낮습니다. ⓒ 이봉렬

 
한국은 0.3%로 누적 치명률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스라엘 0.53%, 독일 0.54%, 미국 0.71%입니다. 백신 보급 후 다들 1% 이내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이 더 낮습니다. 반면 백신 접종률 67.4%로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높은 칠레는 치명률이 5.52%로 우리보다 스무 배 가까이 높습니다.

그러면 방역을 하느라 경제가 엉망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것 같아 2021년 1/4분기 OECD 회원국의 경제성장률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우선 OECD 평균은 0.3% 성장입니다. 한국은 같은 기간 1.6% 성장을 했습니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은 성장이 아니라 감소를 기록했고, 미국과 캐나다만 한국과 같은 1.6% 성장을 했습니다.

게으른 상황 인식 

종합해 보면 백신 접종률 최하위인 상황에서도 확진자수, 치명률 모두 OECD 국가 중 상당히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와중에 경제성장도 놓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나온 다른 척도는 다 외면한 채 백신 접종률 하나로 그동안의 방역 성과를 폄하하고 정부의 존재 이유를 못 찾겠다고 말하는 건 너무 게으른 상황 인식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방역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면 코로나 치료를 위한 공공의료시설의 확충, 고생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과 인원 보강,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 같이 현재 개선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 했어야 합니다. 저 역시 지난 기사에서 싱가포르의 지원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봉쇄의 정석... 방역모범국 국민들에게 전달된 것 http://omn.kr/1ul2l)

윤 전 총장님은 지금이야 야당의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이지만 한 때 현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입장 아닙니까? 이제껏 정부의 일원이었던 사람이 자리가 바뀌었다고 정부의 정책이나 성과를 덮어놓고 비판만 하는 걸로 반사이익을 보려는 생각은 버리기 바랍니다.

제 글이 길어서 뭔 소린지 모르겠다면 이것 한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백신이 방역의 전부는 아니고, 우린 아직 잘 극복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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