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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서양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료 중의 하나가 바로 1402년 조선에서 만들어진 강리도임을 알게 해주는 좋은 사이트가 있다. 미국의 'Course Hero.com'로, 학습 연구 자료를 유료 제공하는 세계적인 온라인 플랫홈이다.

여기에서 'Kangnido'를 검색하면 학교별로 강리도를 어떻게 학습탐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원하는 자료를 구매할 수 있다. 2021년 8월 12일 현재 총 132개 학교(주로 미국의 대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강리도에 대한 자료 정보가 떠 있다.
 
하바드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 및 고교에서 학습탐구
▲ 서양의 강리도 학습 탐구 하바드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 및 고교에서 학습탐구
ⓒ coursehe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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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드대학을 비롯한 수많은 대학과 여러 고등학교에서 강리도를 학습 탐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서양의 강리도 탐구 붐에 있어서 참고자료나 준거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책이 있다. 영국의 역사지리학자 제리 브로턴(Jerry Brotton)이 2012년에 저술한 <A History of the World in Twelve Maps(열 두 지도로 본 세계 역사)>다.

세계 12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2세기의 지도로부터 21세기 구글 지도에 이르기까지 가장 기념비적인 지도 12개를 선정해 해설하고 있다. 강리도에 대해 총 32쪽(114-145)에 걸쳐 조명하고 있다. 강리도가 중국 바깥의 세계를 상세히 그린 점에 주목해 그 탈중화주의적 혁신성을 짚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브로턴이 해설하고 있는 지도를  시간순으로 강리도까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은데, 이것들을 통해 근대 이전 각 문명권의 세계상과 세계관을 조망해 볼 수 있고 강리도의 변별성을 또한 이해할 수 있다. 

1. 프톨레미(Ptolemy)의 세계지도(서기 150년 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
 
15세기 유럽인의 세계상
▲ 프톨레미 세계지도 15세기 유럽인의 세계상
ⓒ 공개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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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턴이 제시한 첫 지도로서 2세기 프톨레미의 세계상에 기초해 15세기 후기에 재구성한 작품이다. 보다시피 아프리카 남부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 않고 아시아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인도양은 육지에 갇힌 내해다. 인도의 형상은 드러나 있지 않고 인도양 중앙의 실론섬(오늘날의 스리랑카)은 굉장히 과장돼 있다. 동단은 중국이며 한국과 일본은 나타나 있지 않다. 15세기 르네상스기 유럽인의 표준세계상이다.

2. 알 이드리시(Al-Idrisi)의 세계지도(서기 1154년 지중해 시칠리아에서 제작: 이슬람문명)
 
중세 이슬람의세계상
▲ 이드리시세계도 중세 이슬람의세계상
ⓒ 공개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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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슬람의 표준 세계상이다. 남쪽이 위를 향하고 있고 거대한 아프리카가 아시아쪽으로 휘어 있다. 지구 둘레를 환해가 둘러싸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가 과장돼 있고 세계의 중심에 놓여 있다. 아프리카에 나일강의 원천 달의 산(낙하산 형상)과유로가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3. 히어포드(Hereford) 세계도(1300년 경 영국에서 제작: 기독교 문명)
 
중세 유럽인의 세계상
▲ 히어포드 지도 중세 유럽인의 세계상
ⓒ 공개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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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인의 기독교적 세계관이다. 중세 기독교권의 세계도는 일반적으로 동쪽이 위를 향한다. 이 지도 역시 그렇다. 커다란 예루살렘이 중심에 그려져 있다. 가느다란 환해가 둘러싸고 있지만  바다는 매우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4. 강리도(1402년 조선에서 제작, 동양 문명)
 
강리도 류코쿠본
▲ 강리도  강리도 류코쿠본
ⓒ 류코쿠대, 공개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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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년 조선에서 제작한 지도(강리도)를 1480년대 초반에 베껴그린 것이다. 교토 류코쿠대학 도서관에 소장돼 있어 류코쿠본이라 불린다. 바다로 둘러싸인 아프리카의 제 모습을 최초로 그린 지도이며 아울러 유럽이 그려진 최초의 아시아발 지도이기도 하다. 중국이 중심에 놓여 있고 한국은 굉장히 크다. 일본은 한반도 아래 쪽 멀리에 튕겨 놓았고 방위가 시계방향으로 90도 잘못 돌아가 있다. 전체적으로 당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우수한 세계지도로 평가받고 있다.

제리 브로턴은 위의 책에 이어 2014년에 출판한 <GREAT MAPS(위대한 지도들)>에서 강리도를 또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리 브로턴은 특히 아프리카 남단에 주목하면서 희망봉 일대의 해역이 정확히 그려진 것은 아시아인들이 유럽인들보다 훨씬 먼저 이 해역을 왕래한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짚는다.

이는 서양중심의 역사를 뒤짚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2019년에 출간된 <Toward a Global Middle Ages: Encountering the World through Illuminated Manuscripts(중세의 세계화)>( Bryan C. Keene편저)에서  중세의 기념비적 지도로서 강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가 흔히 '1402강리도(Kangnido)'라고 일컫는 지도는 대체로 류코쿠본을 가리킨다.  비단에 채색으로 그려져 있으며 크기가 163cm x150cm인 대형지도다. 지도의 상단에 '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혼일강리역대국도)'라는 긴 제목이 횡으로 적혀 있고, 하단에는 권근(權近, 1352~1409)의 후기(발문)가 적혀 있다. 여기엔 지도 제작 동기와 경위, 관련 인물, 활용한 지도, 개인적인 감상 등 매우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권근의 글은 그의 문집인 <양촌집(陽村集)>(세종조 발간, '양촌'은 권근의 호)에도 들어 있다. 강리도는 4개의 필사본 버전(모두 조선에서 제작됐지만, 현재 모두 일본에 소장)이 전해 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류코쿠본이다. 류코쿠본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기할 점은 1988년까지는 류코쿠본이 지도 명칭 및 하단에 실린 권근의 문장이 실린 유일한 버전이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판본들에는 지도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1988년 또 하나의 강리도가 나가사키현의 혼코지(本光寺)라는 고찰에서 발견됐다. 이 혼코지본의 상단과 하단에는 류코부본과 동일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러니까 제목과 후기가 적힌 강리도 하나가 더 출현 한 것이다. 

두터운 종이에 그려진 혼코지본은 훨씬 크고, 더 많은 지리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크기가 276.8cm x219cm로서 류코쿠본의 약 2배 정도이다. 그야말로 '특대급' 지도인 셈이다. 근래에는 해외의 연구가들이 혼코지본을 소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제리 브로턴의 <위대한 지도들>도 혼코지본을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에 출판된 스미소니언의 <History of the World in 1000 Objects (1000개의 문물로 본 세계역사)>(2020)에서도 혼코지본이 소개돼 있다(아래).
 
스미소니언 세계사 문물 도록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재에 속함
▲ 강리도 혼코지본 스미소니언 세계사 문물 도록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재에 속함
ⓒ 스미소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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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의 지리역사학계에서 강리도만큼 중시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는 찾아 볼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6년부터 세계적인 석학들에 의해 서양에 소개된 강리도는 이미 그 독보적인 가치가 확립돼 있다. 문제는 그 모국에서의 인식과 이해가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닐까 한다. 

(*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태그:#강리도, #혼코지본, #제리 브로턴, #류코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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