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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는 코로나19와 백신 접종의 위험을 비교하는 좋은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는 백신접종의 선후관계로 인한 이상반응, 중증, 사망을 코로나 19 감염, 중증, 사망과 비교하였는데, 인과관계와 선후관계를 구분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있지만, 인간의 심리상 선후관계에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므로 비교 대상을 인정받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선후관계로 설정한 것이 무척 인상깊었다.

인과관계가 아니라 선후관계로도 백신의 이익이 백신과 코로나19의 위험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면 백신 접종의 이익을 더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조금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보았다.

1. 코로나19 감염 VS 백신접종 이상반응

KBS는 1000명 중 4명 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 또한 1000명 중 4명 꼴로 나타났기 때문에 적어도 이 통계로는 "백신 맞은 뒤 아픈 확률이나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나 거의 비슷하니까 접종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합리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백신 접종률이 75%를 넘는 아이슬란드, 90%를 넘는 몰타우리 나라보다 일일 인구대비 신규 확진자 수가 훨씬 많다.

"코로나 종식" 이야기가 점점 줄어들고 최근 "위드 코로나"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 등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짧고 굵게", "이번이 마지막 고비"와 같은 정부의 말이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못한 것처럼 "75% 예방접종 이후 집단면역으로 코로나 종식" 또한 지켜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은 앞으로도 비슷한 수치에 머무르겠지만, 코로나19 감염률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백신 맞은 뒤 아픈 확률이나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비슷하다"는 상황인식은 적절하지 못하다.

즉, (나를 제외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접종함으로써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나는 더 이상 백신 맞을 필요가 없는 상황을 기다린다면 그런 날은 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런 생각으로 백신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마음을 바꾸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 코로나19 치명률 VS 백신접종 후 사망 신고율

KBS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명률은 0.95%이고, 접종 후 사망 신고율은 약 0.002%로서 코로나19 치명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최근 치명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백신 접종에 따른 인공면역 형성 덕분이므로, 백신을 맞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백신 미접종자의 치명률로 코로나19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백신 접종 시작 이전 자연면역력을 통한 치명률을 봐야 한다.

또한, 0.95%라는 수치도 개인에 따라 충분히 낮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연령별로 수치를 쪼개서 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백신 효과를 제거한 연령별 치명률과 연령별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율. 질병관리청 자료를 종합하여 직접 작성.
 백신 효과를 제거한 연령별 치명률과 연령별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율. 질병관리청 자료를 종합하여 직접 작성.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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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1] 통해 볼 때, 50대 이상부터는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율에 비해 코로나19 치명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8월 12일 현재 돌파감염자 수는 2111명이고 이 중 80대와 90대 각 1명이 사망했다. 80대 이상의 돌파사망률은 약 0.6%이고, 나머지 연령대의 돌파사망률은 0%이다).

따라서 연령이 높거나, 연령이 낮더라도 기저질환이 있다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젊은 연령대의 경우 백신 없이도 독감 수준 이하의 치명률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정부는 고령층이 예방접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3. 위중증 환자율 VS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

KBS에 따르면 현재 격리 중인 환자 중 1.3%은 위중증이고, 백신으로 인한 중증 이상반응은 전체 접종자의 0.025%에 불과하므로 백신 접종의 이득이 훨씬 크다. 그러나 격리 중인 환자가 위중증으로 발전할 때까지 시차와 위중증이었던 사람이 회복하여 일반병실로 옮겨서 격리하는 경우 등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조금 더 장기적인 기간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연령대별 위중증환자의 누적 자료는 한국에 공개되어 있지 때문에 불가피하게 해외 사례를 가져와서 비교하였다.  
 
백신효과를 최대한 제거한 연령대별 위중증비율과 집중치료(인공호흡기 등)율, 백신 접종으로 인한 중증발생률 비교. 스웨덴 보건복지위원회, 집중치료등록부, 한국 질병관리청 자료 등을 종합하여 작성.
 백신효과를 최대한 제거한 연령대별 위중증비율과 집중치료(인공호흡기 등)율, 백신 접종으로 인한 중증발생률 비교. 스웨덴 보건복지위원회, 집중치료등록부, 한국 질병관리청 자료 등을 종합하여 작성.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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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볼 때, 연령을 불문하고 백신접종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해 위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고, 후유증 발생 확률이 있는 집중치료실 입원률 또한 백신접종 후 중증 발생률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편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돌파감염의 위중증률과 미접종 상태의 위중증률을 비교할 필요도 있다.
 
연령대별 돌파위중증률과 미접종위중증비율. 질병관리청 자료를 종합하여 직접 작성.
 연령대별 돌파위중증률과 미접종위중증비율. 질병관리청 자료를 종합하여 직접 작성.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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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백신 접종의 효과는 명확해진다(20대 이하의 돌파위중증률이 미접종위중증률보다 높은 것은 표본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백신접종이 완료된 20대 이하의 경우 보건종사자 등과 함께 기저질환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접종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위드 코로나 논의가 시작되며 확진자보다 위중증자 관리 위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정부 또한 예방접종 목표가 달성되는 이후에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예방접종률은 사실 크게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다. 가령, 프랑스는 스웨덴보다 예방접종률이 더 높지만, 인구 대비 사망자 수는 프랑스가 훨씬 높다.

이는 스웨덴은 고령층 위주로 접종이 완료되고 있지만, 프랑스는 접종 거부층이 있어 고령층 접종완료율이 올라가지 못하고 자연면역으로도 코로나19를 극복할 확률이 높은 젊은 층의 접종이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75% 접종"이라는 목표는 그닥 의미있는 수치로 보이지 않는다.

백신 접종이 집단면역을 가져다줄 수 없다면 백신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20대 이하의 접종률이 10%에 머무르더라도 고령층이 100% 접종하는 것이 더 낫다. 따라서 75%에 집중하기보다는 고령층의 접종을 독려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의 이익을 계속해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 인센티브나 패널티 도입의 경우,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확진자 중심에서 위중증 환자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확진과 위중증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확진이 위중증 또는 사망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은 고령층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세심하게 정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료 출처]

[표1]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현황(1.28.),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주간 분석 결과 (24주차), 질병관리청 

[표2]
Bekräftade fall i Sverige, 스웨덴 공공보건국(Folkhälsomyndigheten)
Vård och covid-19, 스웨덴 보건복지위원회(Socialstyrelsen)
COVID-19 i svensk intensivvård, 스웨덴 집중치료등록부(SIR)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주간 분석 결과 (24주차), 질병관리청 

[표3]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현황(8.17.),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주간 분석 결과 (22주차), 질병관리청
Bekräftade fall i Sverige, 스웨덴 공공보건국(Folkhälsomyndigheten)
Vård och covid-19, 스웨덴 보건복지위원회(Socialstyrelsen)

[참고]
연령대별 돌파감염자 수의 경우, 연령대별 백신접종 완료에 대한 일자별 통계가 부재하여(주별 통계만 존재)  22주차, 즉 7월 31일까지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과 8월 12일까지 연령대별 돌파감염 발생률을 통해 추론한 수치입니다.

7월 30일과 31일의 경우, 각각 8월 13일과 14일에 백신접종이 완료되기 때문에 일부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추론한 수치의 돌파감염자 수는 2115명이고,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돌파감염자 수는 2111명이므로 약 0.002%의 오차가 있습니다.

태그:#코로나, #예방접종,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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