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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움츠러들었던 서민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질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같은 경우, 줄어든 매상의 여파로 월세 내기도 벅차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업종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함께 모여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체육관 등 단체시설은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 상황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당장 생활비도 빠듯해지고 있으니 가슴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부업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관원 숫자가 100여 명 이상이었다는 지방 한 합기도 도장 관장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을 닫고 여는 경우가 반복되자 생활을 위해 부득이하게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다른 직업을 구하자니 평생 해온 운동이 너무 아쉽고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 대한 희망마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종목의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꿋꿋하게 본인의 길을 가는 주짓수인이 있다. 분당의 한 주짓수 체육관을 운영하는 홍순근 관장이 그 주인공으로,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다가 주짓수의 매력에 빠져 40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아예 직업까지 바꿔버린 케이스다. 큰 결단을 내리고 시작했던 만큼 현재의 상황을 누구보다 뼈 아프게 느끼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주짓수라는 운동을 너무 사랑하는 홍 관장을 만나 코로나 시대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22일 전화를 통해 진행되었다.
 
하나 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코로나 시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 홍순근 관장과 관원들 하나 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코로나 시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 홍순근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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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힘들어진 체육계

- 코로나 시대 힘든 분들이 한두 명이겠냐마는 체육인들 역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단체시설이다 보니까,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 좀 더 남다를 것 같아요.
"코로나 초기부터 실내 체육시설의 제재가 컸는데 업종이나 종목의 특성은 들여다보지 않고 일괄적인 지침이 내려져 억울함과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실내체육시설에 오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고 출입 인원도 분명한 반면 카페나 식당 유흥업소 등에선 불특정 다수가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이게 과연 균형 잡힌 정책인지 의아할 때가 많았습니다."

- 아무래도 예전과는 운동하는 환경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변화된 운동 환경이 궁금합니다.
 "출입 인원의 제한, 마스크를 쓰고 하는 운동 등 난생처음 생각지도 못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게 웃음도 나고 화도 나고 그런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나 분위기를 이해하기에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어려운 시기 체육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나 아쉬운 부분 등이 있으실까요?
"앞에도 말씀드렸듯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대다수 국민들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경제와 방역 두 가지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어떤 면에선 말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탁상행정이 아닌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정책과 그에 따른 과감한 실행이 부족한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근 2년간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최대한 순응하고 협조해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에 반해 결과론적으로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듭니다."

- 코로나 등을 떠나 사람이 건강하려면 운동을 해야죠. 현재 시기에 적절한 건강 운동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성별과 나이 또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개개인의 운동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간단한 걷기나 달리기 줄넘기만 꾸준히 해도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되, 여유가 된다면 즐거움이 병합되어 오래할 수 있는 개인 혹은 단체 운동도 권합니다.

한국은 유독 엘리트 체육이나 잘하는 사람 젊은 분들이 중점이 되는 스포츠 문화가 강한데 저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즐기는 생활체육이 좀 더 활발한 방향으로 다양하게 발전되기 바랍니다. 저희 체육관도 젊거나 잘하는 사람보다는 10대부터 60대까지 모두가 즐기는 생활체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30대 후반 시절 케이블 채널에서 프라이드fc 라는 종합격투기 시합과 거기서 활약하던 표도르 선수의 경기를 보고 ’저거 재미있겠네’라고 시작한게 홍순근 관장의 주짓수 인생 출발점이었다.
 30대 후반 시절 케이블 채널에서 프라이드fc 라는 종합격투기 시합과 거기서 활약하던 표도르 선수의 경기를 보고 ’저거 재미있겠네’라고 시작한게 홍순근 관장의 주짓수 인생 출발점이었다.
ⓒ 홍순근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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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홍관장, 취미가 직업이 되다
 

- 어떤 계기로 주짓수에 입문하게 되셨나요?
"30대 후반 시절 케이블 채널에서 프라이드fc 라는 종합격투기 시합과 거기서 활약하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선수의 경기를 보고 '저거 재미있겠네'라고 시작한 게 출발점이었죠. 아주 단순한 흥미에서부터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주짓수라는 운동 자체에 매료되어 즐겼는데 하면 할수록 여러 가지 긍정적인 고민을 안겨주었어요. 더불어 잘하는 사람이나 젊은 분들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부분이 큰 운동이라 더 빠져든 것 같습니다."

- 적지 않은 나이에 직장을 다니면서 주짓수를 배운다는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주짓수가 많이 메이저화 되어 나이든 사람들의 진입장벽도 낮아졌지만 제가 입문할 당시만 해도 관장님보다 더 나이 많은 유일한 관원이 저 하나일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농담처럼 자주 얘기하는데 정말 매일 중학생들한테 짓눌리고 울면서 집에 갈 정도로 힘들었는데 어느날 보니 주짓수만큼 절 즐겁게 하는 게 별로 없을 정도로 큰 즐거움이 되어 있더라구요. 더불어 주짓수는 생활체육으로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커서 비록 나이 많은 아저씨였지만 모두가 저에게 잘 대해주셔서 어려움도 이겨낸 것 같습니다."

- 그만큼 주짓수라는 운동에 푹 빠지셨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누굴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은 따로 한 적이 없었는데 당시 제 블로그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운동하고 수업을 한 것이 시발점으로 생각됩니다. 초창기 시작한 사람이라 제가 띠가 높은 편이라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 함께 운동을 했거나 가르침을 받고, 가르치고 했던 이 중에는 많은 이들이 알만한 사람도 꽤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초창기에 시작한 편인지라 현재 주짓수계에서 탑레벨로 손꼽히는 채완기나 이경섭 같은 친구들과도 같이 운동을 했고 UFC 파이터 최두호, 여성격투계 최고 기대주 중 한 명인 서예담 등과도 친분이 깊고요. 현 글래디에이터FC, 더블G FC 챔피언 기원빈, 진태호 같은 선수도 함께 흰띠 메고 웃으면서 운동을 했죠. 제가 직접 가르친 제자 중에는 지금 로드FC에서 활약하는 김우재, 조경의 선수 등이 있습니다."

- 노루라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등 이곳저곳에서 유명하신 것 같아요.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 별명인가요?
"특별한 뜻은 없고 약간의 오해들이 겹쳐 생긴 별명인데 지금은 굉장히 큰 애착을 갖고 있는 닉네임입니다. 한때 주짓수 쪽에선 노루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로 저를 알려준 행운의 닉네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회사를 다니면서 운동을 하던 시절과 현재는 확연히 다를 것 같은데요. 주짓수 관장님의 최근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저 취미, 즐거움의 목적이 다였다면 지금은 사람을 길러내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하루 일과는 늘 비슷합니다. 오전 11시에 첫 수업을 시작으로 새벽 1시까지 메트에서 뒹구는 게 매일의 일과입니다. 앞서 언급한 데로 코로나로 인해 환경이나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 마지막으로 질문할게요. 홍 관장에게 주짓수는 어떤 의미일까요?
"주짓수는 흔히 말하길 힘이 약한 사람이 중력이라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크고 강한 사람에게 저항하는 구조의 변동 운동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내면적 요소가 있어요. 주짓수는 끊임없이 상대와 나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견뎌내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잘하는 사람, 뛰어난 사람만이 우대받고 즐기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의미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끔 상담하러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저에게 배우지 않아도 좋으니 어느 곳에서든 한번쯤은 도전해 보시라'고 꼭 권유를 드립니다. 그럼 아마 인생의 새로운 큰 즐거움이 보일 수도 있다고요. 인터뷰를 진행하신 기자님은 물론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께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태그:#현장에 산다, #주짓수 관장님, #노루님, #코로나시대 체육시설, #중년의 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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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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