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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국내 거주 아프간인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국내 거주 아프간인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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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5일 한국에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인을 대상으로 아프간 정세 안정 때까지 특별 체류 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미얀마 등 다른 정세 악화 국가 국민들과 달리 아프간 체류인들에겐 국민 불안을 이유로 일부 '보호 조치'를 하도록 발표해 차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국내 체류 아프간인에 대해 체류 기간이 남은 경우 특별 체류 자격을 부여해 취업과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발표에선 지난 3월 12일 미얀마인 대상 특별 체류 조치 당시엔 강조하지 않은 '신원 실태 조사'가 포함돼 있었다.

"국내 거주지, 연락처 등 신원 파악을 통한 실태조사 후"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학교 졸업과 연수 종료 등 곧 학업을 마치거나, 최대 90일 단기 방문자로 한국을 찾은 이들이 대상이다.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미얀마인에 대한 임시 체류와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지만, 실제 자격 부여 조건은 달랐다.

특히 체류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국내 연고가 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분리했다. 이 또한 미얀마 특별 체류 조치 발표 때와 다른 대목이다.

법무부는 이날 아프간인 중 체류 기간이 만료되었으나 신원이 보장된 경우엔 출국 명령을 일단 내리되 출국기간을 유예해 정세가 안정되면 자진 출국토록 조치한 반면, 연고자가 없거나 형사 범죄자 등 강력 사범의 경우엔 외국인보호소 등에 구금토록 하는 '보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호 조치가 되면 연고자가 나타나거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때까지 구금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형사범죄의 경우 구체적인 범죄 범위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정세 혼란 장기화 속 '보호조치'는 장기 구금... 일부 여론 눈치" 비판도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가족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들의 구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가족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들의 구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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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체류관리과 관계자도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국내 체류 아프간인에 대한 조치가 "(미얀마 때보다) 이번에 좀 더 강화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국민 여론'을 언급했다. "(아프간인 난민에 대한) 반대 댓글이 하도 많아 나름 안전조치 차원에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조치에 '국민 염려'를 언급했다. 박범계 장관은 "아프간 현지 정국 혼란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본국으로 귀국이 불가능한 국내 체류 아프간인에 대한 인도적 배려 차원에서 이뤄졌다"면서도 "국민 염려를 반영해 허가 시 실태 조사를 강화하는 등 국민 안전도 최우선 고려했다"고 밝혔다.

미얀마인 대상 체류 조치 당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미얀마 국민의 민주주의 열망, 시민에 대한 폭력 사용 중단을 위해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다른 분위기다.

이주민 인권 전문가들은 이날 법무부의 조치는 위기에 처한 아프간인을 대하는 국제 분위기와 동 떨어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불안, 범죄 등 아프간인에 대한 특정 인식을 대입, 아프간 체류인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일 난민네트워크 변호사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등록 체류의 경우 범칙금이 있다면 면제하고, 마찬가지로 체류 자격을 줘서 아프간 상황이 변경되면 그때 송환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정세 안정이 장기간 이뤄지기 힘든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체류인 모두가)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살아갈 대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일 변호사는 "연고자와 범죄 유무를 기준으로 체류 여부를 결정하는 건 미얀마 특별체류 때도 본 적이 없다"면서 "난민을 낯설어하는 일부 사람들을 고려한 여론 재판을 통한 구금 조치로 '사람들이 당신들을 싫어할 수 있으니 일단 이렇게 발표하겠다'는 뜻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권 단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법무부가 아프간 국적자를 대하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조치는 국제 협약에 따른 의무 사항으로, 임의로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는 것. 이들은 이날 입장을 내고 "체류기간을 도과한 사람의 경우 합법적 자격을 가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탈레반으로부터 박해 위험이라는 난민 신청 사유를 가지고 있다"면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미등록 체류를 하게 된 사실 상의 난민으로, 이들에게 외국인 등록증도 없이 한국을 떠돌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법무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박범계,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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