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에 비해 다소 방망이가 식었다. 타율도 3할 아래로 내려왔다. 그라운드와 덕아웃에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의 이야기다.

전반기에만 무려 20개의 홈런을 몰아치면서 타율 0.312 65타점 OPS 0.923을 기록, 삼성에게는 '복덩이'나 다름 없는 선수였다. 그랬던 피렐라가 후반기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26일 경기까지 13경기 타율 0.208 2홈런 10타점 OPS 0.660에 그치면서 피렐라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후반기 들어 부진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

후반기 들어 부진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 ⓒ 삼성 라이온즈

     
길어지는 부진에도 여전히 상위 타선에 배치되는 피렐라

정규시즌 개막 이후 5월까지 피렐라는 3할5푼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는가 하면, 이미 4월에만 9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여기에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까지 펼치면서 KBO리그 데뷔 첫해부터 대박을 터뜨릴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6월을 기점으로 조금 주춤한 피렐라는 리그 중단 직전이었던 7월 한 달간 7경기서 26타수 5안타(1홈런), 타율 0.192로 만족스럽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표본이 그렇게 크진 않았으나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이다.

충분히 휴식을 갖고 나서 맞이한 후반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안타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총 세 차례로, 무안타로 침묵한 경기는 6경기에 달한다. 지난 25~26일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서도 9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상위 타선에서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구자욱(후반기 타율 0.360 OPS 1.050)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어 피렐라의 부진이 그렇게 눈에 띄진 않는다. 김헌곤은 부상 이전까지 후반기 4할 이상을 기록 중이었고, 강한울과 이원석의 최근 타격감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피렐라를 2번 또는 3번으로 기용 중인 허삼영 감독은 후반기가 시작할 때부터 구자욱과 피렐라의 동반 활약을 원하고 있다. 아직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지지 않은 셈이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 ⓒ 삼성 라이온즈

 
뛰는 야구 더 돋보이려면...결국 피렐라가 잘해야 한다

올 시즌 팀 타율(0.272, 전체 1위)과 홈런(90개, 전체 3위) 등 주요 공격 지표에 삼성의 이름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역시나 가장 돋보이는 기록은 도루 개수로, 26일까지 무려 91개의 도루를 성공하면서 공동 2위 kt 위즈, SSG 랜더스(이상 66개)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있는 박해민(32개), 구자욱(22개), 김지찬(16개)의 몫이 컸다. 주로 상위 타선 혹은 하위 타선에 배치되는 선수들로, 루상에 출루했다 하면 상대의 빈 틈을 파고들었다. 줄곧 삼성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것도 기동력의 힘이 컸다.

지금 상황에서 장타까지 곁들여지면 팀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오재일과 강민호, 국내 거포들의 활약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피렐라가 깨어나야 타선의 흐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선두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삼성의 현재 위치는 3위로, 1위 kt와 4경기 차까지 벌어진 상태다. 잔여 경기 수는 51경기로 다른 팀보다 비교적 적은 경기가 남았다.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렐라가 펄펄 날았던 시즌 초반, 삼성 덕아웃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가까웠다. 원하는대로 경기가 잘 풀리니 절로 흥이 날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기억을 피렐라는 남은 경기에서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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