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토트넘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과정이 험난했지만 손흥민-해리 케인 듀오가 다시 뭉쳤다. 토트넘 홋스퍼는 29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왓포드를 불러들여 2021-20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라운드를 치른다. 손흥민과 케인의 올시즌 첫 동반 선발출전이 기대되는 경기다.

토트넘은 올시즌을 앞두고 적지 않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지난 시즌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리그 7위에 그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쳤고 컵대회까지 포함해도 단 한 개의 우승트로피도 들어올리지못하며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사령탑 주제 무리뉴 감독이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경질되기도 했다. 토트넘은 지난 여름 누누 산투 감독의 선임에서부터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에 이르기까지 재정비 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어야했다.

특히 토트넘을 흔든 것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케인의 이적설이었다. 케인은 2009년 1군 무대에 데뷔해 '원클럽맨'으로 뛰어왔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도 세 번이나 차지했다. 하지만 EPL은 물론 주요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축구 선수로 전성기 나이를 보내는 케인은 더 늦기 전에 우승에 근접한 팀으로 이적을 바랐다.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가 케인과 연결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맨시티는 케인을 영입하기 위하여 약 1억 파운드(약 1600억 원)의 이적료와 보너스 조항, 5명의 주전급 선수들과 스왑딜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토트넘이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인은 토트넘의 팀 훈련에 한동안 불참하며 이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됐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케인이 언론을 통하여 이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방식에 분노했고 아예 맨시티와의 협상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케인이 훈련에 불참하자 주급 정지 징계로 대응하며 완강하게 이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여론도 시간이 갈수록 케인에게 점점 불리하게 흘러갔다. 토트넘은 케인이 이적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또다른 에이스인 손흥민과는 2025년까지 4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어려운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토트넘은 2021-2022시즌 개막 이후 쾌조의 2연승을 달리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개막전에서 바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손흥민의 결승골로 승리했고, 2라운드에서는 손흥민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되었음에도 울버햄튼에 승리를 거뒀다. 케인에 의지하고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했다.

케인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팀훈련에 복귀한 케인은 22일 울버햄튼과의 2라운드에서 교체출전하며 올시즌 첫 그라운드를 밟았고 25일에는 공식적으로 올시즌 팀 잔류를 선언했다. 케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중석을 향해 손뼉을 치는 사진과 함께 "올 여름 토트넘에 머물겠다. 그리고 팀의 성공에 100%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로서 케인의 이적을 둘러싼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케인은 27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첫 선발 출전하여 파수스 페헤이라(포르투갈)를 상대로 시즌 1, 2호골을 기록하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1차전에서 0-1로 패하여 탈락 위기에 놓였던 토트넘은, 1∼2차전 득점 합계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두며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토트넘은 개막 이후 성적도 순항 중인 가운데 케인의 잔류선언과 마수걸이골까지 터지며 전력이 더욱 안정화됐다.

무엇보다 케인의 잔류로 손흥민과의 EPL 최강 듀오를 재가동할 수 있게된 데 기대가 크다. 케인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5경기를 뛰면서 23골 14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모두 1위에 올랐고, 손흥민도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케인과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14골이나 합작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한 듀오로 이름을 남겼다. 2015년까지 함께 손발을 맞춘 손-케 듀오는 지난 6시즌간 34골을 합작하며 은퇴한 첼시의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록바가 기록한 EPL 역대 최다 합작골인 36골 기록에 단 2골 차로 다가선 상태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아직 완전하게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다. 케인의 이적설과 손흥민의 부상 등으로 한 선수가 먼저 선발로 나서고 한 선수는 나중에 교체투입되는 식으로 출전기회가 엇갈렸다. 왓포드전은 손흥민과 케인이 올시즌 첫 동반 선발출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누누 산투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 3톱을 가동하는 4-3-3을 주 포메이션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케인이 없을 때는 손흥민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스티븐 베르흐베인, 오른쪽에는 루카스 모우라를 기용하는 구조였다. 중앙 공격수인 케인이 선발출전한다면 손흥민이 원래의 포지션이던 왼쪽 윙포워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고, 오른쪽에서 모우라와 베르흐베인 중 한 명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최근 프랑스 출신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를 왓포드로 이적시켰다. 시소코는 토트넘-왓포드전을 불과 하루앞두고 이날 왓포드와 2년 계약을 맺고 공식 이적을 선언했다. 시소코가 만일 토트넘전에서 출전한다면 2016년부터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막아야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는 갈수록 상향평준화되는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맨시티-리버풀-첼시 등 지난 몇년간 각종 메이저대회 우승을 석권한 '빅3'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전통의 강호 맨유가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12년 만에 복귀시키며 우승경쟁의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중상위권에도 에버턴-레스터시티-아스날-웨스트햄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즐비하다. 토트넘은 이 험난한 경쟁을 뚫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빅4'를 탈환하는게 올 시즌 최대 목표다.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등 컵대회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획득하지 못한 우승트로피에도 도전한다.

토트넘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의 가장 강력한 최종병기라고 할 수 있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꾸준한 활약이 필수다. 케인은 일단 팀에 잔류하기는 했지만 '올 여름'이라는 단서를 남기며 겨울이적시장이나 혹은 내년 여름에라도 언제든 다시 이적을 추진할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케인과 손흥민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언제까지가 될지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한 30대에 접어든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최근 또다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손-케 듀오가 여러 가지 불확실한 변수들을 딛고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호흡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가 올시즌 토트넘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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