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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100명 중 94명 참석해 57명 찬성, 반대 1명, 기권 36명… 해임안 '가결'
 
해임반대측 대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자 공식적인 개표결과 발표도 없이 국응복 허베이조합이사장의 해임을 주도한 주최측이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해임안 가결'을 확정짓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주먹으로 "땅땅땅" 해임반대측 대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자 공식적인 개표결과 발표도 없이 국응복 허베이조합이사장의 해임을 주도한 주최측이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해임안 가결"을 확정짓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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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의 치유를 위해 만들어진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허베이조합 국응복 이사장의 해임안이 총회에 상정되면서 내홍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허베이조합은 결국 지난달 31일 서산시 아르델 웨딩홀에서 제4차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고 국 이사장의 논리적인 소명에도 불구하고 아수라장 속에 해임안을 기습 '가결'시키며 직위 해제 시켰다.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2015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만들어졌으며 수천억원에 달하는 삼성출연금 관리와 피해지역 복구와 환경복원사업 등이 주 업무이다. 

국 이사장은 지난 3월 30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경선을 치른 결과 1표차 신승으로 어렵게 제2기 허베이조합 이사장에 선출됐다. 하지만, 선출 이후에도 4개 지부장 및 이사들과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을 겪다 재선 취임 5개월 만에 직위 해제되며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번 국 이사장의 직위 해제로 내홍의 종지부를 찍기 기대하는 대의원과 조합원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허베이조합은 향후 법정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국 이사장이 직위 해제의 부당함을 법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소송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해임반대측 대의원들에 의해 거꾸로 뒤엎어진 기표소와 투표함.
▲ 뒤엎어진 기표소와 투표함 해임반대측 대의원들에 의해 거꾸로 뒤엎어진 기표소와 투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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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의원총회장에서는 기표소를 준비했지만 일부 대의원들이 기표할 수 없도록 기표소를 뒤집어엎고 사전에 준비한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어버렸다. 그러자 대의원들에게 메모용지를 나눠주고 이름과 소속, 주민등록번호에 해임안에 대한 찬반을 적어 내도록 했다. 옆에 있는 대의원이 찬반 여부를 볼 수 있도록 한 투표 형태가 향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자필로 적어내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이게 투표용지냐'며 반발하는 대의원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해임안을 주도한 측에서는 현장에 대동한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아 투표를 처리한 만큼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표소가 아닌 곳에서 투표한 점과 정식 투표용지가 아닌 점, 그리고 공개 개표를 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표결을 통과한 점 등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점은 향후 법정 다툼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국 이사장의 해임을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는 한편 탁자를 집어던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 험악한 분위기 연출 국 이사장의 해임을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는 한편 탁자를 집어던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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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국 이사장이 대의원총회를 통해 해임안이 가결돼 직위 해제됨으로써 허베이조합은 당분간 정관에 따라 편승환 태안지부장이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허베이조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정관상 이사장 사고 시에는 부이사장, 지부장, 상임이사, 이사, 감사 순으로 직무대행을 맡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부이사장 공석으로 지부장 중 가장 연장자인 지경석 당진지부장이 맡아야 한다. 하지만 지경석 당진지부장이 직무대행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다음 연장자인 편승환 태안지부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사장 직위해제로 인한 공백사태라는 최대 위기를 맞은 허베이조합이 정상 운영될 지에도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당분간은 법정 소송 속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내외부의 관측이다.

국 이사장은 왜 대의원총회의 해임안에 소환됐나
 
국응복 이사장이 대의원총회를 소집한 감사들에게 소명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고있다.
▲ 소명기회 요청하는 국응복 이사장 국응복 이사장이 대의원총회를 소집한 감사들에게 소명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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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제4차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고 국응복 이사장 해임을 위한 안건만 상정한 가운데 진통 끝에 해임안을 가결했다. 100명의 대의원 중 총회에 참석한 94명이 투표한 결과 찬성 57표, 반대 1표, 기권 36표로 총회를 통과한 것. 이는 태안지부에서 선출된 51명의 대의원 중에서도 국 이사장의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며 이탈표가 발생한 것이다.

최종 해임안 투표결과가 기습적으로 처리되기까지 파행도 잇따랐다. 국 이사장의 해임을 반대하는 일부 대의원들이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는 한편 대의원총회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감사들이 앉아있는 단상도 점거했다. 해임사유 10가지가 제시된 이후 국 이사장의 소명이 진행되기까지 국 이사장 해임을 주도한 측과 고성도 오갔고, 심지어 단상과 사회자석 탁자까지 집어 던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더군다나 국 이사장의 소명절차를 들은 뒤 투표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국 이사장과 대리소명에 나선 최원진 서산지부상무의 소명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대의원들은 계속해서 소명은 듣지 않고 "투표합시다"라는 목소리를 높이며 소명을 방해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대의원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해임사유에 대한 소명을 위해 단상에 선 국 이사장은 이날 해임안이 대의원총회에 상정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향후 법정 다툼도 예고했다.
 
국 이사장은 소명에서 "부당한 총회소집에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그 책임은 반드시 사법기관을 통해 물을 것”이라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 소명하는 국응복 이사장 국 이사장은 소명에서 "부당한 총회소집에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그 책임은 반드시 사법기관을 통해 물을 것”이라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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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이사장은 왜 대의원총회의 해임건의안에 소환됐을까. 우선 빌미는 국 이사장이 지난 7월 6일 4개 지부장 명의로 되어 있던 사업자등록증 대표자를 국 이사장 본인 명의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대의원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해임사유에 따르면 "국 이사장은 7월 6일 아무런 협의 없이 4개 지부 사업자등록증상 대표자였던 각 지부장 명의를 국응복 자신의 명의로 각각 변경했다"면서 "이렇게 중대한 조합의 현안문제를 정관에 의거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결정되어야 함에도 이사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협동조합기본법 및 정관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적시했다.

덧붙여 "이사장 본인이 '이사회'와 '총회'의 결의에 의해 집행한 2021년 4월 14일 '2021년 각 4개지부 예산 배분 안내' 공문을 통해 지부예산 배분 및 집행지침을 정면 위반하는 행위"라고 해임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국 이사장은 "조합의 정관 및 협동조합 기본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소명했다.

국 이사장은 "조합 운영과 관련하여 지부장이 계약한 부분에 대하여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기획재정부의 질의 결과를 근거로 7월 7일 오후에 대표자 명의를 변경하고 각 지부에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변경 관련된 내용을 4개 지부에 공문을 발송 했다"고 밝혔다. 이는 태안지부가 허베이조합 지부운영규정을 위반해 태안지부가 1억5천만원 상당의 마스크 사업에 대해 지부장이 계약체결한 사실을 겨냥한 것이다.

지부운영규정에는 2,000만 원 이하의 공사계약이나 1,000만 원 이하의 용역계약, 500만 원 이하의 물품구매계약 등에 대한 지부장 전결사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국 이사장은 해당 금액 이상 계약시에는 이사장과 상의 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 이사장은 이어 "사업자등록증의 등록번호 등이 변경된 것이 아니며, 대표자 명의만 변경된 사항으로 지부에서 발생하는 지출의 회계처리나, 예산집행 및 사업수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해임사유에서 주장하는 지부예산 배분 및 집행지침을 정면 위반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국 이사장의 해임을 추진한 허베이조합 이사회측은 직무를 게을리한 점과 이사회 의결 없이 사무처장에 대한 불법 채용한 점 등 국 이사장에 대한 9건의 해임사유도 열거했다.

국 이사장 "총회 결과 상관없이 사법기관에 책임 물을 것"
 
국 이사장의 해임안을 안건으로 한 제4차 대의원 임시총회는 무효라며 현수막을 떼어내고 있다.
▲ 현수막 떼어내는 해임반대측 대의원들 국 이사장의 해임안을 안건으로 한 제4차 대의원 임시총회는 무효라며 현수막을 떼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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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 이사장은 소명에서 "취임한지 불과 몇 개월 되었다고 마녀 사냥하듯 이런 자리를 마련한 감사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서운한 감정으로 첫말을 꺼낸 뒤 "조합의 임원들인 이사, 감사가 소명의 기회나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고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또한 절차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여 총회에 부의할 것인지, 아닌지, 국응복이 해임될 만한 진정한 사유가 있는지 제대로 된 논의한번 하지 않고 총회를 열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국 이사장은 이어 "제가 지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지부의 사업을 못하도록 방해한 것이 무엇이 있나. 개인적으로 기금을 횡령한 사실이 있나"라며 "법적으로 정말 잘못한 것이 있다면 고소를 하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당하게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부당한 총회소집에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그 책임은 반드시 사법기관을 통해 물을 것"이라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국 이사장은 끝으로 "해임사유에 대한 소명은 자료를 통해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선거 때 보여주셨던 대의원님들의 신뢰를 다시 한 번 보여주길 간곡히 부탁드리며, 올바르게 판단해 주기를 소망한다"고 읍소했다.
 
옆에 있는 대의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기표소가 아닌 앉은 자리에서 투표해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 자필로 찬반 투표하는 대의원 옆에 있는 대의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기표소가 아닌 앉은 자리에서 투표해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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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이 찍힌 정식 투표용지가 아닌 메모지에 해임안에 대한 찬반을 자필로 적어 논란이 예고된다.
▲ 논란의 기표용지 도장이 찍힌 정식 투표용지가 아닌 메모지에 해임안에 대한 찬반을 자필로 적어 논란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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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는 무료라며 메모지를 흔드는 대의원
 투표용지는 무료라며 메모지를 흔드는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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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 이사장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의원들은 총 100명의 대의원 중 94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해임안 투표에서 찬성 57표, 반대 1표, 기권 36표로 안건을 가결시키며 국 이사장을 직위 해제시켰다. 기권은 이날 단상까지 점거하며 국 이사장의 해임에 반기를 든 대의원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이 태안지부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었다.

해임안이 가결된 이후 대의원총회장 밖에서 만난 국응복 이사장은 "법적 소송 갈 것"이라며 "이런 투표는 처음 봤고, 개표도 문 상무가 혼자 했다. 투표용지도 비밀투표가 아닌 주민번호 이름 찬반 자필로 쓰는 형식으로 해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했고, 특히 개표결과도 공식 발표도 없이 기습적으로 의사봉을 대신해 주먹으로 두드리며 통과시켰다"고 향후 법정 다툼을 거듭 예고했다.

국 이사장의 해임안을 주도한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장 측에서) 당연히 무효소송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해임절차가 잘못되면 다 잘못되는 건데 대의원들이 감사에게 이사장을 해임해 달라고 요구했고, 감사는 소집권자로서 해임을 추진했다. 결과는 대의원들이 투표로 가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표용지는 (반대 측에) 압수당해서 찢겨져 현장에 대동한 변호사 자문 구해서 주민번호, 이름, 찬반 기표하라고 했다"며 "정상적인 투표로 진행해야 하는데 물리력이 행사돼서 투표를 할 수 없었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 대의원들한테 용지를 나눠주고 해임안에 대해 찬반을 써달라고 했다. 무효라고 하는데 법에 가서 판단해야 할 일이고, 필적 감정을 하면 본인인지 대필인지 법에서 확인될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에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대의원총회, #국응복, #해임안가결, #삼성지역발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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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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