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최종예선 첫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 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 이라크와의 홈 경기에서 90분 내내 헛심공방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홈 3연전의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지 못한 한국에게 남은 일정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밀집수비 뚫지 못한 대표팀, 이라크전에서 보인 문제점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이라크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하고 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이라크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는 한국의 우세 속에 이뤄졌다. 볼 점유율 68대32, 슈팅수 15대2가 보여주듯 경기시간 대부분을 이라크 진영에서 경기가 이뤄졌지만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비효율 축구를 선보였다.

이 원인에는 조직력이 완벽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이재성, 송민규가 포진한 공격에선 손발을 맞출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번번이 패스가 끊겼고 볼 트래핑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이라크의 수비진에 균열을 가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공격진과 풀백간의 연계플레이도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벤투 축구의 특성상 양쪽 풀백의 공격가담이 원활히 이뤄져야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었지만 이라크전에서 뚜렷한 공격전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답답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결정력 측면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전반 27분 손흥민의 코너킥에서 이어진 득점기회에서 황의조의 헤더슛이 수비맞고 흐르자 이재성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볼이 뜨면서 선제골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남태희를 시작으로 이용, 황희찬, 권창훈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는 등 경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후반 27분 홍철의 크로스를 받은 황희찬의 헤더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간데 이어 황인범, 손흥민, 권창훈등이 시도한 슈팅역시 번번이 수비에게 막히거나 골대를 넘어가면서 결국 한 골도 넣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교체작전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벤투 감독은 후반시작과 함께 손준호를 빼고 남태희를 투입해 후반전 공격적인 라인업을 꾸렸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후반전 이라크에게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는 기회가 됐다.

상대수비를 흔들기 위해 투입한 남태희와 권창훈 역시 저돌적인 돌파는 커녕 배후공간 침투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한국은 손흥민의 집중견제 속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까지 미미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략이 만든 무승부, 이라크 원정길 부담 커지다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한국을 찾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훈련에 참석해 코칭스태프와 대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대표팀과 명문 클럽 에인트호번 등을 이끌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2005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본선을 이끈 인연이 있다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한국을 찾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훈련에 참석해 코칭스태프와 대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대표팀과 명문 클럽 에인트호번 등을 이끌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2005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본선을 이끈 인연이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라크전의 또다른 관심사는 15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재회였다.

2005년 9월 부임해 9개월간 한국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월드컵 역사상 첫 승을 기록하는등 좋은 기억을 남겼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엔 이라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적장으로 한국을 찾었다.

이번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역량을 빛났다. 부임한지 1달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합숙을 통해 조직력과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린 그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느린 템포의 경기를 구사하며 한국을 괴롭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작전은 성공을 거뒀다. 뒤늦게 합류한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한국은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낸 데다 볼 트래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 홈 경기임에도 원하는 경기를 펼치지 못하며 이라크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교체작전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후반전들어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나온 가운데 후반 15분에는 수비의 중심인 아드난이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 속에서도 이스마일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이어 압둘-자흐라, 저스틴 메람, 모하나드 알리 등 공격자원을 투입하며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한 용병술도 선보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운용에 한국은 후반전 더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슈팅기회를 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역습을 허용해 여러차례 위기를 맞기도 하는 등 후반전 경기내용만 봤을때 일격을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을당시에도 아드보카트 감독은 빠른 시간안에 팀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성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이라크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11월 이라크 원정경기를 앞둔 한국에겐 아드보카트 감독의 존재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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