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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건 택배차량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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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원들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며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 택배 대리점 소장 A씨의 죽음이 노조와 대리점주의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김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진 A씨는 유서에 택배노조의 파업과 집단 괴롭힘 때문에 힘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 5월부터 택배기사 중 일부가 택배노조에 가입해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배송을 거부했다면서 자신을 괴롭힌 12명 조합원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후 <동아일보>는 3일 김포 택배대리점 노조 조합원의 내부 단톡방 내용을 폭로하면서 노조가 A씨의 대리점을 빼앗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단톡방에서 "여기 계시는 노조 동지분들 때문에 점주가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점주는 보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할 듯합니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이를 두고 대리점연합은 "노조가 A씨에게 대리점 포기를 강요하며 괴롭힌 증거가 드러났다"며 "노조 조합원들 때문에 A씨가 사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 외에도 노조 조합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리점주들이 많다"며 "이들 중 몇몇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노조 조합원의 괴롭힘 실태조사'를 시작한 대리점연합은 추후 노조를 고소·고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일부 조합원이 A씨를 괴롭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근본 책임이 택배 원청업체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A씨의 죽음을 기회 삼아 대리점주들이 '노조 죽이기'에 나섰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리점주의 분노] "노조 괴롭힘 호소하는 점주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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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 노조 조사결과 발표 이후 취재진에게 유족측 입장문 등을 전달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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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주들의 협동조합인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아래 대리점연합)은 "이번에 보도된 건(노조 조합원들의 내부 단톡방 발언) 사실 어느 대리점주나 겪고 있는 일"이라면서 "노조 조합원의 괴롭힘·폭언으로 고통받는 점주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종철 연합회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는 점주가 없는 단톡방에서 조합원들끼리 거칠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조합원들은 단톡방에서뿐만 아니라 점주들에게 직접 이런 폭을 한다. 욕설이나 반말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의 죽음을 계기로 점주들도 더는 못 참겠다고 호소한다. 대리점연합 차원에서 점주들이 겪은 괴롭힘을 설문조사 하고 있다"라면서 "이후 노조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연합회장은 "노조가 대리점주와 택배기사의 상생이 아니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택배 수수료의 경우 거래처의 돈이 회수된 후 택배기사에게 지불하기로 대리점과 택배기사 사이에 암묵적으로 합의했는데 노조는 이를 문제 삼으며 대리점주를 괴롭혔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이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책임은 빠지고, '을들의 다툼',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 김 연합회장은 "언젠가는 한 번 불거질 문제였다. 이번 기회에 대리점주들이 겪는 어려움을 제대로 알리겠다"라고 말했다.

[노조의 항변] "택배업계의 구조적 문제 폭발한것... 노조 죽이기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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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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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대리점주들이 일부 조합원의 '욕설'에만 초점을 맞추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점을 먹어보자거나 욕설을 한 대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머리를 숙인 바 있다. 또 "문제가 된 조합원에 대해서는 노조 자체적으로도 징계위를 열어 책임을 묻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노조는 A씨의 죽음을 조합원과의 갈등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노조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에 "A씨의 죽음은 노조에게도 충격적이라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협력하하고 사법 판단을 존중하겠다"면서도 "(동아일보의 보도처럼) 노조가 직접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한 적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포 대리점에서는 택배 기사들의 급여를 6년 가까이 제 때 지급하지 않았다. 총급여의 2분의 1을 월급날에 넣고 나머지를 일주일이나 보름 후에 나눠서 줬다"라면서 "이런 문제들이 쌓이며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단톡방에서 거친 표현들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없는 단톡방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 택배기사들은 대리점주에게 종속된 상황에서 일해왔다. 그렇게 무리해서 일하다 죽고 다친 것"이라면서 "재차 A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만 이 문제가 대리점주와 노조와의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이는 대리점주들의 '노조 죽이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원청인 CJ대한통운에게도 직간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원청 택배사와 택배 대리점, 그리고 택배 기사는 각 사업자 간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다. 원청 택배사들은 공개입찰로 특정 지역에 대해 대리점과 도급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기사들과 따로 위탁 계약을 맺는 구조다. 특수 고용직인 택배 기사들은 일한 만큼 대리점이 책정한 수수료를 받게 된다.

택배노조가 2017년 합법화된 후 택배기사들은 단체 행동을 통해 수수료를 비롯해 대리점 운영을 두고 대리점주와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 관계자는 "A씨의 사망은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오랜 갈등을 풀기 위해 원청인 CJ대한통운도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