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재개 이후 부진을 이어가던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김민우가 두 달여 만에 값진 승리를 따냈다.

김민우는 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7.2이닝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 시즌 10승째를 달성했다.

7월 10일 SSG 랜더스전을 끝으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던 김민우는 이날 등판에서 후반기 첫 승을 신고했다. 무엇보다도, 2015년 안영명 이후 한화에서 6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은 국내 투수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팀에게도 의미가 큰 승리였다.
 
 4일 KIA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민우가 승리투수가 되면서 2015년 안영명 이후 6년 만에 한화에서 국내 선발 10승 투수가 탄생했다.

4일 KIA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민우가 승리투수가 되면서 2015년 안영명 이후 6년 만에 한화에서 국내 선발 10승 투수가 탄생했다. ⓒ 한화 이글스


올해 최다 이닝 소화, 팀 승리 이끈 김민우의 호투

임기영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김민우는 먼저 점수를 내줬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지만, 2회초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최형우의 타구를 우익수 조한민이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3루타로 연결됐고, 후속타자 류지혁의 땅볼 때 최형우가 홈을 밟았다.

이에 질세라 한화 타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3회말 선두타자 정은원의 안타와 최재훈의 볼넷으로 득점권 기회를 잡았고, 이어진 1사 1, 3루에서 김태연이 1타점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면서 곧바로 균형을 맞췄다.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5회였다. 5회초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고 김민식과 이창진에게 각각 안타, 볼넷을 허용한 김민우가 순식간에 실점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박찬호를 공 3개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마쳤다.

반면 김민우와 마찬가지로 4회까지 1실점만 내준 KIA 선발 임기영은 5회말 와르르 무너졌다. 1사 만루에서 페레즈의 1타점 적시타로 한화가 리드를 잡았고, 이후에도 네 점을 더 보태면서 6-1까지 달아났다. 이날 경기서 좋은 흐름을 유지한 김민우의 투구 내용을 고려하면, KIA에게는 따라가기 쉽지 않은 격차였다.

김민우는 타자들의 득점 지원으로 부담을 덜어냈고, 6회초에 이어 7회초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5점 차 리드를 지켜나갔다. 시즌 첫 8이닝 투구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두고 8회초 2사 1, 2루서 교체됐지만, 관중석에서는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김민우에게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패스트볼 구속 저하로 위기 왔던 김민우...반전 만들까

김민우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황영국이 9회초 김민식에게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는 등 좀처럼 경기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결국 1사 만루의 위기가 되자 한화 벤치에서는 마무리 투수 정우람까지 기용했고, 박찬호와 최원준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민우의 시즌 10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올여름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 마운드에 큰 힘을 실어주었던 김민우는 소속팀으로 돌아오고 나서 좀처럼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4일 KIA전 이전까지 후반기 세 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올림픽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다.

4일 경기 후 인터뷰를 가진 김민우는 그동안의 부진에 대한 이유로 패스트볼 구속 저하를 꼽았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실제로 4일 KIA전을 포함해 후반기 총 네 번의 등판에서 경기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올 시즌 김민우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140.6km)보다 밑도는 수치를 나타냈다.

4일 KIA전 패스트볼 평균 구속(138.8km) 역시 올 시즌 평균에 약 1~2km 미치지 못했다. 다만 KIA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맞춰잡는 피칭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오랜만에 거둔 승리가 김민우에게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는 하다. 중상위권 팀들을 만나서도 이날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내색하지는 않았어도 '아홉수'의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김민우가 KIA전 승리에 힘입어 남은 시즌에는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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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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