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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간첩단'이라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일명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 해당 사건의 피의자 4명 중 3명이 구속된 지 4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사진은 지난 8월 2일 오후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청주 간첩단"이라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일명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 해당 사건의 피의자 4명 중 3명이 구속된 지 4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사진은 지난 8월 2일 오후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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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간첩단'이라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 해당 사건의 피의자 4명 중 3명이 구속된 지 4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언론의 관심도 이제는 조용해졌다. 수사를 통해 진전된 사항도 없다. 유일하게 구속을 면한 피의자에게 다시 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쯤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이들은 국가보안법 제4조 '목적수행'죄에 해당하는 간첩일까? 간첩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현재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4명과 그의 변호인은 '간첩죄'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충북인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사중인 사안이라 말할 것이 없다. 우리는 오로지 증거로 말할 뿐이다. 수사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충북인뉴스>는 충주동지회 사건을 둘러싼 쟁점과 의문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 기자 말


충북동지회는 '간첩'일까? 핵심은 국가보안법 4조

충북동지회 사건과 매우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2016년 A목사간첩사건이다.

지난 2017년 6월 13일 서울고법제12형사부는 같첩사건으로 피소된 A목사의 항소심(사건번호 2017노23)에서 국가보안법 상 통신연락 및 편의제공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반면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와 자진지원, 찬양고무 혐의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목사간첩사건은 여러모로 충북동지회 사건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 두 사건 모두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225국(현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리광진'이 등장한다. A목사 판결문과 충북동지회 사건 피의자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리광진과 해외에서 접촉해 포섭됐다.

또한 스테가노그래피란 암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령과 보고문을 주고 받은 것도 동일했다. 북으로부터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도 같았다. 금액도 엇비슷하다.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구성원 1인시위 장면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구성원 1인시위 장면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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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지령을 받고 스텔스전투기 F-35A 도입반대 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충북동지회 소속 청주 활동가들은 지난 8월 2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3명은 구속되고 1명은 불구속됐다.

일부 언론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청주 간첩단' 사건이라고 지칭했다. 간첩이라고 규정하려면 '간첩죄'라 부르는 '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 죄가 적용돼야 한다. 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 혐의는 반국가 단체의 지령을 받은 사람이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수행할 때 적용된다. 충북동지회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청국가수사본부는 피의자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가보안법 4조를 적시했다.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동지회 구성원들은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문화교류국 소속 리광진 등 3명을 만나 지하당을 만들라는 지령을 받았다.

또한 동지회 구성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USB 저장장치에서 지령문과 보고문등을 확보했다며 증거로 제시했다. 스테가노그라피란 프로그램을 통해 암호화한 파일로 저장됐다고도 덧붙였다.

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이를 바탕으로 동지회 구성원들에게 국가보안법 4조를 혐의로 적용했다.

USB에 저장된 지령문과 보고문은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동지회 구성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들이 북과 주고받은 지령문과 보고문이 들어있는 USB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동지회 구성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들이 북과 주고받은 지령문과 보고문이 들어있는 USB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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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구속영장청구서에 충북동지회가 북한과 주고 받았다는 지령문과 보고문을 상세하게 적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북의 누구와 지령문을 주고 받았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불상의 장소에서 성명을 알 수 없는 자로부터'라거나 '불상의 장소에서 성명을 알 수 없는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등의 표현을 썼다. 어떤 방법으로 주고 받았는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피의자 측은 '국정원이 날조한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피의자 측 변호사 B씨는 "USB가 동지회 것이라는 증거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며 "이들(동지회)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압수수색 당시 수십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이 놓고 간 것인지 누가 아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문과 지령문을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았는지, 주고 받았다면 상대방이 북한 공작원인지 증거로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충북동지회 사건과 유사한 A목사간첩사건은 법원에서 어떻게 판결했을까?

A목사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통신연락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북한 225국 소속 공작원과 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해 리광진 등 공작원에게 파일을 전달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검찰은 A목사의 신체와 자택 등에서 압수한 SD카드를 증거로 제시했다. SD카드에는 A 목사가 북한 공작원과 주고받았다는 지령문과 보고문 파일이 담겨 있었다. 이 파일은 충북동지회 사건과 마찬가지로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제작·생성됐다. 또 A목사의 중국 이메일 계정에서 취득한 파일과 중국포털사이트에 올린 게시물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먼저 SD카드에 저장된 지령문과 보고문에 대해서는 "(이것 만으로)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A목사의 중국계 이메일에서 나온 파일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해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소재하는 디지털정보에 대해 압수수색 검증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 대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것이므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취득된 이메일 내용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위 방식이 설사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위 이메일 계정이 북한 225국 소속 공작원과 공동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USB에 들어 있는 보고문만으로 위 메일 계정이 북한 공작원과 공동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충북동지회 사건 역시 USB에 저장된 지령문과 보고문이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인정될지가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국정원과 국가수사본부는 동지회 구성원들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보고문과 지령문을 주고받았는지도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충북인뉴스>는 충주동지회 사건을 둘러싼 쟁점과 의문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충북인뉴스>는 충주동지회 사건을 둘러싼 쟁점과 의문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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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간첩단, #국가보안법, #목적수행,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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