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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노조 아침집회 참여 문제를 놓고 당시 비조합원 A씨와 택배노조 B씨 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2019년 4월 노조 아침집회 참여 문제를 놓고 당시 비조합원 A씨와 택배노조 B씨 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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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수언론이 앞다퉈 기사화 한 '택배노조 간부의 비노조원 폭행 영상'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택배노조를 통해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그날의 CCTV 영상에는 추가적인 상황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4월 찍힌 첫 번째 영상에서 폭행 당한 A씨와 발차기를 한 택배노조 조합원 B씨는 멱살을 잡고 싸움을 한다. 두 사람은 동료들의 제지에도 쌓아둔 택배상자를 밀치며 싸울 정도로 거칠게 다퉜다. 이후 A씨는 차량 쪽으로 사라지고 동료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모습이 보인다. 택배노조는 "A씨가 이때 망치를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두 번째 영상에는 <조선일보> 등 언론에서 공개한 8초짜리 장면이 포함됐다. 이전 상황에서 A씨와 다툼을 이어간 택배노조 조합원 B씨는 화면 속 좌측에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다. 그런데 잠시 뒤 화면 속 우측에서 A씨가 나타나 아래쪽에 있던 택배상자를 택배조노 조합원에게 던진다. 가만히 서있던 B씨는 택배상자를 맞은 뒤 옆에 있던 다른 상자를 집어들어 A씨에게 던졌다. 그리곤 레일로 올라가 A씨를 향해 발차기를 한다. 보수언론이 보도한 8초짜리 영상에는 이런 장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 오전 <조선일보>는 '작업대 올라 가슴킥… 택배노조 간부, 비노조원 이렇게 대했다'에서 "붉은 머리띠를 두른 한 남성은 컨베이어 작업대 위로 뛰어올라 맞은편에 서 있던 모 택배사 유니폼 차림의 남성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찬다"며 "발차기를 맞은 반대쪽 남성은 1m 이상 뒤로 나자빠지며 화면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라고 밝혔다.

이에 택배노조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온 날 점심께 기자들에게 "사건과 관련해 당시 비조합원이자 당사자인 A씨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내왔다"면서 자료 하나를 전달했다. 

해당 자료에는 영상에서 폭행을 당한 A씨의 입장이 담겨 있었다. 자료에는 A씨가 "해당 사건은 2년 전인 2019년 4월 발생한 것으로, 당시 노조 아침집회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싸움이 벌어졌다"면서 "당시까지만 해도 노조 활동에 회의적이었던 저는, 아침 집회 참여 문제를 놓고 노조원들이 격론을 벌이는 과정을 보며 실소를 했는데, 이를 본 조합원들이 이에 대해 따지면서 격분해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그가 "처음에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움이 벌어졌고, 격분한 제가 망치를 들었지만 조합원들이 말렸다"라며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한 명이 다치게 되었다. 그렇게 1차적으로 진정이 됐지만 저는 분을 참지 못했고, 주변의 택배를 당사자에게 던졌다. 이후 <조선일보>에 나온 영상처럼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서술돼 있었다. 
 
▲ 논란의 택배노조 폭행 영상, 직접 확인해보니... 2019년 4월 노조 아침집회 참여 문제를 놓고 당시 비조합원 A씨와 택배노조 B씨 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위 영상은 <조선일보>가 기사에 첨부한 8초짜리 CCTV 영상의 이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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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날 저녁 <조선일보>는 폭행 당한 A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택배노조 보도자료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A씨는 "난 가만히 있었고 B씨가 갑자기 날라차기를 했다. 스스로를 지키겠단 마음으로 차에 있던 차량용 망치를 들고 나왔다. 난 택배를 집어 던진 적도 없다. 택배노조가 만들어 낸 얘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공개한 8초짜리 영상만 보면 A씨는 가만히 서있다 폭행당한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조선일보>는 이전 상황이 있음에도 교묘하게 앞뒤를 자르고 8초짜리로 편집해 택배노조 간부의 폭력성만 부각시켰다"며 "매우 자극적인 과장보도다.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와 고소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첫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네이버 밴드 '택배기사 권리찾기 전국모임' 게시판에 '택배노조 집행부의 비노조원 폭행'이란 제목으로 돌고 있는 8초짜리 택배 분류장 내 CCTV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택배노조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 대리점주 사망사건 이후 <조선일보>는 연일 노조를 비방하는 악의적 왜곡보도로 '노조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라며 "사실을 왜곡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택배노조는 9일 조선일보가 '택배 기사를 발로 찬 택배노조 간부… 집회때 '대타' 비용 대리점주들한테 받아'를 통해 "택배노조 간부 A씨가 집회 참석에 필요한 경비를 대리점주들에게 내도록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근 온라인 화제가 된 폭행 영상의 가해자"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해당 대리점주 4명의 기명 입장문을 통해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태그:#택배노조, #조선일보, #택배,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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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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