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끔씩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는 선수 만큼이나 감독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 11일 경기가 그랬다.

키움 히어로즈는 11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13-7로 6점 차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경기 결과로 3연승을 달린 4위 키움은 5위 SSG 랜더스와의 격차를 1.5경기 차까지 벌려 놓았다.

6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면서 마운드를 책임졌던 선발 투수 최원태는 6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 시즌 8승 달성에 성공했다. 프로 데뷔 이후 유일하게 부산 사직구장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만큼 더욱 값진 승리였다.

그리고 최원태의 사직구장 첫승 못지않게 키움 입장에서는 특이한 기록이 하나 더 나왔다. 바로 '매의 눈'을 발휘한 홍원기 감독의 비디오판독 3회 번복이었다.
 
 홍원기 감독이 한 경기에서 세 번의 비디오판독 성공이라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주말 시리즈 첫승을 이끌었다.

홍원기 감독이 한 경기에서 세 번의 비디오판독 성공이라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주말 시리즈 첫승을 이끌었다. ⓒ 키움 히어로즈

 
모든 기회 살린 홍원기 감독

2회 양 팀이 한 점씩 주고 받은 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홍원기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온 것은 키움의 공격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4회초였다. 2사 1, 2루 이용규의 타석에서 2구가 들어온 이후 포수 안중열이 재빠르게 1루로 공을 뿌렸고, 이에 대해 1루심은 최초 판정을 1루주자 태그 아웃으로 선언했다.

홍원기 감독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이루어졌고,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1루주자 변상권이 1루수 정훈의 태그를 피하면서 귀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판독까지 2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결국 판정이 번복되면서 이닝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정후의 솔로포와 김혜성의 1타점 적시타로 5회초부터 다시 리드를 잡은 키움은 6회초 공격 도중에 두 번째 비디오판독 요청 기회를 사용했다. 1사 만루서 이지영이 때린 타구가 6-4-3으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로 연결됐는데, 1루수의 포구보다 타자의 1루 도달이 더 빠르지 않았냐는 게 홍원기 감독의 생각이었다.

이지영이 1루를 밟는 시점과 1루수 정훈이 공을 잡는 시점이 리플레이 화면 상으로 거의 비슷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이지영의 발이 빨랐다. 현장에서 중계화면을 전광판으로 지켜보던 롯데팬들이 탄식을 내뱉을 정도로 이 역시 판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다시 한 번 판정이 뒤집혔다.

규정상 비디오판독 2회 성공 시 한 번의 추가 기회를 얻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한 번의 기회까지 써야만 했다. 키움이 8-4로 앞서고 있던 8회말 2사 1, 2루 한동희의 우중간 2루타 때 2루주자 안치홍에 이어 1루주자 정훈까지 홈으로 쇄도했고, 주심은 두 명 모두 득점을 인정했다.

포수 이지영이 분명히 태그했다는 제스처를 보이자 다시 한 번 홍원기 감독이 움직였고, 판독 결과 1루주자 정훈이 홈을 밟기 직전에 이지영이 정훈의 좌측 허벅지 뒤쪽을 태그한 게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은 한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최대 세 번의 기회를 다 살려냈다.

아쉬운 부분도 존재

비디오판독으로 판정을 바꾼 세 번의 장면 모두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첫 판독 성공 당시에는 이용규가 볼넷을 얻고도 2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나 이후 두 차례의 판독에서는 번복 이후 추가 득점 획득 및 추가 실점 방지로 상대에게 경기의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비디오판독이 번번이 성공할 때마다 롯데 입장에서는 허탈한 미소를 지어보여야 했고, 반대로 키움은 사령탑의 신들린 판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애초에 심판이 정확하게 판정을 내렸다면 홍원기 감독이 움직일 일도 없었다.

2014시즌 후반기에 도입한 심판 합의 판정을 비롯해 KBO는 지속적으로 비디오 판독 제도를 수정했고, 그 과정에서 판독 횟수를 놓고서도 몇 차례 변화를 주었다. 올초에는 2020시즌 판독 결과와 관계없이 각 팀에게 경기당 2번의 기회를 주던 것을 2021시즌 2번 성공 시 1번 더 요청할 수 있는 쪽으로 변경했다.

연장전에 돌입하게 된다면 팀에게 한 번씩 비디오 판독 기회가 주어지지만, 한시적으로 연장전이 폐지된 올 시즌 후반기에는 아무리 많아야 3번까지만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이날 8회 이후에도 모호한 판정이 또 나왔을 경우에는 아무리 의문이 들더라도 그땐 키움 벤치는 심판 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애초에 비디오판독을 도입한 목적은 오심으로 인한 선수와 팀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었다. 물론 심판들이 제도에 기대어 느슨하게 판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심판이기전에 이들도 사람이기에 시즌 내내 완벽할 수는 없다. 다만 11일 홍원기 감독과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좋은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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