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가을은 우리에게 빨리 달려오고 있다. 지난 여름 무던히도 더워 견디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13일 오후, 북한산 족두리봉을 지나 탕춘대 성곽길을 걸었다. 족두리봉을 오를 때 이마에서 땀은 흐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상쾌한 기분으로 산을 올랐다. 족두리봉 정상에는 몇몇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족두리봉 정상에서 향로봉을 바라 보니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둥실 떠 있다. 족두리봉을 지나 향로봉쪽으로 걸어간다. 떡갈나무잎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한다.
향로봉을 오르기 전에 우측 탕춘대쪽으로 걷는다. 탕춘대 성곽길은 완만하고 소나무 숲길이어서 좋다. 성곽길 아래 산초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등산로 옆에는 싸리나무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산을 오르기에 바쁜 등산객들은 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다.
작은 떡갈나무가 단풍이 들었다. 석양에 빛나는 단풍잎은 가까이 가 보니 온전한 잎이 하나도 없다. 바람에 찟기고, 벌레먹고, 험한 시절을 보내며 이제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고 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도 세상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 많은 상처들을 가슴에 담고 있다가 노년에는 그 것들은 삶의 한 과정이고, 사람을 성숙하게하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색의 계절 가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