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의 선방 능력도 훌륭했지만 더 결정적인 순간에 현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가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역시 마지막 승부차기 부담감은 꽤 무겁게 다가왔고 그 긴장감을 조현우 덕분에 이겨낸 울산은 K리그 클럽 중에서 가장 먼저 8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14일(화) 오후 8시 울산 문수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단판 게임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를 연장전 후 승부차기 3-2로 아슬아슬하게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역시 '빛현우'
 
 1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울산 현대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한 울산 골키퍼 조현우 옆으로 가와사키 골키퍼 정성룡이 지나가고 있다.

1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울산 현대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한 울산 골키퍼 조현우 옆으로 가와사키 골키퍼 정성룡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게임은 챔피언스리그 16강 최고의 빅 매치였다. 현재 K리그 1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28게임 55점 15승 10무 3패)와 일본 J리그 1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와사키 프론탈레(27게임 66점 20승 6무 1패)가 만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재 성적 이외에도 다른 자존심 대결이 눈에 띄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골문을 지키는 선수는 과거 한국 국가대표 팀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1985년 1월생)이며, 울산 현대의 골문을 지키는 선수는 현 한국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1991년 9월생)다.

이들이 지키는 양쪽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정규 시간 90분을 다 쓴 것도 모자라 연장전 30분이 이어졌지만 공식 득점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축구에서 골문 앞 안정감은 팀 실력으로 직결되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연장전에 들어가서 양 팀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한 차례씩 나누었는데 여기서도 골키퍼들의 슈퍼 세이브 실력은 상대 공격수들을 압도했다. 먼저 빛난 골키퍼는 역시 울산의 조현우였다. 연장전 전반 종료 직전인 105분에 가와사키 프론탈레 센터백 야마무라가 공격에 가담하여 골이나 다름없는 정면 헤더 슛을 날렸지만 조현우가 바로 앞에서 몸을 날려 그 공을 기막히게 걷어냈다. 

연장 후반전도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울산 현대의 교체 선수 김지현이 윤빛가람의 왼쪽 코너킥을 받아 헤더 슛을 날리며 극장 결승골을 노렸을 때에는 가와사키 프론탈레 골키퍼 정성룡이 아찔한 실수를 저질렀다.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타이밍이 약간 늦어서 김지현의 헤더 슛이 골문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그런데 이 공은 안타깝게도 골문 안쪽을 외면하고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말았다.

이렇게 골 없이 이어진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양 팀 선수들은 11미터 지점에 깔린 잔디가 디딤발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들뜨거나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어이없는 실축이 나왔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두 번째 키커 하세가와의 오른발 킥은 크로스바를 넘어서 날아가 버렸고 바로 다음에 나온 울산 현대의 두 번째 키커 원두재의 오른발 킥도 약간 높게 날아가더니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키커의 실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페널티킥 특성상 거의 같은 곳을 디딤발로 밟아야 하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실축 현상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어진 울산 현대의 세 번째 키커 이동준은 어설픈 속임 동작으로 상대 골키퍼를 속이려고 했지만 킥보다 먼저 앞으로 나온 정성룡을 상대로 운 좋게 얻은 두 번째 페널티킥까지 슈퍼 세이브에 가로 막혔다. 비교적 어린 이동준이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베테랑 골키퍼의 순발력은 여전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미드필더 주앙 슈미트의 이어진 왼발 킥도 크로스바 위로 넘어가는 바람에 결국 이 11미터 페널티 슛 아웃은 마지막 키커의 발끝과 골키퍼의 손끝에 모든 것을 내걸 수밖에 없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다섯 번째 키커는 이에나가 아키히로였는데 그의 왼발 킥 방향을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예측하고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한국 축구팬들이 조현우를 '빛'으로 부르며 찬사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승리 기회를 잡은 울산의 윤빛가람은 깊은 숨을 내뱉은 뒤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고 활짝 웃으며 동료들과 8강 진출 기쁨을 나눴다.

마지막 열 번의 킥으로 결과가 나와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신-구 골키퍼들의 실력 대결에서는 결국 현재 국가대표 조현우가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이제 울산 현대는 다시 K리그 1 일정으로 돌아와 18일(토)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로 들어가서 리그 4위 대구 FC를 만나야 한다. 대구 FC는 울산보다 2시간 먼저 나고야 그램퍼스(일본)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2-4로 역전패하는 바람에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기록만 남기고 급히 돌아오게 됐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결과(14일 오후 8시, 울산 문수 스타디움)

울산 현대 0-0 가와사키 프론탈레
- 연장전 후 승부차기 3-2로 울산 현대 8강 진출!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오세훈(88분↔김지현)
AMF : 바코(88분↔윤일록), 김성준(67분↔이청용), 이동경(67분↔윤빛가람), 이동준
DMF : 원두재
DF : 홍철,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118분↔이명재)
GK : 조현우

나고야 그램퍼스 4-2 대구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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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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