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리그 최고의 '출루왕'은 단연 홍창기(LG 트윈스)다. 10개 구단 리드오프 가운데 가장 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LG는 28일 오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5-2 3점 차 승리를 거두었다. 선발 배재준이 4회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지만, 김윤식을 시작으로 총 5명의 불펜 투수가 호투 릴레이를 펼치면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한 유강남은 팀에서 유일한 3안타 경기를 펼쳤고, 멀티히트를 기록한 홍창기와 서건창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특히 홍창기는 9월 18일 KIA전 이후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나갔다.
 
 홍창기가 28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멀티히트 활약으로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홍창기가 28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멀티히트 활약으로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 LG 트윈스

 
'출루 머신'으로서의 존재감, '눈야구'까지 장착한 홍창기

안타를 꾸준히 때리다 보니 어느덧 타율 부문 3위, 최다안타 부문 공동 5위, OPS 부문 7위 등 각종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이다. 무엇보다도, 출루 능력이 올 시즌 홍창기의 가치를 더 높여주고 있다. 

이정후(0.452), 강백호(0.451) 등 몇몇 선수가 홍창기(0.459)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지만 홍창기의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0년대 이후 팀 내에서 현재 홍창기보다 더 높은 단일 시즌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이제는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라는 것을 숫자가 말해준다.

홍창기는 공을 잘 때리는 것만큼이나 잘 보기도 했다. 지난 시즌 85개의 볼넷으로 이 부문 4위를 차지한 그는 이미 이보다 더 많은 볼넷(85개)을 얻어냈고, 올 시즌 홍창기보다 더 많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선수는 리그에서 정은원(94개) 단 한 명뿐이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홍창기의 볼넷/삼진(BB/K) 비율은 1.21로 리그 전체 6위다. 타석당 삼진 비율이 13.6%로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지만, 타석당 볼넷 비율이 16.5%에 달한다. 볼넷/삼진 비율만 놓고 보면 '볼넷 1위' 정은원(1.03)보다 좀 더 낫다.

공을 배트에 맞춰서 루상에 나가기도 하지만, 결국 리드오프의 임무는 출루를 해서 팀 공격을 이끄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눈야구'까지 장착한 홍창기는 누가 뭐래도 2021시즌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다.

대체적으로 고전하는 좌타자들

또 한 가지, 리그 내 좌타자들과 다르게 홍창기의 BABIP가 오히려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

여러 팀들이 좌타자 상대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활용하는데, 이러한 추세는 기록으로 연결됐다. 지난해(0.323)보다 올해(0.312) KBO리그 좌타자 BABIP가 감소했는데, 우타자 BABIP(2020년 0.304 → 2021년 0.297)에 비해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0.397의 BABIP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베테랑' 최형우의 경우 올 시즌에는 0.253으로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최형우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나성범도 2020년(0.395)보다 낮은 0.321의 BABIP를 나타낸다.

그러나 홍창기는 달랐다. 오히려 지난해(0.342)보다 올해(0.392) BABIP가 더 높다. 이는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1위 강백호(0.395)와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바빕신의 가호를 받는다'는 표현이 존재할 만큼 운도 따라야 하지만, 부침을 겪는 좌타자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 홍창기의 타구 방향 비율에 있어서 좌측, 우측 방면 타구 비율이 소폭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방면 타구 비율이 28.6%로 2.7%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큰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어느 한 쪽으로 타구 방향 비율이 크게 치우치지 않는 것도 좌타자들의 고전 속에서 살아남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경찰청을 다녀와서 주전 외야수로 거듭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단 두 시즌 만에 완성형 리드오프에 가까워졌다. 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홍창기가 좋은 흐름을 시즌 막판까지 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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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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