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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지역 정체성과 시민의 삶을 담아내는 문화플랫폼으로서 문화도시 용인의 출발점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용인은 그간 난개발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도시다. 그런 만큼 개발과정에서 과거역사를 살필 수 있는 선조의 유산과 유물들이 많이 발굴됐다. 하지만 귀한 유물과 유산은 제대로 된 시립박물관이 없어 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외부로 대거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과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사업의 본격화를 앞두고 관련 기관과 연구자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용인은 몇 개월 후면 특례시가 된다. 그 위상에 걸맞는 '업그레이드 용인'이 과제다. 특히 문화를 통한 지역정체성 재정립이 절실하다는 중론이다.

이번 기획연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용인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전시·교육·연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공립박물관 건립의 절실함과 시급성을 공유하고 한 걸음 더 본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용인시 박물관 추진사업에 참고와 도움이 될 만한 전국의 대표적인 박물관을 돌아봤다. 지역특색과 다양한 접근법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고 있었다. 차례로 소개한다.

문화‧역사‧자연 연계형 공원 속 김천시립박물관

경북 교통의 요지 김천에 들어서면 웅장하고 아름다운 '영남 제1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용인처럼 도농복합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인구가 15만여 명으로 깨끗하고 조용한 전형적인 지방도시의 모습이다.

김천시가 혁신도시 지정과 철도망 구축 등으로 지역발전의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공원을 중심으로 한 경관사업과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다.

김천시엔 공원이 꽤 많다. 직지문화공원, 강변공원, 조각공원, 직지천변 생태공원, 중앙공원, 환경공원, 덕곡체육공원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250여 개의 공원과 함께 곳곳에 설치된 여러 조각품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엔 전국 조경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어디를 가도 깨끗한 도시, 문화와 예술이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예향의 도시 김천. 그 중에서도 김천을 대표하는 곳을 꼽으라면 직지사(直指寺)를 중심으로 한 문화벨트라 할 수 있다. "초대 민선시장을 한 박팔용이란 분이 있었어요. 아마 세 차례나 연임했을 텐데 그 당시 십 수 년 동안 김천시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어요. 직지사 주변에 공원과 여러 박물관이 들어선 것도 그때부터 추진된 거로 알고 있어요."

직지사 인근 식당에서 만난 주인아주머니는 오래 전 퇴임한 전직 시장이름을 기억한다. 단체장의 문화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시민들 속에 각인되는 지를 밥상머리에서 느끼게 해 주었다.
 
경북 김천박물관 내부 전경
 경북 김천박물관 내부 전경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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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가 주도하는 공립박물관 건립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적절한 입지와 예산, 박물관을 구성하는 콘텐츠 외에도 설득력 있는 발전전략이 인정돼야 한다. 치적용 졸속추진으로 외관만 화려하고 실제 시민들부터 외면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김천박물관은 어떻게 이런 난관들을 통과했을까. 무엇보다 훌륭한 입지조건은 김천박물관의 커다란 장점이다. 독립적 입지보단 시민과 외부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들를만한 곳을 선택했다. 다름 아닌 직지사 입구다.

직지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본사가 있는 대사찰이다. 더구나 한국불교 1600년의 역사와 그 세월을 같이 하는 유서깊은 절이다. 서기 418년에 아도 화상이 세워 수많은 고승들을 배출한 것은 물론 아름다운 경내는 뭇 사찰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황악산 절경을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들어앉은 직지사는 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김천시립박물관은 이와 같이 김천을 찾는 사람들이 대개는 거쳐 가는 직지사와 연계전략으로 지역박물관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했고, 그 방법은 적중했다.

두 번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 속에 자리 잡아 자연스레 발길이 향하도록 했다. 원래 이곳은 황악산 하야로비공원 내부 시설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명대사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김천시는 직지사 권역 문화관광자원으로 공원을 조성했다. 백두대간 황악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근 문화·역사 자원을 연계해 김천의 역사와 문화를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산 교육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아래 시작된 사업이었다.
 
경북 김천박물관 주변에는 연계형 테마시설이 갖추고 있어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경북 김천박물관 주변에는 연계형 테마시설이 갖추고 있어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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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박물관 불구 복합문화공간으로 경쟁력 확보

이같은 필요성에 의해 2017년 전시물 설계 및 제작설치 착수하고 2019년 7월 건축공사에 착공했다. 같은 해 10월 김천시립박물관 명칭을 확정지은 후 지난해인 2020년 6월 마침내 개관에 이르렀다.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을 마친 것이다.

김천시립박물관은 김천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김천에서 출토된 다양한 문화재 전시는 기본이며 기획전시실과 영상실, 강당, 세미나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기도 한다. 김천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어린이문화체험실과 VR패러글라이딩체험 등의 체험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총 3개 층으로 1층 제1전시실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김천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2전시실은 김천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관광자원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김천시립박물관은 걸음마 단계 이다보니 축적된 경험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영주체도 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일반관리직이 5명이고 학예사는 1명이다. 여행자센터에 문화해설사가 상주하며 박물관 투어를 보조하고 있긴 했지만 기획전시 등을 기획하고 실행할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해 보였다.

평화의탑‧김천세계박물관 등 다채로운 테마시설 즐비

김천시는 킬러콘텐츠보단 확실히 연계형 자원을 활용한 상호 보완전략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경우다. 여행자센터에서 만난 김천시문화해설사 정영애씨는 이렇게 말했다.

"시립박물관만 보려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또 충분하고 다양한 전시유물이 축적돼 있는 것도 아니죠. 일반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여름 밤에 오면 인근에서 분수 쇼를 볼 수도 있고 아름다운 조명에 비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평화의탑 등 다채롭게 구경거리와 즐길거리가 충족시켜주는 거죠."

그럼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공원 내에는 김천시립박물관 지척에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이 있다. 어느 재일교포 2세가 서양자기, 크리스탈 등 1019점을 김천시에 기증하면서 만들어진 박물관이다. 건물면적 600㎡로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3개의 전시실과 영상실이 있다. 뿐만이 아니다. 백수문학관도 이곳에 있다. 백수문학관은 한국 현대시조의 선구자로 시조의 중흥기를 열었던 정완영 선생님의 숭고한 문학정신과 혼이 깃든 곳이며 선생님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건강문화원
 건강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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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평화의탑'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승병을 이끌고 나라를 구해 호국선사로 널리 알려진 사명대사. '사명당'으로 더욱 친숙한 그가 출가해 머물던 곳이 직지사다. 2019년 말경 완공된 이 탑은 불심을 이용해 평화를 지향했던 그를 상징하는 구조물로 알려졌다. 441㎡ 규모에 정면·측면 각 3칸, 높이가 41.2m로 건축한 국내에서 가장 높은 5층 목탑이다. 공원의 랜드마크 격이다.

특히 야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단다. 맥락없이 과도한 입체구조물은 때론 주변과의 조화를 해치고 생뚱맞게 느껴지곤 하는데 '평화의탑'은 그 경계를 가까스로 넘지 않은 절제미가 느껴졌다.

문화와 생태뿐 만 아니라 체험형 복합휴양단지를 지향하는 만큼 전통한옥촌도 공원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이는 김천시가 1박 2일 체류형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머뭄 숙박시설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묶인다. 바로 사명대사공원이다.

용인시에 제대로 된 규모와 시설을 갖춘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문화계의 입장은 대개 적극적이다. 다만 독립형 공간보단 김천시처럼 연계형 벨트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미래지향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너지 효과를 감안한 발상이다.

문화도시 용인을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도시위상을 재고할 문화플랫폼, 즉 새로운 박물관 건립은 필수다. 이 시점에서 사명대사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북 김천시의 복합모델은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경북 김천엔 '사명대사공원'이 있다
 
경북 김천시 사명대사공원
 경북 김천시 사명대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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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 공원으로 이름 지어진 지는 오래지 않다. 경북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 초입, 직지문화공원 옆에 조성된 애초 명칭은 황악산 하야로비공원이었다. 하야로비는 해오라기(왜가릿과의 새) 옛말인데 이곳에 많은 하야로비가 날아들어 붙여진 이름이다.

하야로비 공원조성 사업은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3대 문화권(유교·가야·신라) 선도사업으로 추진됐다. 2021년까지 문경 녹색문화상생벨트, 경주 신화랑풍류벨트 조성사업 등 30개 사업 43개 지구에서 관광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부터 14만3000여㎡ 터에 총 사업비 936억 원으로 시작됐다. 2016년 12월 기반공사와 조경공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문화·생태·체험형 복합휴양단지로 조성을 마친 상태다.

사명대사공원으로 바뀐 이유는 인지도가 많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로비'보단 호국선사로 널리 알려진데다 직지사를 근거지로 불교 전파와 의병활동을 했던 사명대사의 호감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현재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김천시립박물관을 비롯해 평화의탑‧북암루‧건강문화원(한옥체험,건강체험)‧ 솔향다원‧물놀이장‧물레방아‧북암지‧여행자‧치유의숲‧무궁화공원 등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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