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행이 걸린 아시아 최종예선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한국축구 팬들에게는 벤투호의 성적 다음으로 관심을 모으는 또다른 팀이 바로 베트남이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초로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하며 화제가 됐다.

베트남은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에서 2위로 최종예선 출전권을 따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최종예선 티켓을 딴 것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박항서 감독은 2017년 9월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겸임 감독으로 선임된 이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8 스즈키컵 우승-2019 AFC 아시안컵 8강 등 굵직한 성적을 기록하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로 또 하나의 신화를 추가했다.

최종예선에서 모국인 한국과의 대결 가능성도 기대를 모았으나 베트남이 B조, 한국의 A조로 엇갈리면서 박항서 감독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 축구팬들은 오히려 부담없이 베트남의 승리를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이다. 내친김에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첫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기적까지 이뤄낼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베트남의 전력은 B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박 감독은 지난 6월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최종예선 진출의 기쁨은 잠시뿐이다. 선수들에게도 아시아 정상의 팀들과 겨뤄보는 것은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며 도전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베트남은 지난 9월 열린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연패하며 B조 5위로 밀려나며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

베트남은 10월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샤르자에서 중국을 상대로 중립경기로 최종예선 3차전을, 13일 오만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베트남으로서는 최종예선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다. B조에서 약체 그룹으로 평가받는 중국과 오만은 그나마 베트남이 이번 최종예선에서 승리를 노려볼 수 있는 상대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B조 최하위로 처진 중국과의 대결은 사실상 꼴찌를 가늠하게 될 단두대 매치다. 베트남과 중국은 나란히 2연패를 당했지만 골득실 차이로 현재 중국이 최하위에 처져있다. 두 팀 모두 초반 대진운이 좋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지만, 베트남이 아시아 강호인 사우디와 호주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중국은 호주와 일본을 상대로 졸전을 펼치며 자국에서도 엄청난 비난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베트남이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만으로도 이미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동안 번번이 아시아예선에서 좌절을 거듭해 온 중국으로서는 이번에야말로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밟아보지 못한 본선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 보다 컸던 상황이다. 최종예선이 시작되기 직전만 해도 장및빛 전망으로 가득하던 중국 매체들은 이제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 이제 베트남을 이기는 것도 쉽지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중국 매체 '사커차이나'는 지난 달 30일(한국시간) 자국대표팀의 상황을 짚으며 "중국은 현재 충격적 2연패를 당하고 조직력부터 선수들 사기까지 크게 떨어져 있다. 다음 상대인 베트남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다.

중국은 베트남전도 이기지 못할 경우 사실상 본선진출 가능성은 사라진다.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내라는 압박감이 크다. 중국 언론들이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그나마 베트남보다 확실하게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피지컬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다.

베트남은 수비 조직력과 역습, 세트피스가 뛰어나지만 최종예선에 나서는 아시아 12개 팀 중 가장 작은 평균 신장으로 인하여 힘과 높이가 부족하다는 게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단순하지만 축구에서는 의외로 이런 직선적인 전략이 먹힐수도 있다.

중국은 베트남전을 앞두고 예비 엔트리를 무려 17명이나 선발하며 약 40명의 선수들이 중동에서 장기 합숙을 진행하고 있다. A조에서 한국의 최종예선 다음 상대인 시리아와 평가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경기에 대한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 1일 경기에서 2진급 선수들을 내세운 시리아를 상대로 졸전 끝에 1-1로 간신히 비기는 등 여전히 경기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베트남과 중국의 이번 맞대결을 통하여 사실상 양국 사령탑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박항서 감독은 현재 베트남과의 계약 연장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 2019년 11월, 베트남 축구협회와 기본 2년에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재계약을 맺으며 2022년 1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상태였다.

베트남 언론들은 베트남 축구협회가 박 감독과 2022년 12월까지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최종예선 2연패에도 박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베트남의 신뢰가 여전히 높은 데다 박 감독 역시 지도자 인생의 전성기를 열어준 베트남 생활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국-오만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재계약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리티에 중국 대표팀 감독은 베트남전을 이기지 못할 경우 아시아 최종예선 12개국 사령탑중 가장 먼저 경질당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축구협회(CFA)는 지난 8월 23일 리티에 감독과 5년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중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외국인 명장들도 이 정도 장기계약을 맺은 전례는 없었다. 또한 귀화선수들을 대거 보강하며 대표선수들을 조기 소집하여 초장기 합숙 훈련을 실시하며 각종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A매치에서 2연패를 당하며 경기 내용마저 저조하자 중국 팬들의 기대감은 실망과 분노로 변했다. 자국을 대표하는 스타 출신 감독이 5년 장기계약을 맺은 지 불과 두 달도 안되어 쫓겨날 위기에 몰린 것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중국의 '축구굴기'에 최후의 대못을 박을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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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중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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