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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오사카 국제평화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오사카에서 미군 폭격으로 얼마만큼 피해를 입었는지 전시하고 기리는 곳입니다. 제2차세계대전 때 일본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하여 미국에 피해를 입히며 전쟁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 중정에 세워진 공습피해자 이름 가운데 이번에 새로 새긴 우리 나라 사람 이름 김려준(1945년6월 당시 51세 남자), 류재길(1945년6월 당시 7세 여자)입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 중정에 세워진 공습피해자 이름 가운데 이번에 새로 새긴 우리 나라 사람 이름 김려준(1945년6월 당시 51세 남자), 류재길(1945년6월 당시 7세 여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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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 때 오키나와에서는 미군 상륙 작전이 있었고, 일본 거의 전국 대도시에 미군 공습이 있었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많은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해마다 일본에서는 8월이 다가오면 일본의 전쟁 피해를 방송하며 소개합니다. 그동안 이런 방송 프로그램을 자주 보아왔지만 그런 전쟁 희생이나 피해가 왜 생겼으며 일제가 한반도나 중국, 만주, 동남아시아 들 여러 나라에서 일제가 저지른 비열한 살육 행위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는 일제의 전쟁, 침략 전쟁을 말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오사카에서 전쟁할 때 미군 공습으로 입은 피해를 전시하는 곳입니다. 전쟁의 참상, 특히 오사카 시내의 피해 상황을 재현하거나 결과를 소개해 두었습니다. 미군이 저지른 오사카 공습은 1945년 3월 13일부터 8월 14일 사이에 10일 정도 있었습니다. 이 때 사망자는 1만 2620명, 행방불명자는 2173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한반도에서 일본 오사카에 건너와 살던 사람은 얼마나 있었고, 얼마나 희생되었을까요? 아직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때 우리나라에서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서 살던 사람이 8.19%였다는 점에서 1200명 이상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만 확실한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 가운데 정원에는 벽으로 둘러쳐진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에는 미군 공습으로 희생된 오사카 사람들의 이름을 명패에 새겨서 적어놓았습니다. 명패에 새겨놓은 사람 이름은 모두 9136명입니다(2021년 3월 31일 현재). 희생자 이름에 국적별 분류가 없기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이 몇 명 들어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 중정에 세워진 공습피해자 이름을 새겨놓은 기념물 앞에 걸어놓은 종입니다. 공습피해를 입은 쇠붙이를 녹여서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종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누구나 두드릴 수 있는 망치도 같이 걸어놓았습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 중정에 세워진 공습피해자 이름을 새겨놓은 기념물 앞에 걸어놓은 종입니다. 공습피해를 입은 쇠붙이를 녹여서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종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누구나 두드릴 수 있는 망치도 같이 걸어놓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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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명패 이름을 둘러보는 보면서 김, 박, 라, 고 등등 한자 이름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한자 이름은 일본, 중국, 대만,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새로이 9월 12일  우리나라 사람 류재길(劉載吉), 김려준(金麗濬) 이름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충청남도 출신 류재준은 재일교포 2세로 남동생인 유윤대(劉倫大)씨가 제안해서 새겨졌습니다 유재준은 7살 때 미군 29 폭격기 공습 때인 1945년 6월 7일 요도가와 강가에서 파편을 머리에 맞아서 즉사하였고, 주검은 강가에서 화장하여 상자에 담아서 강물에 띄워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김려준 이름은 제주 출신인 손자 김정문씨가 제안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창씨  개명으로 원래 이름인 김려준이 아니고, 김곡부언(金谷富彦)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제안이 받아들여져 원래 이름대로 고쳐서 다시 새겼다고 합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에서도 2005년 설립 되었을 때에는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나 창씨 개명 등 악랄하고 부정적인 역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5년 개장 수리하면서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한반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피해 상황을 적극 조사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부 시민 단체나 깨어있는 시민들이 한반도에서 온 사람들의 희생도 기억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나라 잃은 서러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습니다. 일본의 우경 보수화는 과거 일제의 여러 가지 흔적을 부끄러운 역사라면서 지우려 합니다.

아직도 일본에는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면서 일제 강점기 때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가나 사람들이 많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그것은 일제 강점기 부끄럽고 치욕적인 역사를 기억해야 할 우리 몫입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 겉모습과 중정에 세워진 공습피해자 이름을 새겨놓은 기념물입니다.
  오사카 국제평화센터 겉모습과 중정에 세워진 공습피해자 이름을 새겨놓은 기념물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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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누리집> 오사카 국제평화센터,http://www.peace-osaka.or.jp/, 2021.10.2., 아사히신문, 2021.9.21., 마이니치신문, 2021.9.26

덧붙이는 글 | 박현국 시민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오사카 국제평화센터, #유재길, #김려준, #미군 공습피해, #재일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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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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