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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살찌는 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인체 생리학과 운동 과학, 체중에 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영양·체중·건강의 상관관계를 규명해온 국제적 권위의 과학자, 린다 베이컨(Rinda Bacon)의 말이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말은 다소 도발적이고 또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살을 빼기 위한 최적의 방법에 대해 연구하던 그는 연구를 거듭할수록 다이어트 방법에 관한 대다수의 정보들이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왜, 살은 다시 찌는가?>를 통해 다이어트와 요요라는 쳇바퀴에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고자 한다.
 
책 <왜, 살은 다시 찌는가?>
 책 <왜, 살은 다시 찌는가?>
ⓒ 와이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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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장기적 효과 없어
    
우리의 몸에는 '설정 체중Set Point'이라는 기본 체중이 설정되어 있다. 설정 체중이란 영양, 호르몬, 혈당, 체지방 등 각 개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몸 상태를 반영한 최적의 체중을 말한다. 다이어트를 멈췄을 때면 항상 되돌아가는 몸무게, 체중이나 먹는 문제에 집착하지 않을 때 유지되는 몸무게가 본인의 설정 체중인 것이다. 인간은 몸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다. 신경 쓰지 않아도 24시간 알아서 유지되는 호흡이나 심박수, 체온 등과 같이 설정 체중 역시 이와 같은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설정 체중은 TV나 유튜브에서 흔히 보는 마르고 탄탄한 몸매를 꼭 의미하지는 않는다. 뚱뚱한 몸도 누군가에겐 생리학적으로 이상적일 수 있고, 반대로 매우 마른 몸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이상적인 상태일 수 있다. 설정 체중보다 체중이 높으면 인체는 신진대사 속도를 높여 칼로리 소모량을 늘린다.

반면에, 설정 체중보다 체중이 아래로 떨어지면 신진대사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칼로리를 소모하기보다는 저장한다. 말만 들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몸이 다 알아서 체중 조절을 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도 왜 우린 이토록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우리 모두가 다이어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다이어트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자연스러운 식욕을 억제하고, 몸이 원하는 양보다 더 적은 음식을 먹게 되면, 몸속 세포와 장기들은 이를 음식이 부족한 비상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 평소보다 고열량 음식이 더 당기게 되고, 음식을 통해 섭취한 영양분은 '지방 창고'에 착실하게 저장된다. 또다시 반복될 위험이 있는 '식량난'에 대비하기 위해 설정 체중마저 높여버린다. 다이어트를 하는 대다수가 요요 현상을 겪고, 다이어트를 반복할수록 더 살이 잘 찌는 체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이런 사실을 몽땅 무시한 채 그저 식단과 운동 단 두 가지만 지키면 누구나 날씬한 몸을 가질 수 있다고 끊임없이 외쳐대는 다이어트 업계의 마케팅 문구는 상술에 불과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그는 비만에 대해 퍼져있는 잘못된 상식과 편견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현대 사회가 비만을 지나치게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달리, 책에서 소개된 다수의 과학적 증거들을 보면 체중이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개인의 체중과 무관하게 다이어트 시도와 그로 인해 겪은 요요 현상이 각종 질병의 발생 위험을 더 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는 그토록 비만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날씬한 외모를 찬양하여 비만인 몸을 상대적으로 비참하게 만들고, 비만이 건강에 가하는 위험성을 부풀리는 것일까? 비만과 다이어트에 관련이 있는 여러 산업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의 한 제약 회사에서 작성한 제안 요청서 일부에는 비만이 주요 질환이라는 인식을 고취하는 이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실려있기도 했다. 비만에 대한 공포, 다이어트에 대한 필요성이 대중의 머릿속에 단단히 뿌리내릴수록 피트니스, 제약, 영양제, 병원 등의 관련 업계에게는 큰 이득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날씬함을 올바른 기준으로 제시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다이어트를 권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멈춰라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비만을 적으로 규정하고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인류는 참패했다. 의지력으로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억제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배고픔은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학적 현상이다. 배고플 때 먹는다고 살찌는 것이 아니라, 배고프지도 않을 때 먹어서 살이 찌는 것이다. 우리는 심심해서 먹고, 슬퍼서 먹고, 즐거워서 먹는다. 몸의 영양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외부 신호나 상황 등에 따른 식습관은 우리 몸의 배고픔과 배부름 신호 체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저자는 몸의 소리에 올바르게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는 그냥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건강에 좋다고 지정해 준 그런 음식만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 나의 입맛이 찾는 음식을 그저 죄책감 없이 찾아서 즐겨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먹을 때는 오직 먹는 행위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혼자 밥을 먹든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든 우리는 손안의 스마트폰을 혹은 거실에 있는, 식당 벽에 있는 TV를 멍하니 쳐다보며 밥을 먹는다. 그러나 음식을 앞에 두고 음식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면 그만큼 소화도 잘 안되고 영양분 흡수율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칼로리는 섭취했는데 영양분 흡수율이 감소하면 몸은 부족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 추가로 음식을 더 찾게 된다.
    
세 번째로는 오직 배고플 때 먹으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자신이 어떤 상태일 때 배가 고프고, 배가 부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식사 일지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감정적으로 먹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언제 배고프고 언제 배부른지를 안다면 그 외의 식욕은 감정 때문에 비롯된 것임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무심코 손에 닿는 과자 봉지를 뜯기 전에 자신이 지금 배가 고픈 게 맞는지, 그게 아니라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 가만히 앉아 잘 생각해 보고 이를 해소해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음식을 먹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권하는 책

몸매에 대한 콤플렉스로, 지난한 다이어트와 반복되는 요요로 심신이 모두 지친 사람들에게 저자는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배고픔은 참고 억눌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것은 나약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외부의 기준과 목소리가 아닌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기민하게 알아채고 그에 따라 먹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업로드 됩니다.


왜, 살은 다시 찌는가? - 배고픔과 싸우면 다이어트는 실패한다

린다 베이컨 지음, 이문희 옮김, 와이즈북(2016)


태그:#다이어트, #요요현상,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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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화랑 단남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으로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이따금씩 글을 쓰고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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