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박정권의 은퇴식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박정권의 은퇴식 ⓒ SSG 랜더스 홈페이지

 
가을만 되면 불꽃 같은 타격감을 뽐냈던 박정권이 가을밤에 은퇴식을 했다.

SSG 랜더스는 2일 홈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박정권의 공식 은퇴식을 열었다. 

박정권은 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현재 SSG의 2군 타격 코치를 맡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은퇴식을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무관중으로 2년 만에 뒤늦은 은퇴식을 연 것이다.

주목받지 못한 출발이었지만... 'SK 왕조' 일궈냈다

관중석은 텅 비었지만, 박정권의 은퇴식은 외롭지 않았다. 경기 전 두 딸이 시구와 시포자로 나섰고, 상대 팀인 kt에서도 박정권의 대학 동기인 유한준이 대표로 나와 꽃다발을 건네며 친구의 은퇴를 축하했다.

특히 2000년대 후반 SSG의 전신인 'SK 왕조'를 함께 일궜던 김원형 감독, 조동화 코치, 김강민과 포옹을 나누면서 옛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야구팬들을 설레게 했다.

박정권은 은퇴사에서 "많은 팬들 앞에서 작별인사를 못하지만,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남부럽지 않은 선수생활을 했고,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팬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은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박정권의 은퇴식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박정권의 은퇴식 ⓒ SSG 랜더스 홈페이지

 
전주고-동국대를 거쳐 2004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박정권은 데뷔 첫해 24경기에서 1할대 타율에 그치며 설 자리가 없자 군 복무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상무 입대를 선택했다.

상무에서 보낸 2년간의 시간은 박정권의 야구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다. 타격에 새롭게 눈을 뜨며 2군 무대에서 북부리그 타격왕을 차지했고, 제대 후 SK에 돌아와서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만나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특히 2009시즌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1, 25홈런, 76타점으로 활약하면서부터 SK의 중심 타자로 자리 잡으며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가을에 강했던 박정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박정권은 정규시즌에서 부진하더라도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날았다. 포스트시즌 통산 62경기에서 타율 0.296, 11홈런, 40타점으로 활약하며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터뜨린 11개의 홈런은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타이론 우즈(두산 베어스)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박정권이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덕분이다. 

정규시즌 통산 성적은 1308경기 타율 0.273, 1134안타, 178홈런 679타점이다. SK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활약이다. 

어느덧 서른 후반의 노장이 되자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젊은 후배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준 박정권은 2018시즌이 끝난 후 14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쳤고, 이날 은퇴식을 통해 정식으로 야구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비록 늦었지만, 가을 사나이에게 어울리는 가을밤의 은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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