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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상주중학교(사진 오른쪽 아래 건물).
 남해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상주중학교(사진 오른쪽 아래 건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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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상주중학교.
 남해 상주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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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진짜 바다가 보이고 파도소리까지 들린다. 이건 정말 멋진 것 같다. 그리고 과학시간에 맨발로 해변을 걸었는데, 과학샘은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게 지구의 껍데기 '지각'이라고 했어."

중3 아들을 둔 아버지(김창영)가 아들한테서 들은 말이라며 소개했다. 또 그 아들은 아버지한테 "혼자 제주도 여행 가고 싶다"고, "기숙사에서 밤새도록 얘들이랑 진지한 이야기를 한 게 좋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2 딸을 둔 어머니(정선혜)는 "중학교 때 기숙사 학교 보내기엔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질문을 제일 싫어한다"며 "이곳 중학교를 가고 나서 아이는 몸이 성장한 만큼 모든 것이 완연해졌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기를 누구보다 충만하게 잘 보내고 있다는 것이 떨어져 지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느껴진다. 사춘기 시절 내 아이와의 거리두기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며 "꿈을 찾아 떠난 학교,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위해 선택한 학교가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행복과 추억을 선물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해 상주중학교(학교법인 상주학원 이사장 강창수, 교장 여태전) 학부모들이 털어놓은 말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11일 학교 도서관에서 대안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상주중학교 대안교육 6년의 성과와 과제'라는 포럼에서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상주중학교는 아름다운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다. 교실과 기숙사에서 창문을 열면 갯내음이 코끝을 자극하고, 귀에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학교다.

2학년 아들을 둔 정기용씨는 "금요일 저녁은 온 가족이 1주일 만에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며 "학교생활이 궁금해 식탁에서 이것저것 길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간결하고 짧기만 하다. 문장을 한 마디의 단어로 축약하는 기술을 배운 건지. 그래도 대답하는 아이의 얼굴은 평온하다. 안도의 숨을 쉰다"고 했다.

그는 "내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상주중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본다. 나는 지금도 그저 아이와 함께 꿈꾸고 노래하고 있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1학년 아들을 둔 김미옥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1주일 만에 돌아온 아들이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찍 일어나서 샤워까지 하고 나오는 것도 신기하고, 평소 자전거 타러 가자고 하면 친구랑 약속이 먼저였던 녀석이 학교의 달빛자전거타기 동아리 행사에서 1등으로 들어오며 '엄마~'라고 부르는데, 저 혼자 감동해 눈물이 날 뻔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산이라곤 싫어하던 녀석이 지리산 종주 선발대로 간다는 게 신기해서 일하다가 두 번씩이나 차를 타고 가봤는데, 사실이더라"며 "5박 6일간 '바래길'(남해 둘레길)을 걸으면서 친구들이랑 춤추고 노래하는 아들의 얼굴 표정은 분명 남해의 하늘과 바다를 닮아 있었다. 이 정도면 배낭여행은 무조건 갈 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교사 신축 기념식 열어... 한때 폐교 위기까지 몰려
  
남해 상주중학교 휴게공간인 '도담도담'.
 남해 상주중학교 휴게공간인 "도담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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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문을 연 상주중학교는 2016년 3월 경남 첫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가 되었다. 대안교육 전문가인 여태전 교장이 부임한 지 2년만에 대안학교로 새롭게 탈바꿈한 것이다.

이 학교는 한동안 학생 수가 줄어 20여 년간 '학교시설 투자 지원'을 받지 못했고, 한때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대안학교가 되고 난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안학교가 되면서 이 학교를 찾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태전 교장이 전국을 다니며 '대안교육'을 강의하며 홍보한 탓도 컸다.

상주중학교 입학하려면 남해와 경남지역 연고를 우선으로 하고 미달이면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처음 한두 해는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일부 신입생이 들어 왔지만 이후부터는 경남지역 초등학교 출신만으로도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학년당 2학급, 학급당 15명씩 운영되고 있다. 상주중학교 때문에 인근 상주초등학교까지 학생수가 늘어났다. 한때 상주초교도 폐교 위기에 몰렸던 때가 있었다. 상주중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오면서 초등학교까지 학생 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8년 이후 30가정이 상주로 이사 온 것으로 파악된다.

상주중학교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 2018년 1월 재난위험시설(E등급)로 되어 헐어내고 새로 지은 것이다. 건물을 새로 짓는 동안, 학생들은 운동장에 설치한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해왔다.

국비에다 법인(5억), 강창수 이사장의 출연금(3억 6000만원)을 포함해 41억 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지은 것이다. 이에 학교법인 상주학원은 11일 신축 준공식과 함께 대안교육포럼을 연 것이다.

준공식에서 강창수 이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솔바람 바다학교'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은 학교는 전국에 아름다운 학교로 소문이 나 있다"며 "거기다 반듯한 새 교실까지 지었으니 이제 남부럽지 않은 교육시설까지 갖추게 되었다"고 했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학교 풍광이 아름답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는 없을 것이다. 복 받은 학교다"며 "상주중학교로 인해 상주초교에도 학생 수가 늘어났고, 지역이 활성화되었다. 상주가 진정한 교육의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류경완 경남도의원은 "한때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 위기까지 직면했는데 학교 관계자들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대안학교로 거듭났고,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학교가 발전하길 바란다"고, 박종길 남해군의원은 "상주면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긴 역사와 토대 위에 특성화중학교로 변함없이 발전하기를 바라고, 미래 교육의 새로운 배움터를 굳건히 지켜나가길 빈다"며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상주중학교는 앞으로 체육관 건립과 함께 운동장에 잔디 조성을 해나갈 계획이다.

신축한 이 학교 1층에 들어선 휴게공간인 '도담도담'이 제일 관심을 끈다. '도담도담'은 '탈 없이 잘 자란다'는 의미로, 공모전에서 학생들이 붙인 이름이다. '북카페'처럼 꾸며져 있는 이곳에는 '매점'과 '노래방'도 있다.
  
남해 상주중학교 휴게공간인 '도담도담'' 내부.
 남해 상주중학교 휴게공간인 "도담도담"" 내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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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상주중학교 휴게공간인 '도담도담''에 있는 노래방.
 남해 상주중학교 휴게공간인 "도담도담""에 있는 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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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전 '마을공동체학교' ... '남해금산 교육마을'

여태전 교장은 "제가 첫 발을 내린 2014년 봄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8년, 아니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하고 난 뒤 6년 세월이 흘렀다"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여 교장은 '마을공동체학교'를 강조해왔다. 그는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으로,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를 만들자는 '남해금산 교육마을'에 대한 꿈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최진 학부모회장은 "부모들끼리 만나는 시간이 잦아지다 보니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함께 키우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며 "이제 더 이상 학교 일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 됐다. '밥데이', '간식', '체육대회', '지리산 등반', '바래길 걷기', '자전거 타기', '발표회', 졸업식 등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그래서 서로 든든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교육활동을 지원해온 박경현 샘교육복지연구소장은 이날 포럼 발제문을 통해 "여태전 교장이 상주중에 부임하면서 이 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여 교장한테 '남해금산 교육마을'에 대한 꿈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며 "나도 그 꿈의 도전에 끼고 싶었다"고 했다.

박 소장은 "신입생 프로그램을 하면서 에너지가 딸려서 녹초가 되기도 했고, 성교육을 하면서 찐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며 "남해 상주에 한 해 한두 번 며칠 내려왔다 갔지만 어느새 우리 연구소는 이 학교와 친척이 되었다"고 했다.

'대안학교 정체성 확립'에 대해 박 소장은 "무엇보다 교사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며 "선생님들은 더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시도하고 보완하면서 교육에 희망을 일구는 최전선의 전문가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변화 속도가 빠르다.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상주중 학부모를 보고 참으로 감탄한다. 사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졸업하면 떠나고 학교와 인연은 끝난다. 대안학교도 다르지 않다"며 "그런데 아이들이 졸업해서 외지로 나갔어도 이곳에 남아 삶의 터전을 뿌리내리고 학교와 마을의 교육공동체를 발전시켜 나가고 계시니 참으로 든든하다"고 했다.

박 소장은 "상주중학교는 설립자의 학교도, 이사회의 소유도 아닌 남해의 보물, 아니 우리나라 교육 역사에 기록될 공유자산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며 "법인이사가 아니더라도 학교 가족과 관계자들이 이사와 다름없다는 마음으로 학교를 지원하고 발전을 기원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학생도 참여했다. 김주윤 학생회장은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 '학교 앞에 바다가 있는 것', '해양수업과 지리산, 이동학습 등 학생 활동이 많다', '동동체회의를 통해 학생 의견을 잘 수렴한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친밀하다' 등 여러 가지를 열거하며 "우리 학교는 이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핸드폰 사용 제한이 너무 많다'거나 '이동학습을 많이 다녀 피곤하다', '체육관이 없어 체육수업이 힘들다',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를 악용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아쉽다"고 했다

심영보 교사는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하면서 학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귀촌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초등학교도 다시 살아났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대안교육 선도학교로 알려져 선진지 견학 차원에서 학교를 찾는 분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여태전 교장은 내년 2월 정년퇴임한다. 강창수 이사장은 "여 교장이 씨뿌리고 반석에 올려놓은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의 철학과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상주면민들과도 일상으로 소통하면서 단합과 지혜를 모으시길 당부드린다"고 인사했다.
 
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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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앞줄 오른쪽부터 강창수 이사장, 장충남 남해군수, 류경완 경남도의원.
 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앞줄 오른쪽부터 강창수 이사장, 장충남 남해군수, 류경완 경남도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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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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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교사동 신축 준공 기념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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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대안교육 포럼".
 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대안교육 포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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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대안교육 포럼".
 10월 11일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열린 "상주중학교 대안교육 포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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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실.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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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상주중학교 도서관.
 남해 상주중학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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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해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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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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