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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에서는 1인 가구로 독립한 지 7년, 한 대학가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선우 씨와 함께 독립할 때 고려했던 우선순위를 살펴보며, 그 과정에서 청년 개인이 직면한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주거 문제를 곱씹어봤다. 이번 회차에서는 그가 고심해서 구한 집을 함께 검토하며, 민간임대차시장에서 팽배해 있는 부당한 중개 관행과 불평등한 임대차 문화를 살펴본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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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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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전에 집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던 선우씨.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충분히 만족스러울까? 그는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방음이 정말 잘 되기 때문이다. 채광이 좋지 않지만, 이는 알고 선택한 것이라 괜찮다고 했다.

서류상으로도 만족할 만한 집일까? 선우씨가 계약한 과정을 좀 더 들여다봤다. 그는 보증금 대출을 90% 이용하여 한 대학가에 위치한 오피스텔에 주택임대차계약을 했다. 그는 최초 계약과 동시에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현재 그 집을 점유하고 있으니, 세입자로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과정을 모두 잘 완료한 경우다.

그는 기본적인 세입자 권리 보장을 위한 자격을 모두 갖췄다. 다만, 그에게 적절한 시기에 무엇이 권리로서 보장 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어 몇 가지 사소한 사항을 놓친 것이 있었다.

공인중개사와 함께 계약할 경우,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비롯해 충분히 집과 계약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고 확인받을 권한이 선우씨에게 있다. 그러나 실제 그는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위반건축물 요소를 파악하지 못했고, 계약갱신 과정에서 확정일자를 새로 받는 것으로 절차를 오해하는 등 계약과 관련한 여러 과정을 홀로 판단하고 처리해야 했다.

임대인 없는 임대차계약

주택임대차계약을 할 때 기본적으로 세입자(임차인)는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공인중개사가 맞는지, 임대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선우씨도 이를 알고 있었고 여러 차례 중개사에게 임대인을 직접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매번 거절당했고, 선우씨는 고민했다.

다른 집을 계속해서 찾아다닐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임대인을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집을 포기하기는 애매했다. 그래서 그냥 계약을 하게 됐다. 이는 여전히 마음 한 켠 고민거리로 남아있지만 달리 그의 걱정을 덜어주는 곳도, 제도도 없기 때문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실제로 민달팽이유니온은 주거상담과 주거교육을 하면서 임대인 없는 임대차계약 사례를 종종 마주한다. 과거에 임대인을 사칭한 관리인이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보증금 사기를 쳤으나 법적으로 권리 보장이 되지 않았던 사례가 뉴스에 보도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마련되진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중재하고 합법적인 영역에서 중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공인중개사 중에서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개업공인중개사 본인 없이 중개보조원이 계약을 진행하도록 두는 경우가 포착된다. 하지만 정확한 실태조사나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노력은 부재하다.

있지만 없는 것 :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공인중개사의 역할은 공정한 중개를 하는 것이며, 이들은 계약을 중개할 때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교부해야 한다. 해당 서류는 집의 소음, 누수 여부 등을 체크하는 것을 비롯해 건축물대장·등기부등본 등 계약 전에 주택품질을 확인하고 위반건축물 요소와 부채 정도를 파악해 대출심사 및 보증보험가입 거절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항목이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활용되는가를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올시다'다.

원래대로라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서명하기 전에 공인중개사, 임대인 등과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먼저 확인하거나 중개사로부터 설명받아야 한다. 선우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빈번한 일이다. 서울시, 국토부, 법무부가 함께 만든 표준주택임대차계약서에도 버젓이 있는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확인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중개 관행이 그렇다.

선우씨의 경우, 관리비 관련 비합리적인 특약에 대해 정당한 주장을 하기도 마땅치 않은 여건이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선우씨는 꽤나 선방했다. 운이 나쁘지 않았다.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계약서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못했지만, 최소한 이상한 특약은 없었다.

전입신고 자체를 금지하는 특약, 임대료 연체 시 법정 한도만큼의 이자를 요구하는 특약 등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좋은 집이라고 단정할 순 없고, 몇 가지 확인을 더 해야 한다.

계약서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는데 관리비까지 알 방도가 없어

'관리비 어떻게 내세요?' 이에 대한 답은 가지각색이다. 계약 맺은 집이 어떤 주택 유형인지, 해당 건물이나 단지가 몇 세대 이상인지, 임대인이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했고 몇 세대 이상을 운영하는지 등에 따라 다르다. 관리비 하나 알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제도나 관련 법 자체가 과도하게 복잡한 것도 문제긴 하지만, 애당초 이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절 찾아보기 어려운 임대차 문화 자체도 문제다.

선우씨는 관리비 내역을 받지 못한 채로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관리비 일체를 임대인 통장에 바로 입금한다. 공과금은 별도다. 국토부 등 많은 이들은 관리비를 주거비로 취급하지 않는다. 실비 사용료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러한가? 이 역시 '아니올시다'다. 현실에서 세입자들은 관리비라는 이름의 두 번째 월세를 지불하며 살아간다. 내가 계약한 주거공간이 충분히 임차목적물로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은 임대인의 의무이며, 이를 고려하여 월 임차료(월세)가 정해진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유틸리티 등에 대한 요소에 대해서 별도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월세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통하는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관리비를 임대인이 마음껏 힘을 행사해도 되는 영역처럼 여긴다. 합의에 따라 관리비를 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다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세입자인 청년 개인이 관리비를 비롯해 주택임대차계약에 대해 어떤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나의 집주소와 신상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임대인에게 확고하게 자기주장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고, 다수 청년은 지금 당장 안전하게 평화롭게 사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선우씨가 '지금은 일단 살아야 되니까, 갈등 만들지 말고'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위반건축물 & 관리비 청구 방법 확인할 단서 찾기

집합건물법에 따른 오피스텔 관리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아파트 관리비 등은 상세 내역을 청구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다. 다가구 주택, 다중 주택 등에 거주하는 세입자 청년보다는 나은 여건이다.

하지만 선우씨가 거주하는 집은 어쩐지 민달팽이유니온이 종종 접하는 여타 오피스텔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우리가 아는 오피스텔은 관리단이 뽑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상세 내역이 담긴 고지서를 매달 우편이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안내받곤 한다.

하지만 선우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임대인에게 직접 통장으로 입금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은 주택 유형에 따라 관리비와 관리규약에 대해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건축물대장을 확인해야했다.

건축물대장은 세움터에서 공식 서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약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세움터를 비롯해, 정부24에서도 조회 가능하지만 처음 열람해보는 사람이라면 세움터가 좀 더 편리하다. 정부24는 일반건축물인지 집합건축물인지, 표제부를 볼 것인지 전유부를 볼 것인지를 먼저 선택하여 조회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불편하다는 사용자들이 종종 있다.

만약 자신이 거주하는 원룸의 상세주소가 AAA로 1길 11, 301호라고 가정해보자. 세움터에서 AAA로 1길 11로 검색하여 건축물대장을 전체 조회해본다. 그러면 해당 주소에 존재하는 건축물대장들이 나열된다.

선우씨가 거주하는 건물을 조회해본 결과, 해당 건물은 일반건축물이었다. 한때 위반건축물로 단속되었다가 지금은 해제된 상태였고, 각 층에 5개, 총 36개의 오피스텔로 구성된 곳이었다. 함께 서류를 본 선우씨는 의아함을 표했다. 실제로는 각 층에 6개 호실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실제와 서류 간 괴리가 있는 경우, 위반건축물로 단속해야 하는 불법요소가 있는지 추가 확인해야 하며, 해당 구청에 신고하여 단속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위반건축물 단속은 소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민달팽이유니온을 비롯한 주거단체들은 자치구별 위반건축물 단속 인력 확충, 위반건축물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투명하고 평등한 임대차 문화가 필요하다

만약 선우씨가 거주하는 건물이 만약 한 명의 임대인이 소유한 등록임대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 건물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고, 해당 회의체를 통해 관리비와 관리 규약 등에 대한 협상을 요구할 권한을 갖게 된다.

만약 구분 소유 및 관리에 대한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 건물이라면 소유주 등이 집합건물 관리단을 구성하여 관리업체를 선정 및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선우씨는 모두 해당되지 않는 집에 살고 있다.

세입자로 살면서 관리비를 지불하고 있다면 내가 그 비용을 왜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내역을 응당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가 고작 과거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의 한계 때문이라면 법을 바꾸는 것이 맞다.

부당한 관행, 불평등한 문화를 고수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주거불안을 해결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극심한 구조적 주거불평등에 놓이지 않도록,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해 보다 유의미한 공동체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태그:#위반건축물, #주거권, #임대차계약,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건축물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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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보장 지금 당장!'을 외치며 청년 세입자 대상의 교육, 상담, 현장대응 그리고 제도개선을 위한 실천행동을 함께 합니다.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 청년들이 겪는 부당한 관행에 2013년부터 함께 대응해왔고, 보증금 먹튀 대응 센터 운영 및 법안 발의 등 세입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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