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여름! 포스터

▲ 다함께 여름! 포스터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여름, 계곡, 그리고 젊음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프랑스 파리의 세 젊은이가 남프랑스의 휴양지를 찾아 벌어지는 일을 다룬 <다함께 여름!>은 우리의 감정이 가장 요동치는 시기의 단면을 잘라낸 듯하다. 악의 없이 풋풋하고 사랑스럽게 절절한 청춘들의 감정이 어떤 난관과 마주치고 또 결실을 거두는지 곁에서 보기만 해도 즐겁다.

한국개봉 제목으로 계절을 끌어낸 것부터 남녀상열지사의 설정까지, 영화가 지향하는 점은 분명하다. 생명이 가장 번성하는 계절인 여름의 특성을 인간에게 그대로 덧입혀 이성에게 끌리고 그 끌림 탓에 방황하기도 하는 모습들을 유쾌하게 잡아냈다.

여름과 청춘은 프랑스 영화에서 흔히 선택되는 소재다. 프랑스 거장 에릭 로메르가 그의 계절 시리즈 중 한 편인 <여름 이야기>를 만든 이후 비슷한 이야기는 죄다 그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바람둥이 사내 가스파르가 세 여자 사이에서 주체할 수 없는 정열을 뿜어내던 그 영화는 프랑스와 연애와 열정이 어떤 수준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입증한 작품이기도 했다.

<다함께 여름!>은 에릭 로메르의 현대판 버전이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인종, 다양한 환경의 인물들이 등장해 여름이란 이름으로 뒤섞여 사랑하는 것, 그것이 기욤 브락 감독의 유일한 관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한국 개봉 제목에 계절을 끌어낸 것은 에릭 로메르의 연애영화와 이 작품이 같은 주파수를 쓰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었을 테다.
 
다함께 여름! 스틸컷

▲ 다함께 여름! 스틸컷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남프랑스에서 보낸 일주일의 휴가

영화는 세 남자가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로 향하며 시작한다. 주인공은 펠릭스다. 그는 무더운 여름 파리를 찾은 여인 알마에게 푹 빠져버린다. 알마가 제가 사는 도시로 훌쩍 떠나가자 펠릭스는 그녀에게 알리지도 않고 그녀의 뒤를 쫓는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홀로 떠나기는 무리다. 마침 여름휴가겠다, 절친한 친구 셰리프와 함께 남프랑스 휴양지에서 며칠을 보낼 계획으로 짐을 싼다. 텐트와 침낭, 간단한 먹거리 정도면 준비완료다.

돈이 없으니 차는 카풀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덩치 큰 흑인남성 두 명에게 카풀을 해줄 사람은 찾기 어렵다. 이들은 젊은 여자인 것처럼 꾸며 샌님 같은 사내 에두아르의 차에 함께 탄다. 예쁜 여자들과 고향 가는 길에 동행이나 할까 했던 에두아르는 웬 사내 둘이 찾아와 당황스럽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지만 완강하게 동행을 요청하는 통에 어찌할 수 없어 받아들이기로 한다.

알마의 고향에 둘을 내려주려던 에두아르의 계획은 도착과 함께 깨어진다. 좁은 골목길에서 차가 고장이 나고 만 것이다. 카센터에 갔더니 웬걸, 수리에 1주일이 넘게 든단다. 펠릭스와 셰리프, 에두아르는 남프랑스 휴양지에서 함께 텐트를 치고 1주일을 지내기로 결정한다.
 
다함께 여름! 스틸컷

▲ 다함께 여름! 스틸컷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풋풋한 젊음, 뜨거운 마음

영화는 이들이 남프랑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벌이는 이야기를 흥겹게 뒤쫓는다. 이들 모두 풋풋한 이십대 젊음이다. 마음은 뜨겁게 타오르지만 세련된 구석은 하나도 없는 이들이 다가섰다 물러나고 물러났다 다시 다가서길 반복한다.

자신이 오는 것만으로도 알마가 즐거워하리란 펠릭스의 기대는 무참히 깨어진다. 더 잘 생기고 훤칠한 사내에게 관심이 쏠린 알마를 보며 펠릭스가 느끼는 질투는 영화를 보는 모두가 알법한 흔하지만 강력한 감정이다. 그와 같은 감정들을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삼켰다가 뱉고, 품었다가 놓아주길 반복한다. 요컨대 영화는 여름날 웃자란 수풀처럼 무성하게 자란 감정의 현란한 춤사위다.

<다함께 여름!>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프랑스 휴양지를 찾은 느낌을 갖게끔 한다는 것이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과 위기가 그리 대단치 않다는 걸 영화 밖 관객은 모두 알고 있기에 그들이 휩쓸린 급류를 바깥에서 그저 즐겁게 바라볼 수 있다. 여름날 계곡에서 키스를 나누는 남녀, 남몰래 흠모하지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는 사내, 잘 보이고 싶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애가 타는 모습 따위의 마음들이 흥미롭게 만나고 뒤섞인다.

그동안 프랑스의 해는 뜨겁게 타오르고 피부는 건강한 빛깔로 빛난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 관객들은 잠시나마 프랑스 어느 휴양지에서 푹 쉬고 온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가끔은 이런 영화도 생각나는 법이니, 가을의 초입에서 지난 계절을 추억하기에 딱 좋겠다.
 
다함께 여름! 스틸컷

▲ 다함께 여름! 스틸컷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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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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