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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18일부터 방역지침을 일부 완화하기로 발표한 15일 오후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기존 영업시간과 현행 거리두기 4단계 영업시간이 함께 적혀 있다. 새 방역지침에 따르면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계속 제한되지만 독서실·스터디카페·공연장·영화관은 자정까지 운영 시간이 확대된다.
 정부가 오는 18일부터 방역지침을 일부 완화하기로 발표한 15일 오후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기존 영업시간과 현행 거리두기 4단계 영업시간이 함께 적혀 있다. 새 방역지침에 따르면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계속 제한되지만 독서실·스터디카페·공연장·영화관은 자정까지 운영 시간이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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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부는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현행 거리두기를 연장했다.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수도권 야간 8인까지 완화하긴 했지만, 4단계 기준 영업 제한 시간은 여전히 오후 10시인 데다 다중시설 이용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규정은 유지했다.

통상적으로 백신 접종완료율 60%대에서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던 유럽 등과 달리 한국은 방역 완화에 굉장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현재 62.5%의 접종률을 보이는 한국은 다음주 중에 접종완료율 7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형 '위드 코로나'인 단계적 일상회복 로드맵은 빨라야 11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계적' 일상회복이라고 규정한만큼, 내용 자체도 외국처럼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를 없애는 수준의 '규제 전면 해제' 등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거리두기 규제를 접종률이나 위중증률 환자 숫자 등의 방역 상황에 따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형식이 더 유력하다.

백신 인센티브 늘리고, 급격한 확진자 증가 방지

김부겸 국무총리가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이 될 것이라고 밝힌 이번 조정안에서는 11월부터 시행될 단계적 일상회복의 초기 기조를 엿볼 수 있다. 백신 접종완료자 중심의 '백신 인센티브', 그리고 방역 긴장감 유지다. 

이번 조정안에선 무관중으로만 진행할 수 있었던 4단계 지역에서의 스포츠 경기를, 접종 완료자로만 관중이 구성될 경우 실내는 수용인원의 20%, 실외는 30%까지 입장 가능하게 했다. 이는 실상 '백신 패스' 실험이나 다름없다.
 
울산시가 식당, 카페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 완료자 포함 테이블임을 안내할 수 있는 팻말을 제작해 오는 13일부터 배부한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백신 접종자 포함 테이블임을 알리는 팻말
 울산시가 식당, 카페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 완료자 포함 테이블임을 안내할 수 있는 팻말을 제작해 오는 13일부터 배부한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백신 접종자 포함 테이블임을 알리는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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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패스'는 접종 완료자와 PCR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 확진 뒤 완치된 사람 등에게 부여되는 다중이용시설 이용 허가증이다. 지난달 28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이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국의 백신 패스 제도를 소개하고, 우리나라에도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의 핵심 정책으로 떠올랐다.

결국 백신 패스의 도입은 일상회복 지원을 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시행하고, 동시에 백신 미접종자의 접종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 체계가 전환되어도, 상당수의 거리두기 규제는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같은 외국의 선례를 보더라도 방역 긴장감이 지나치게 완화되면 급격한 유행 증가를 맞아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4단계 지역의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로 유지한 것에 대해서도 이 제1통제관은 "구체적인 근거보다는, 급격한 방역 완화 (기조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저희가 수도권 지역은 완화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일종의 속도조절이라는 이야기다.

2주간의 짧은 준비 기간을 감안한다면, 갑자기 대규모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대응체계를 마련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일정 부분 '거리두기' 형태와 비슷하게 확진자 숫자를 관리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준비 부족... 보수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정식 집 '채미가'에서 최태영 전무이사와 직원이 8인 단체석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다. 이 한정식 집은 기존 방역 수칙에 따라 결혼 전 상견례 8인 손님을 받아왔고, 18일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도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사적 모임, 8인의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게 됐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정식 집 "채미가"에서 최태영 전무이사와 직원이 8인 단체석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다. 이 한정식 집은 기존 방역 수칙에 따라 결혼 전 상견례 8인 손님을 받아왔고, 18일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도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사적 모임, 8인의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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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백신 접종으로 대체한다고는 하지만, 접종률 80%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라며 "나머지 영역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풀면 확진자 급증은 자명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환자 병상이 확보는 되어있지만 의료진 충원이 안 되었고, 재택치료도 준비가 잘 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여전히 의료진들은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상회복의 첫 단추를 끼웠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한편 엄 교수는 "시작할 때의 상황이 중요하다. 2~4주 사이에 혼란이 생길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면 계획이 일그러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천천히 굉장히 보수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에 대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정부가 적절한 수준에서 완화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이 기간 동안 단계적 일상회복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늘리는 등의 조치는 여전히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택치료는 일부 확대됐지만 그것이 보건소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보건소에 또 다른 짐을 지우는 방식"이라며 "근본적으로 일상회복을 가능케하는 감염병 진료 체계를 갖춰나가야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단계적일상회복,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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