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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동희 시인이 시집 <당신의 벽에는 원래 시계가 가득했다>.
 나온동희 시인이 시집 <당신의 벽에는 원래 시계가 가득했다>.
ⓒ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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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진주가을문예' 당선한 나온동희 시인이 시집 <당신의 벽에는 원래 시계가 가득했다>(천년의시작 간)를 펴냈다.

시집에는 진주가을문예 시당선작 "고양이 눈 성운"을 비롯해 시가 3부에 걸쳐 담겨 있다.

시인은 사물, 자연, 외계에까지 감정을 이입시켜 놓았다.

시인은 "투명하게 비치는 것을 겹치면 푸른 밤이 되었지"("엠보싱")라 했고,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고양이의 검은 얼굴만 친근했다"("동그란 서재에서")고 했다.

또 시인은 "사라진 거미는 어떤 모양의 속도였을까를 생각하는 정직한 결별들"("누가 생각을 꿈꾸었나"), "문이 열리자 손들이 우르르 어둠이 일어서는 노을 아래의 풍경 쪽으로 몰려간다"("지하철에서 버팀 끝")고 했다.

손진은 시인(문학평론가)은 시에 대해 "처연의 정념을 가두고 숨어서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우주와 포기 나누기를 하며 감정이 우주에 파문을 이루도록 하여, 감정의 직선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우회로를 통해 발설하게끔 한다"고 했다.

손 시인은 "시집에 나타는 슬픔의 정서는 위로나 기쁨과 동일 선상에 놓여 있으며, 여기에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인은 한없이 낮은 곳에서 바쁘게 살아왔던 자신의 생을 느릿느릿 반추하고 내면을 더욱 골똘히 들여다봄으로써, 감정의 양가성을 시로 발화한다"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온동희 시인은 세종대를 나왔다. 다음은 시 "고양이눈 성운" 전문이다.
 
고양이눈 성운

우주의 등고점들이 연결되고
연결되어 퐁퐁다알리아 만발한
손바닥을 본다

손바닥을 바라보는 일은
단 하나의 슬픔을 응시 하는것

TV속의 한 아이가 오디션의 심사평에
갓 구운 빵처럼 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의 왼손은 시리얼을 들추어 보다가
허풍스러운 그 중 하나를 놓치는 순간이다

어제 사랑스러운 루루가 죽었다
한장의 종이에도 기록되지 않을 무성한 슬픔이 허공에 빛나고

오늘 아침엔 가판대에서
일회용 잡지를 집듯 간단히
그것을 잘라버렸다
그러므로 내일 아침부턴 슬픔이 없을 것이다

이것들의 근성은 처음부터 슬픔이 아니었을 것

문은 닫아야만 나타나는 낡은 방 내부의
야광들은 한때 나의 위로였으나
손가락 사이로 흘러

지금은 창문들이 별 몇 송이를 내어놓고 저녁이 되는 시간

내 손바닥 중심에는
다알리아 붉은 색을 밀어내면서
날 응시하는 루루가 살고 있다

* 고양이눈 성운 : 용자리에 있는 행성상 성운
 

태그:#나온동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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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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