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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씨가 시민들이 원활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의사항과 진행상황을 미리 설명하고 있다.
 김상철씨가 시민들이 원활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의사항과 진행상황을 미리 설명하고 있다.
ⓒ 김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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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8시 30분, 인천 테크노파크역 3번 출구에 줄을 선 시민들의 행렬이 길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개시하는 시간은 오전 9시이지만, 9시에 맞춰 나와도 이미 2시간은 족히 서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줄을 따라가다가 이르게 되는 곳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마련된 송도미추홀임시선별검사소이다. 그곳에서 시민들을 향해 마이크도 없이 목청껏 주의사항을 외치는 목소리의 주인공 김상철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어?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왜 나보다 먼저 접수하지?' 이렇게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첫째, 아기를 가지고 계신 임신부, 둘째, 연로하신 어머니 아버지, 셋째, 장애가 있으신 분, 마지막으로 오래 서 있지 못하시는 환우분들을 여러분보다 먼저 접수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마음을 좀 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고맙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9시가 되었으니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상철씨는 평일에는 직장으로 출근하고 주말에는 항상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매주 주말이면 김상철 자원봉사자는 검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에 송도 임시선별진료소에 도착한다.

먼저 가림막 설치, 안내 팬스 설치, 손소독제 배치 그리고 방호복 착용까지 검사가 진행되기 전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시민들이 하나둘 도착하면 거리두기 간격을 조정하며 줄을 세우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먼저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간당 평균 100명, 한 사람이라도 더 검사받을 수 있도록​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진료소 전반적인 부분을 진두지휘하는 팀장, 접수창구와 검진을 하는 의료진 그리고 자원봉사자로 구성되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참여해주느냐에 따라 그날 진단검사 가능 인원수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보건 당국과 구청에서 지원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자원봉사자의 참여는 부족할 때가 많다.

김상철씨를 만난 일요일 역시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2명에 불과했다. 평일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자원봉사까지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주말이면 자원봉사자 참여율은 더 낮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서로 힘을 북돋우며 채워지지 않은 몫까지 해내는 수밖에 없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안 나왔어요. 오늘은 엄청 힘들 것 같아요. 인원이 5명은 돼야 하지만 주말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안 나오니 함께하시는 분들은 더 어려워지지요. 적은 인원수로 하다 보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거의 탈진된 상태에서 집으로 향하게 돼죠."

김상철씨는 검사를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을 잘 안내해서 원활하고 빠르게 한 사람이라도 더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주말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그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쉴 새 없이 설명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의 진행사항을 미리미리 알려주고, 검사설문지 작성 방법도 상세히 설명한다. 검사설문지에 전화번호를 잘못 작성하거나 작성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그만큼 검사받을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든다.

특히 외국인들의 협조를 위해 긴 행렬을 뛰어다니며 빠른 처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인만 대상으로 한다면 시간 당 120명에서 130명까지도 검사가 가능하지만, 외국인이 많이 포함될 경우에는 90여 명 아래로 검사 가능 숫자가 줄어들기도 한다. 소통 부분의 문제도 있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국인들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김상철씨는 외국인을 일일이 찾아가 아이디 카드를 준비하도록 하고, 각 부분 절차를 미리 설명해준다. 그와 같은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검사 가능 인원이 많이 늘어나기에 선별진료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한 번 방호복 입으면 화장실도 갈 수 없는데...
 
송도미추홀임시선별검사소의 이영수 팀장과 김상철 자원봉사자.
 송도미추홀임시선별검사소의 이영수 팀장과 김상철 자원봉사자.
ⓒ 김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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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임시선별진료소를 담당하고 있는 이영수 팀장은 항상 자원봉사자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검사를 받으시려는 분들의 상황을 체크하고 도와드리려고 노력합니다. 환우뿐만 아니라 응급 환자가 올 때도 있고, 고령자까지 우선 검사 대상으로 분류할 이유는 다양하죠. 자신의 시급함을 앞세워 검사를 먼저 받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요. 날씨가 너무 더운 날에는 임산부나 어린아이의 경우 두세 시간씩 못 기다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부분을 판단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양해를 구해서 바꿔야 하지요. 자원봉사자들은 그런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우선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추석 연휴 이후에 검사받고자 하는 시민들이 엄청 늘었어요. 이럴 때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주시면 너무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분들이 안 나와주시면 의료진과 지원 나오시는 분들이 정말 힘들어져요. 접수 창고에 인원이 부족하면 현장 통제를 해주시는 분이 부족하게 되고, 부족한 인원으로 메우려다 보면 역할 분담이 어려워지는 거죠.

김상철씨는 이렇게 어려울 때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한 번 방호복을 입으면 화장실도 갈 수 없어요. 옷을 갈아입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다른 일이 지체되기도 하거든요.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의 일처럼 꼼꼼하게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분은 흔치 않아요.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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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씨는 한국곰두리봉사회 및 인천장애우대학총동문연합회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자원봉사로는 3천 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그는 선학역에서 연로한 어른들을 돕는 일을 하던 중 연수구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선별진료소 봉사를 지원하게 됐다. 이렇게 인연이 닿은 것이 3개월 전으로 이제는 이 일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어떻게 집에서 가만히 쉴 수 있겠어요​"

"쉬고 싶다는 생각이 왜 없겠어요. 월요일하고 금요일까지는 일하고 오는 거니까요. 특히나 주말에는 12시 30분까지 오신 분들 선에서 순서를 마감해야 하는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시민이 있을 때 가장 힘들어요. 그래도 토요일하고 일요일이, 주말이 기다려져요. 이제 완전히 습관이 됐어요. 시민들과 같이 소통하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나는 그게 행복합니다.

시민들이 밝게 맞아주는 것을 통해 그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아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 내가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너무 감사해요'라고 얼굴로 말하고 있잖아요. 그런 모습들이 보이시죠? 저도 그게 느껴지니까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니까 어떻게 집에서 쉬겠어요.

저는 시민들 얼굴을 생각하면 집에서 못 있겠어요. 솔직히 TV도 못 보겠어요. 끝나고 집에 가서 지친 몸 쉬더라도 이렇게 일하고 나면 '아, 오늘도 내가 해냈다. 시민들과 같이 소통하고 같이 행복감을 느꼈다' 하고 마음으로 뿌듯해집니다. 절대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진료소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런 마음이 전달돼 가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검사가 끝나고 귀가한 줄 알았던 시민들이 과일 혹은 음료수를 내밀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은 서로의 아름다운 마음을 들여다보며 소통하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다. '아, 대한민국이 살아 있구나', '대한민국은 정이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김상철씨는 시민들을 향해 쉼 없이 소리높여 말을 한다.

"제가 들고 있는 검사설문지 보이시죠?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첫 번째를 확실하게 기록해주세요. 핸드폰 번호, 주민번호 13자리를 정확하게 기록을 해주셔야 여러분들한테 내일 12시 이전에 음성인지 양성인지 연락이 가요. 그런데 '연락이 왜 안 올까?' 걱정하시는 분들은 이 셋 중에 하나가 빠진 거예요. 이해하셨죠?

혹시라도 자신이 열이 있다? 두통이 있다? 손 들어주시겠어요? 없으시네요. 그럼, 두 번째. 세 번째는 체크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빨리 빨리 진행할 수 있어요. 저 뒤에 한 200에서 250명가량 더 계셔요. 저 분들 너무너무 힘드시니까 빨리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첫 번째만 꼭 신경써서 적어주세요. 이것 쓰는데 5초면 충분합니다. 제가 뒤로 가면서 검사설문지 쭉 보여드릴게요!"
 
자원봉사자 김상철씨가 검사설문지를 들고 시민들을 향해 설명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김상철씨가 검사설문지를 들고 시민들을 향해 설명하고 있다.
ⓒ 김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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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코로나19가 끝나는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사실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주말에 아빠와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참 미안하죠. 하지만 자원봉사라는 것이 참 깨끗하고, 순수한 일인 것 같아요. 이렇게 하루를 또 끝내고 나면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줘요. '잘했어, 고생했어, 수고했어' 내가 비록 힘들지만 누군가를 위해 뭔가 이렇게 조금이라도 드릴 수 있다는 것. 저에게는 너무나 큰 행복입니다."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김상철씨는 시민들의 검사 참여를 통해 굳은 믿음이 생겼다고 말한다. 언젠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저 시민들 덕분에 끝날 것이라고 말이다. 김상철 자원봉사자의 눈에는 코로나19 종식이 머지않았다는 믿음이 가득했다.

■ 인천시 연수구 선별진료소 운영 시간

*인천 적십자 병원
평일 08:30~17:30 / 토요일 09:00~12:30(무료검사만 시행)
- 단, 일반 진찰 및 제증명 발급 등은 진료비 발생할 수 있음.

*나사렛국제병원
평일 08:30~17:30 / 토요일 09:00~12:30
- 단, 일반 진찰 및 제증명 발급 등은 진료비 발생할 수 있음.

*연수구 보건소
평일 09:00~21:00
주말 및 공휴일 09:00~18:00

*임시선별검사소(원인재 & 송도)
평일 09:00~17:00
주말 및 공휴일 09:00~13:00

글 김진희 i-View 객원기자(heeya810605@naver.com), 사진 김병선 i-View 객원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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