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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국장은 지역에서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는 함께 움직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중심이 되어서 현장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노안 운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병훈 국장은 지역에서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는 함께 움직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중심이 되어서 현장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노안 운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 김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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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아래 마창산추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병훈 동지는 경남 지역에서 오랫동안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온 구력 있는 활동가다. 대학 시절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후 마창산추련 상근활동을 시작으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해오던 김병훈 동지가 얼마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을 맡게 되었다.

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생각, 어떠한 마음으로 이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앞으로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 사업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활동 과정에서 고민은 무엇인지 지난 9월 9일 들어보았다.

우연이 필연이 되었다

1999년 대우국민차(현재 GM자동차) 창원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산재로 요양 중이던 20대 청년 노동자 이상관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요양을 종결하라는 근로복지공단의 강요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당시 산재보험은 자살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155일간의 농성 투쟁이 진행되었고,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현장 노동자, 보건의료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그 자리에 늘 김병훈 동지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계기로 이상관 투쟁을 함께 했는지, 그리고 마창 산추련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우연히 부산에서 노동안전보건 모임을 알게 되어서 참석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마창거제산추련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이후 이상관 투쟁이 시작되었고, 마침 방학이라서 농성 투쟁에 함께하게 되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지만 농성이 길어지게 되면서 학교를 빼먹으며 서울을 왔다 갔다 했다.

학교에서 산업위생을 전공했기에 졸업 후 병원에 취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병원에 취직하면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싶었다. 병원 취직을 앞두고 마창산추련에 인사차 갔었는데 이은주 동지로부터 상근활동을 제안받았다. 대학 졸업 후 산추련 활동을 바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병원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거절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한 달 후 메일을 잘못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추련에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뭔가 필연적인 마음이 들어서 산추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올해(2021년)부터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안국장으로서 겸임을 하고 있다. 경남본부 노안국장으로 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민주노총 본부장으로부터 지역본부 노안국장을 제안받았다. 그동안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정책국장이 노안활동도 함께 겸임하는 형태였는데 노안 사업만 전담하는 노안국장 요청을 받게 된 것이다. 더불어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으로 만들어보자'는 결의에 찬 의지를 보고 수락하게 되었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만들자는 그 말에 꽂혔고 내가 여기서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체계를 잡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안활동 위한 지역·산별체계 구성하는 것

김병훈 동지가 노안국장을 맡으면서 계획한 사업 중 하나는 산별노조 내 정기적인 노동안전보건위원회(아래 노안보위) 운영과 노동안전보건 체계 구축이다. 더불어 공공운수노조나 일반노조, 학비노조의 경우 공공기관이나 구청, 교육청 등 사측과 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아래 산보위) 운영을 하도록 지원 중이다.

"경남지역본부에 산별노조의 노안담당자가 참여하는 노안보위가 있기에 그 회의를 한 달에 한 번은 참석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조직하고 있다. 노안보위에서 노안 관련 사업을 결정하면 다행히 결정한 사업에 대하여 산별에서 집행을 잘한다. 그리고 민주노총 경남본부, 총연맹 사업, 산별사업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본부 및 산별 사업에 대한 논의도 같이 하고 집행도 같이 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각 산별별로 노안담당자 회의 개최를 요청하여,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10월 13일 첫 모임을 가지기로 하였다. 일반노조도 산보위 체계를 마련하여 활동 중이다.

이렇듯 지역체계, 산별체계를 제대로 구성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산별노조가 함께 움직인다면 결국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든지, 노동조합이 없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인정, 산재보험 및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제도개혁 문제에 대해 함께 싸울 수 있고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로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는 경남도교육청과 함께 석면해체 노동자 건강보호사업을 진행했다. 교육청 시설과 사무관 및 직원과 함께 2개 학교를 점검하면서 석면해체 노동자가 해체과정에서 추락할 위험에 대해 점검하고, 협소한 휴게실 문제, 석면노출의 문제를 확인했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행히 겨울방학에는 설계단계에서 컨테이너 두 개를 배치하여 노동자가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더불어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아래 명산관)과 논의하여 겨울방학에는 점검활동과 개선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 활동가를 결집하고 조직하기 위한 교육 활동

6월 30일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경남지역 노안담당자와 명산관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교육을 개최했다. 원래 교육은 하반기에 개최하려고 계획하였으나 당시 세종시 앞에서는 산재처리 기간 단축을 촉구하는 농성 투쟁이 진행 중이었고, 협소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문제, 중대재해와 관련한 쟁점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최소한의 노안활동가와 담당자를 결집하고 조직하여 뭔가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지역의 명산관, 노안 담당자를 모아내고, 투쟁에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교육을 생각했고 교육 한 달 전부터 조직을 시작했다. 조직 목표는 금속을 70%로 잡고, 타 산별을 30%로 잡아서 조직하였다. 최종적으로 참석한 인원은 156명 정도이다. 다행히 목표한 것보다 타 산별노조에서 40% 넘게 참석하는 성과를 냈다."

지역에서 조직의 결집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번 교육사업을 통하여 참가비를 받게 되어 향후 노안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한 것에도 큰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은 다른 지역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경남본부조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지역본부에 노안사업을 할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된 것이다. 

현장조직력 강화 위한 민주노총 역할해야

산재보험 개혁과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투쟁은 경남뿐만 아니라 전체 노안 운동에서 핵심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에서, 그리고 민주노총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을 들어보았다. 

"지역에서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는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중심이 되어서 현장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노안 운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투쟁과 관련해서도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별노조를 통해서 3200명 정도 서명을 조직했다.

시행령이 제대로 마련되기 위해선 지역에서 시민 대상 선전전이나 문화제도 진행하고, 현장순회를 통해 현장이 함께 움직여야 힘이 생기는데 총연맹에서는 그러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보다는 11월에 현장순회를 하자거나,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할 수 있으면 하자는 정도다. 산재보험개혁과 중대재해 근절 투쟁을 제대로 하려면 현장조직력이 갖춰져야 한다. 현장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를 총연맹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본부가 현장을 조직할 수 있게 총연맹에서 계획을 세우고, 지역본부도 그 계획에 맞춰 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힘들면 지역본부와 함께 계획을 세운다거나 어려운 점에 대해 함께 논의하여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지역본부 노안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단체 활동과는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애로점과 고민이 있는지를 물었다. 

"첫 번째로 타 산별연맹과의 관계가 확정되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그동안 금속현장이 중심이었다면 각 산별연맹의 요구라든지, 각 산별연맹의 사업에 같이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도 급식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 이렇듯 민주노총 노안국장으로 만나기 때문에 자기 조직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사업을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수월하다.

물론 '가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기에 가능할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서로 같이 협력하고 연대하면 확장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확장을 통해 여러 산별의 힘을 만들고 토대를 구축하고 그게 내외부로 쌓여서 외부까지 같이 커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과 권역에서 노안활동가 대회를 통해 산별연맹 단위의 활동가를 조직하는 것과 미조직 단위를 포괄하는 사업에 함께 배치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두 번째로는 산추련에서 활동할 때에는 주로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응했다면, 민주노총 일을 맡게 되면서는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물론 교육청, 시청, 경상남도 등 지자체와도 협의하고, 대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노안국장을 하게 되었다는 김병훈 동지의 대답은 비록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경남지역에서 진행한 여러 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한 지역체계와 산별체계를 제대로 세워내는 활동, 지역에서 현장사업을 통하여 현장조직력을 강화하는 활동, 지역 안팎의 확장을 통해 미조직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까지도 함께 대응하는 활동이 '가능'하기 위하여 지역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힘찬 투쟁을 펼칠 김병훈 동지의 몇 년 후를 기대하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이숙견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노동안전보건운동, #민주노총_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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