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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 도천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길 한편에 서 있는 느티나무.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한때 높이 17m에 이르고, 1982년 옥천군 보호수 제3호로 지정되는 등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2009년 경부고속도로 확포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옮겨 심는 과정에서 가지가 잘려 나가며 예전의 위용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식으로 마을 입구에서 그만큼 멀어지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점점 사라져가는 상태다. 이 나무의 현재는 보호수 지정뿐 아니라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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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는 수호나무로, 역사의 일부로, 쉼터로 우리 곁에 있는 보호수. 2020년 말 기준으로 전국 1만3846본, 올해 8월 기준으로 충청북도에는 1223본, 옥천군에는 38본의 보호수가 있다.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보호수는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지정하고 또 어떻게 관리하는 것일까? 

보호수는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 거목, 희귀목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다. 산림보호법 13조에 따라 지방산림청장 및 시·도지사가 이를 지정·관리·해제할 수 있다.

보호수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1973년. 당시 산림청은 '산림법'에 따라 보존할 가치가 있는 노목이나 거목을 노거수라 명명해 지정·관리했다. 이후 1980년 법령이 개정되면서 노거수는 '보호수'로 명칭이 바뀌어 산림청이 전국 노목, 거목, 희귀목을 보호수로 지정·관리하는 방식이 됐다.

효율적인 보호수 관련 행정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편이 낫겠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05년 보호수 관리업무는 지방자치사무로 이양됐고 충청북도는 2009년부터 '충북 사무 위임조례' 개정으로 보호수 지정·해제·관리업무를 각 시장·군수에게 위임한 상태다.

보호수 관리업무의 지방자치단체 위임은, 지자체가 주체가 된다는 장점은 있겠으나 지자체별 차이가 있고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실제로 2017년,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산림청 보호수 관리 실태를 점검했을 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전국 약 150여 그루의 보호수가 관리부실로 고사했음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2019년 산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보호수 지정대상 확대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 보호수 질병 및 훼손 여부 매년 정기적 점검 ▲보호수 훼손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이전 관리 ▲보호수 지정·해제 및 이전을 위한 심의위원회 설치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보호수가 되기까지

보호수 지정은 대개 마을 이장 등 개인이 지방자치단체 산림과에 제보, 신청하는 데서 시작된다. 실제 사례를 통해 그 과정을 들여다보자.

청성면 장수리 상수리나무는 2009년 옥천 39호 보호수로 지정됐는데, 해당 보호수 역시 장수리 만명마을 당시 이장이던 박상민씨의 신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옛날에 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데에서 나무가 자라났다고 전해진다"는 전설을 전하며 "마을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던 나무로, 역사와 의미가 있기에 마을에서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이 활발하던 때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보호수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부서에서 기본적인 수목 상태를 확인한다. 지정 대상 나무의 종류, 나이, 높이, 가슴높이지름, 수관폭 등을 고려해 보호수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산림청이 관리소나 지자체에 배포하는 '보호수 지정 및 관리 지침'의 보호수의 선정기준(규격)'을 기준으로 한다. 산림보호법 13조가 개정된 이후로 나무와 관련된 역사적, 학술적 가치도 보호수 지정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수 지정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나무의 기본 정보와 함께 보호수 지정고시가 군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공고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보호수로 최종 지정된다. 

절차를 거쳐 보호수로 지정이 되면, 각 지자체 혹은 지방산림청이 국가 예산을 부여받아 관리한다. 충청북도에서는 올해 8월 기준, 1223본의 보호수가 '보호수 정비사업' 예산 3억1200만 원(도비 30%, 시군비 70%)으로 관리되고 있다.

옥천군 산림녹지과 산림보호팀 김선병 주무관은 이는 "한 나무당 400만 원 지원받는 규모"라고 말한다. 토지소유권 문제에 따라 중부지방산림청이 관리하는 보호수 2본은 각각 보은·충주국유림관리소에서 상시관리하며 필요한 경우 예산을 요청하고 있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1년에 정기적으로 지정된 보호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보호수 정비사업 예산으로 나무의사의 치료를 받는다. 해당 수목 앞에는 보호수임을 표시하는 안내판이 설치되고 주민의 생명, 신체를 위협하는 불가피한 상황 외에 보호수의 훼손 금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용·공공용 시설 외에 보호수의 수관폭에 해당하는 구역의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이를 위반하고 보호수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보호수를 절취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보호수 일부 또는 전부에 손해를 입히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평생 보호수인 건 아니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 도천마을 느티나무의 현재 모습 ⓒ 월간 옥이네
 
이는 어디까지나 보호수에 한정된 조치다. 보호수로 지정되지 못한 노거수는 이러한 보호에서 제외된다. 또한 한번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가 평생 보호수인 것은 아니다. 천재지변이나 화재 등으로 보호수가 소실되거나 손상되면, 보호수는 지정해제된다. 

실제 옥천 30호 보호수였던 군서면 오동리 참나무는 2017년 수세 약화로 보호수 지정해제됐다. 마을 입구 정자 앞에 자라난 당산나무이자 정자목이었다. 오동1리 공영환 이장은 "나무가 점점 고사하면서 가지가 부러져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땅에 물이 고인 것이 고사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면서 "아깝지만 주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기에 군청에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고 베어낼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극은 돌이킬 수 없기에 보호수에 대한 철저하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지정해제 역시 일정 절차를 거쳐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시된다. 

산림보호법 13조에 근거한 보호수 보존·관리 업무는 모든 지자체 공통이지만, 세밀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충북 내에서도 시·군별 차이가 보였다.

충북 11개 시군 중 265본으로 가장 많은 보호수를 관리하는 충주시는 '보호수 관리원'을 따로 두었다. 푸른도시과 임순옥 팀장은 "보호수 숫자가 많아 부서 내 담당자가 나무를 일일이 돌아보기가 어렵다. 보호수 관리원 두 사람이 항시 순찰하며 병해충을 확인해 방제작업을 하고, 가지가 부러지며 생길 수 있는 안전문제를 점검, 주변 예초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 보호수 정비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전국 최초로 수목관리전문가(아보리스트)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본 프로그램은 군에서 산림전문가를 양성하고자 시행,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과정을 마쳤다. 첫 해에는 수강비를 전액 군에서 지원했으나 수강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자 올해부터는 일부 비용을 개인부담하도록 했다.

산림녹지과 산림정책팀 조성식 주무관은 "아보리스트 양성 과정을 거쳐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수강생은 노거수, 보호수를 관리할 자격을 갖게 된다. 지난해 31명, 올해 25명이 수료했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까지 수료생이 보호수 관리에 투입된 사례는 없으나 프로그램이 꾸준히 이어지고 시간이 쌓이면 가능성이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보은군은 지난 2018년 군민 대상 보호수 전래·전설 수기를 공모하기도 했다. 보호수 및 노거수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발굴해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산림녹지과 산림보호팀 김진성 주무관은 "보호수 안내판이 노후화되면서 다시 개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보호수 기본 정보 외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파악해 보여주려 했다. 공모전 결과를 활용해 책자도 만들 계획이 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현재는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러한 지자체별 차이와 한계를 인지하고 지난해 10월, 국민생각함에 '보호수의 체계적 합리적 관리 및 홍보'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설문 결과, 58명의 설문 참여자 중 28명이 '체계화된 관리매뉴얼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보호수 업무가 지방으로 이관돼 '보호수가 일관성없이 관리되는 것'이 문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21명).

보호수 업무 지방 이양에 대해서는 과반 이상(35명)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리상 문제해결방안으로는 '보호수 체계적 관리를 위한 통합관리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30명).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배현주 주무관은 "설문 조사 이후, 산림청의 역할이 더 있어야 함을 재확인했다. 내년부터 지자체에 추가예산을 주어 보호수 안전진단과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에, 통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거수를 지키기 위한 노력

청성면 조천리 도천마을에는 600살 된 느티나무가 있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 2009년 경부고속도로 확장공사 당시 기존 위치에서 마을 안쪽으로 옮겨 심으면서 보호수 지정이 해지된 노거수로, 건재했다면 최고령 보호수가 됐을 테다.

마을 주민의 당산목이자 쉼터였던 나무다. 1997년 고속도로 선형개량공사 때도 2009년 고속도로 확장공사 때도 베어질 위기를 넘기고 오뚝이처럼 살아난 나무이기도 하다. 송암조경 황인준 대표가 "나무를 살려보겠다"며 매입한 이후로 나무는 현재 위치에서 살고 있다. 이식 당시 굵은 가지가 잘려나가 이전의 위용은 아니지만, 마을 주민에게 의미 있는 나무이자 강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나무가 베일 위기에 처했을 당시, '이식이 어렵다면 지역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조형물로 만들 것'을 이야기했던 에코존 윤병규 대표는 "당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무도 생명이기에 살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한다. 그러한 생명체이자 600년된 마을의 역사인 나무를 어쩔 수 없이 베어야 한다면, 지역이 함께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 보호수 모습 ⓒ 월간 옥이네
 
보호수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이와 같은 마을의 오래된 나무를 보호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자체 조례를 제정해 노거수 전수조사 및 보호 정책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 

전라남도 영광군은 지난 2019년 '영광군 보호수 및 노거수 관리 규칙 조례'를 제정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지난해 4본에 이어 올해 38본의 노거수를 추가로 지정했다. 이로써 영광군이 지정한 노거수는 총 42본이 됐다. 산림공원과 정혜진 주무관은 "현재 보호수 지정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하지만 향후 보호수 지정 가능성이 있는 노거수를 발굴하고자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부서 담당자가 직접 마을을 돌아보며 기준에 부합하는 노거수를 선정해 지정했다"면서 "기존 보호수 관련 조례는 있지만, 미래에 보호수로 지정될 수 있는 노거수를 관리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자체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안다. 돌아본 노거수는 대부분 마을 주민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기에 그 중요성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옥천군 역시 관련 조례를 마련한 상태다. 올해 곽봉호, 이용수 의원 공동발의로 '옥천군 노거수 지정 및 보호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보호수뿐만 아니라 노거수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 이전부터 보호수가 아닌 노거수에 대한 관리·지원의 필요성이 주민 사이에 제기돼 왔던 터라 이같은 조례 제정에 기대가 모아진다.

산림녹지과 산림보호팀 김선병 주무관은 향후 계획에 대해 "노거수 전수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관리가 필요한 노거수가 있다면 예산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간옥이네 통권 52호(2021년 10월호)
글·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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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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