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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동네목수 박영민 대표·김은희 회원
 지리산동네목수 박영민 대표·김은희 회원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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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사시는 어르신들의 삶엔 순간순간 아쉬움이 들이닥칠 때가 많다. 전깃불이 나가거나 출입문이 삐거덕거리거나 씽크대에 물이 새거나. 그때마다 사람을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직접 고칠 수도 없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저 살아가야 한다.

경남 함양 지리산동네목수 박영민(47)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 대해 "소외되고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산동네목수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리산동네목수는 산림청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이다. 그루경영체란 주민공동체가 모여 산림자원을 활용해 소득을 증대시키고 산림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추후에는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가는 경영체다.

귀농하기 전 인테리어업을 했던 박영민 대표는 개인 공방에서 목공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가르쳐 주었다. "만들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사실 목공은 개인취미로 시작하지만 이후에는 진짜 필요한 걸 만드는 생활목공에 가까워지죠."

박영민 대표가 주축이 되어 201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리산동네목수는 처음엔 나를 위해, 혼자 하던 것을 그루경영체 활동을 하면서 우리 주변에 눈을 돌리게 됐다. 주위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리산동네목수가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모여 시작한 사업이 어르신발받침 지원사업이다.

'사뿐히 즈려밟고' 어르신발받침 지원사업은 지리산동네목수 김은희(58) 회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생활지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희씨는 자연스레 어르신들 집을 방문할 기회가 많다.

그때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문턱이나 마루가 높아 한 번에 올라가지 못하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드나드는 모습을 봐 왔다.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발받침대를 만들어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김은희씨는 회원들에게 의논하였고 모두 흔쾌히 동참해 준 것이다.

샘플을 만들어 어르신께 전해드리니 반응도 여러 가지.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어찌 내 맘을 알고 만들었냐" "정말 공짜가 맞느냐"는 어르신부터 발받침을 책상으로, 밥솥 선반으로, 찻상으로 쓰는 어르신도 있다 했다.

한 달에 한 번 회원들이 모여 발받침대를 만들었다. 올해 총 62개를 제작해 어르신들에게 선물했다. 갑자기 오른 나무가격 때문에 디자인을 변경하고 회원들이 자비를 털어 만들어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회원들이 발받침사업에 열정을 보인 것은 온전히 어르신들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이런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내가 필요해서 요청한 게 아니라 내 불편함을 누군가가 미리 알아서 해결해 준 것, 내 마음을 알아준 것에 감사해 하셨어요." (박영민 대표)

김은희씨는 드릴이나 공구를 써본 적이 없다. 써볼 생각도 아예 해보지 않았다. 지리산동네목수로 활동하면서 무섭지만 배웠고 배우고 나니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생활지원사가 관리하는 어르신들만 발받침대를 드린다 해도 개수가 엄청나요. 어르신들이 써 보면 편리함을 아실 텐데 많은 분들에게 지원해 드리지 못해 안타까워요. 이 사업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백전초등학교 마을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영민 대표는 말한다.

"목공이 여성, 어린이가 할 수 없는 작업은 아닙니다. 관심있고 배우고 싶어 하는 분이 많은데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거죠. 기계를 다루지만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면 만드는 건 쉬워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별거 아니다, 할 수 있다고 얘기하며 가르치죠."

지리산동네목수가 앞으로 마을마다 동네목수를 배출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시킬 일들은 무궁무진 해 보인다. 목공체험지도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빈집수리, 작은집 짓기 등 수익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 어르신발받침지원사업이 도약의 발판이 됐다.

나를 위해 만들던 것이 타인을 위해 만들 수 있게 된 것, 사회적 목공을 추구하는 지리산동네목수의 선한 영향력이 함양에 점점 퍼지고 있다. 급할 때 부르는 119같은 '동네목수' 한명 쯤 우리동네에 있었으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태그:#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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