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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노태우씨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노태우씨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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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사람 보통 사람 믿어주세요."

27일 노태우씨의 빈소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씨가 생전 공식 석상 연설에서 줄곧 애용해왔던 '보통 사람'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였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은 가능했지만, 이날 기자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장례식장 입구에서 지켜본 결과 이곳을 찾은 일반 시민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오후 2시쯤 20대로 보이는 남성은 유가족과 인사를 나누지도 않고 노씨 영전에 절을 하고 돌아갔고, 오후 3시 50분쯤 파란 모포에 삿갓을 쓰고 종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등장한 시민은 노씨 영전에 인사를 올리고 발길을 돌렸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무게 때문인지 정·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정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전·현직 주요 인사들이 빈소를 방문했고, 재계에선 노씨의 전 사위인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노태우씨 국가장 결정... 5월 단체들 반발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에 조문한 뒤 유족인 노재헌, 노소영씨를 위로하고 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에 조문한 뒤 유족인 노재헌, 노소영씨를 위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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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결정된 노씨의 '국가장'은 논란을 일으켰다. 12·12 군사 반란을 주도한 전력이 있는 데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과 비자금 조성 등 금고 이상 실형 선고로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노씨를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었다. 

5·18민주유공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12·12 군사 반란, 5·18 광주시민 학살, 내란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노태우의 장례 비용이 국고로 부담된다.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장을 치르기로 한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을 때도 국가장으로 치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이나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국가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빈소를 방문한 유영민 비서실장은 "(노씨의) 과가 적지 않지만 공도 있다. 절차에 따라 국무회의를 거쳐 국가장으로 결정했다"라며 "(대통령은) APEC 정상회담이 오후에 이어지고 있고, 내일 아침 G20 출국이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대통령께서 저와 정무수석, 시민사회수석이 대신 가서 말씀을 전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노씨에 이어 전두환씨의 국가장도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송영길 대표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송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 남북 기본합의서, UN 남북 동시 가입, 서울올림픽 개최 등 (노씨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 면을 평가해서 이런 결정이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유죄 확정 판결받은 전두환씨는 지금도 반성하지 않고 광주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런 사람을 국가장으로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씨를 향한 용서의 목소리도 있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는 빈소를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은 병석에 누워 계시면서도 아들 노재헌 변호사를 통해 수차례 사죄를 구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죄 표명을 한 만큼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에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에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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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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