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누리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지난 달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스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리그 1위 결정전에서 단 2안타를 치고도 1-0으로 승리하며 시즌 77번째 승리를 기록했다(공식기록은 76승). 삼성과 승무패가 모두 같아 1위를 가리기 위한 타이브레이크 경기를 치른 kt는 145번째 경기에서 삼성을 잡고 2015년 1군에 참가한 지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kt는 올 시즌 다관왕에 도전했지만 끝내 단 하나의 타이틀도 따지 못하고 정규리그를 마감한 강백호가 6회초 결승 적시타를 때리며 무관의 아쉬움을 날렸다. 마운드에서는 윌리엄 쿠에바스와 박시영,김재윤이 차례로 이어 던지며 삼성 타선을 단 2안타로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통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t는 오는 11월 14일로 예정된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약 2주의 휴식을 갖게 됐다. 

원태인과 쿠에바스가 선사한 눈부신 투수전

144경기를 치러도 1위와 2위의 승차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무승부를 활용해 승률을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고 상대전적을 통해 순위를 가릴 수도 있다. 실제로 2019년 승무패가 모두 같았던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는 상대전적으로 정규리그 우승팀을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부터 리그의 흥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타이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했고 2년 만에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가 타이브레이크 경기를 통해 우승팀을 가리게 됐다.

삼성은 올 시즌 kt를 상대로 2승 평균자책점1.26을 기록 중인 원태인이 선발로 등판했다. 유사시에는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 역시 불펜으로 등판할 수도 있다. 반면에 고영표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등 주력 투수들을 모두 소모한 kt는 10월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을 던진 쿠에바스가 단 이틀만 쉬고 선발 등판했다. 적어도 투수 운용에서는 삼성이 kt보다 훨씬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삼성 선발 원태인은 예상대로 3회까지 삼진 3개를 곁들이며 kt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반면에 이틀 전 108개의 공을 던졌던 쿠에바스는 1회 선두타자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고전이 예상됐지만 이후 8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무려 5개나 잡아내는 역투를 펼치며 원태인과 함께 초반 투수전을 이끌었다. 특히 1회 1사에서 오재일을 삼진으로 잡아낸 후 2루로 달리던 박해민까지 잡아내며 이닝을 끝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이어가던 삼성 선발 원태인은 4회 선두타자 조용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첫 주자를 내보냈다. kt는 득점권 기회를 만들기 위해 황재균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지만 황재균의 번트는 투수정면으로 향하면서 1루주자 조용호가 2루에서 아웃됐다. 원태인은 kt의 간판타자 강백호에게 하이패스트볼을 던져 삼진을 잡아냈고 이어진 백전노장 유한준에게는 투수 땅볼을 유도하며 4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kt는 6회에도 1사 후 심우준의 내야안타와 오선진의 송구실책,조용호의 땅볼,황재균의 볼넷을 묶어 2사1,3루의 기회를 잡았다. 앞선 두 타석에서 각각 2루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던 강백호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3유간을 정확히 뚫는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원태인은 이어진 2사1,2루 위기에서 유한준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108개 던지고 이틀 휴식 후 99개 역투

선취점을 빼앗긴 삼성은 7회부터 베테랑 잠수함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리며 총력전을 이어갔다. 삼성은 7회말 공격에서 구자욱의 볼넷과 제라드 호잉의 포구실책, 호세 피렐라의 볼넷으로 1사1,3루라는 절호의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강민호가 2볼에서 노린 타구가 짧은 내야 플라이로 연결됐고 이원석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동점 및 역전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

삼성도 8회 외국인 투수 몽고메리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최선을 다했다. 쿠에바스의 역투로 리드를 지킨 kt는 8회 셋업맨 박시영과 마무리 김재윤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리며 1사 후 중전안타로 출루했던 김지찬을 잔루로 만들었다. 삼성은 9회 2사 후 세이브왕 오승환까지 마운드에 올렸지만 8회1사 후 올라온 김재윤이 9회에도 구자욱과 오재일,피렐라로 이어지는 삼성의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야구에서 선발투수는 한 경기를 던지면 평균적으로 5일, 짧아도 4일 정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물론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 3선발 로테이션을 가져갈 경우 3일을 쉬고 등판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정상적인 프로리그에서 선발투수가 이틀만 쉬고 다시 선발로 등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야구팬들도 쿠에바스가 경기 초반 2~3회 정도를 책임지고 배제성 등 다른 투수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무려 7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지며 마운드를 지켰다. 8,90년대 고교야구나 KBO리그 초창기 고 최동원 같은 특급 에이스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등판간격과 무리한 투구였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7이닝 동안 1피안타3사사구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2019년부터 3년째 kt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외국인 에이스 쿠에바스가 kt를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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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위 결정전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 강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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