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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잔액이 1800조원을 넘어선 것에 대해 “가계부채를 이대로 방치하면 가계, 기업, 정부 셋 중 하나는 망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잔액이 1800조원을 넘어선 것에 대해 “가계부채를 이대로 방치하면 가계, 기업, 정부 셋 중 하나는 망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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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800조 시대.

국내총생산(GDP)과 가계부채의 규모가 비슷하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 교수(경제학과)는 "우리 국민은 모두 자신이 버는 연봉만큼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며 "가계부채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가계·기업·정부 셋 중 하나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도 가계대출 억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개인의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10·26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기존 대출을 포함해 은행권에서 2억원 이상 돈을 빌리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런데 10·26 대책의 적용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이나 빨라졌다. 규제 대상 기준을 '1억원 초과 대출'로 확대하는 시점도 내년 7월로 기존 계획보다 1년 당겼다.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지금 국내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 하나를 꼽으라면 1위가 가계부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개인들이 버는 대로 은행 대출 이자를 갚게 되면 소비는 침체될 수밖에 없고 경기 회복도 더뎌진다"며 "장기적으로는 가계에서 채무불이행이 생기면 은행이 흔들리고 국가 경제는 위태로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불황 또한 주택담보대출의 위기에서 출발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 대책이 가계부채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0·26 대책이 부동산 급등에 영향을 줬던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택 수요가 줄고 대출 자체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부동산 실수요와 투기 수요 중 후자는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자산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폭락설'에는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수요가 몰리는 서울의 경우 집값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위기를 맞기엔 실수요자가 너무 많다"라며 "솔직히 말하면 서울 집값은 안 떨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김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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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800조, 급해진 정부

- 정부가 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내용을 쉽게 설명한다면?

"이번 대책은 1단계보다 규제가 단순해졌다. 단순해졌다는 건 특정 지역, 상황만 규제하는 게 아니라 포괄적 규제를 하게 됐다는 의미다. 규제가 더 강력해진 셈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됐던 1단계 대책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특정 지역에서 시가 6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 넘는 대출자들에게 은행권 40%·비은행권 60%의 DSR 한도를 적용했다. 그런데 2단계가 적용되는 내년부턴 예외가 없다. 2억원만 초과하면 은행권에서 40% 규제를 적용받는다. 내년 7월부턴 1억원을 초과하면 DSR 심사를 받게 된다."

- 더 눈여겨 볼 점은 규제 적용 시점이다. 10·26 대책은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졌다. 규제 대상을 1억원 초과 대출로 대폭 확대하는 시점도 내년 7월로 1년 앞당겼는데. 

"원래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2년에 걸쳐 1~3단계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1단계를 시행해도 전혀 효과가 없다 보니 정부로선 시간표를 변경하게 된 셈이다."

- 1단계 DSR 규제의 효과가 없었다는 것인가?

"맞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졌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가계 대출도 비례해 늘고 있다. 실제로 2020~2021년 1년 사이 주택 가격 증가율과 가계 대출 증가율이 비슷하다. 사람들이 자기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이 그만큼 강렬하다고 볼 수 있다. DSR 1단계 규제 정도론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고 싶다는 열망을 잠재울 수 없었다. 저소득층은 월세에 살다가 전세에서 살고 싶을 것이다. 고소득층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미 집이 있더라도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욕망이 늘 있다. 그렇게 집을 마련하려니 집값이 올라 돈을 더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 예를 하나를 들어보자. 다른 대출이 없는 연 소득 4000만원의 직장인이 내년 1월 이후 서울에 있는 10억원의 아파트를 사려 한다면, 주택담보대출(만기 30년, 금리 3.5%,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가능 금액은 얼마일까?

"먼저 DSR에 대한 개념부터 이해하고 넘어가자. DSR이란 연 소득 대비 모든 금융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다. 만약 연봉 4000만원인 사람이 돈을 빌리려면, 한 해 동안 그가 받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16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쉽게 말해, 1600만원을 원리금으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원금만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예로 든 사례로 계산을 해보면 30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을 한다면 3억8000만원 수준이다.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엔 4억6000만원 정도 될 것이다."

- 대부분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을 택하지 않나?

"'꼼수'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은행 직원에게 조르면 된다. 정부 규제의 허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금분할상환 대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20%만 원리금 균등 상환이다. 정부가 여기까지는 규제하지 않았다. 강력하게 원리금 균등 분할 방식으로 돈을 갚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다."

"현재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은 가계부채"

- 정부가 DSR 규제에 속도를 내는 건 그만큼 국내 가계부채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말로도 읽힌다.

"실제로 심각하다. 국내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 하나를 꼽으라면 1위가 가계부채일 것이다. 2위는 인플레이션이다."

-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면 어떤 부작용들이 생겨날까?

"먼저 단기적으론 경기 회복이 힘들다. 경기 회복은 GDP와 따로 생각할 수 없는데, GDP 중 소비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가 회복되어야 경기도 살아나는 셈이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쌓여 은행에 지급해야 할 이자가 많아지면 버는 대로 이자를 갚게 돼 소비가 위축된다. 물가가 오르면서 이자까지 더 오르면 경기 회복도 지연된다. 장기적으로는 빚을 진 개인이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못 갚으면 은행도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시중은행 한두 곳이 망하면 연쇄 도산 가능성도 크다. 서로간 자금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경제 전반이 위태로워진다. 일본이 겪었던 장기 불황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먼저 1980~1990년대 일본 내 부동산이 폭락했다. 대부분은 이미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10억원의 집을 담보로 5억원을 빌리는 식이다. 그런데 10억원짜리 집이 갑자기 5억원이 됐다. 일본 사람들 입장에선, 차라리 집을 포기하고 이자를 내지 않는 편이 이득이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시스템이 부실해졌고 일본 경기는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 우리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가계부채 관리를 해야 한다."

- '가계부채 1800조 시대'라는 말은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문구다. 하지만 1800조라는 수치가 너무 커 잘 와닿지는 않는다. 

"1800조는 우리나라 GDP랑 비슷하다. 부채가 GDP의 100%에 해당한단 이야기다. GDP는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을 합친 수치다. 개인별로 따져보면 본인 연봉만큼 부채가 쌓인 셈이다. 가구당으론 80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살펴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주요국 평균 55% 수준이고 중국도 60% 정도에 불과하다." 

- 어쩌다 이렇게 많은 가계부채가 쌓이게 됐나?
  
"201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한두 해에 걸친 문제가 아니다. 강남권 30평대 아파트가 2004년에는 3억원이었는데 지금은 20억원이다. 집값이 오르다보니 집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했다. 시중은행들의 구조적 변화도 한몫했다. 은행은 대출로 돈을 번다. 과거엔 은행들이 기업에 주로 돈을 빌려줬지만 현재는 개인을 상대로 한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고 있고 실제 시중은행 대다수가 주택담보대출로 수익을 내고 있다." 

- 가계 부채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카드 사태 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정부는 소비를 늘리려고 카드사들의 쉬운 카드 발급을 용인해줬다. 고등학생들도 사인만 하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채무불이행이 생기면서 당시 카드 사태가 터졌다. 신용불량자만 360만명이 나왔다. 연달아 카드사도 망했다. 당시 카드사의 부실 채권도 89조원이었다."

- 당시 정부는 어떻게 대처했나?

"노무현 정부가 시장 원리에 따라 구제해줬다. 개인에겐 미래 소득이 생기면 갚으라고 했고 LG카드는 다른 회사가 인수하게 했다. 가계부채가 터지면 정부나 기업, 가계 등 세 주체 중 누구 하나는 꼭 망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셋이 폭탄 돌리기를 하다 최소 하나는 망한다. 당시엔 정부 빼고 다 망한 상황이었고 그야말로 외환위기가 한 번 더 올 뻔했다. 그런데 때마침 중국이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점이라 수출이 늘어난 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 이번엔 성공할까
 
김세환 교수는 ”서울에 집을 사고 싶다는 마음은 국민 모두 같을 것이다”며 "수요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서울 집값은 죽어도 안 떨어질 것이다. 실수요자라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세환 교수는 ”서울에 집을 사고 싶다는 마음은 국민 모두 같을 것이다”며 "수요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서울 집값은 죽어도 안 떨어질 것이다. 실수요자라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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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건 10·26 대책이 실제로 민간 대출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여부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주택 수요가 줄고, 대출 자체도 감소할 것이다. 최소한 대출의 증가율은 줄 것으로 본다. 그동안 부동산이 급등한 이유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유동성을 꼽았다. 대출이 그만큼 쉬웠다는 것이다. 거기다 이자까지 낮으니 주택을 사는 게 마치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간단했다. 그런데 이번 2단계 규제는 유동성 공급을 분명히 약화시킬 것이다. 부동산 상승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빠지는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이야기한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 4~5%대 관리도 가능할 듯하다. 포괄적으로, 예외 없이 규제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건 꽤 강력하다."

- 벌써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잠정 2688건으로 지난 8월 대비 36% 가량 줄었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 2282건 이후 2년6개월 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벌써 10·26 대책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정부의 DSR 규제만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일부 영향은 미쳤다고 본다. 사람들이 집을 사는 데는 보통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투자와 거주다. 돈을 벌 목적인 사람과 살 집을 찾는 사람으로 나뉘는 셈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두 가지 목적이 섞여 있다. 이를 갈라내긴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을 투자 목적으로만 접근했던 사람들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연장선상에서 가계대출을 막으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계대출을 잡으면서 실수요자도 보호하겠다는 건 '공무원스러운' 말이다. 현실적으로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대출을 해주는 은행직원은 투자자인지 실수요자인지를 알 수 있다. 서류만 보면 다 안다. 대출 신청자가 집을 몇 채 보유하고 있는지, 통장 내역이 어떤지 등 은행 직원은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은행은 사기업이다. 대출로 돈을 번다. 은행 직원도 대출을 많이 해야 승진을 하고 보너스도 받는다. 그런데 정부는 대출을 해주지 말라고 한다. 여기서 이해가 충돌한다."

- 해결법이 있을까? 

"은행 대출 담당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도입해, 부동산 투기 세력의 대출을 막을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있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뿐 아니라 미국 또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서두르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위기를 맞기엔 실수요자가 너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 지역은 집값은 안 떨어질 것 같다. 나는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2004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도 부동산은 폭락할 것이라고 했다. 고령자들이 은퇴해 근교에 살게 되면, 서울에 있는 큰 아파트들이 비게 되는데 청년 세대들이 그 아파트들을 사지 않을 거라는 논리였다. 현실은 달랐다. 사람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서울 시내 아파트는 전국적인 수요가 있다. 동물적인 수요다. 돈 벌면 다 서울이나 강남 가서 살고 싶어하지 않나. 그 수요층이 너무 탄탄하다."

태그:#10·26 대책, #부동산대책, #부동산, #집값,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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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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