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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문제아로만 바라보면 그 아이는 끊임없이 문제아로만 남게 돼요. 반대로 어떤 아이도 성장하는 과정으로 지켜보면 나와 아이가 똑같아집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다 같은 사람이거든요."

강원 원주가정형Wee센터(이하 원주Wee센터) 신세균(53) 센터장의 말이다. 가정과 학교폭력에 지친 아이, 부모의 이혼과 방임으로 상처 입은 청소년을 돌보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란 것.

판부면에서 Wee센터를 운영하며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그의 헌신 덕분에 원주Wee센터는 지난해와 올해 전국 Wee프로젝트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과 대상을 받았다. 

원래 직업은 대학교 교직원이다. 1995년 상지영서대에 입사해 학교 행정 업무를 봐왔던 것. 입사 10년째 되던 해 '과연 이 일이 내가 원하던 것이었을까'란 회의가 들어 사표를 던졌다. 대신 학창 시절 꿈꾸던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대학원에서 학업에 매진했다. 

그러고 나서 처음 교편을 잡은 곳이 원주의 A대안학교. 그간 못 이룬 꿈을 이곳에서 펼쳐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완전히 딴 판이었다. 한 반에 열다섯 명이 있는 교실에서 조회에 참석한 학생은 단 세 명. 툭하면 싸우고 가출도 밥 먹듯 하는 아이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신세균씨는 "A학교는 가출, 폭력, 임신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을 마지막으로 받아주던 곳이었다"라며 "부임한 지 1년 만에 사표를 던질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란 생각에 방학 동안 간신히 마음을 추슬렀다. 대신 그 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이후 학생들과 한센병 환자촌에서 병동 봉사를 진행하고, 원주에서 강릉까지 도보 왕복도 추진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용했다. 이러한 노력을 EBS에서 청소년 교육 활동 우수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1년 만에 그만둘 줄 알았던 학교에서 4년간 아이들과 그렇게 동고동락했다. 신씨는 "처음부터 엄청 센 아이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며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 같다"고 말했다.

이후 부론 한알학교에서 4년, 중·고등대안학교인 길배움터에서 4년간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 그 12년의 세월이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길터여행협동조합이 원주가정형Wee센터에 지정되면서 지금까지 위기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신씨는 "가정형 Wee센터는 학대, 방임, 폭력 등 학교나 가정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1년 동안 보호하는 곳"이라며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생활하면서 다시 학교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Wee센터를 운영하며 가장 힘든 점은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다. 센터에서 잘 지내다가도 부모로부터 싫은 소리 하나 들으면 아이들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다고. 꽃다운 나이에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신씨를 비롯한 원주Wee센터 교사들은 아이들이 힘들 때마다 말없이 기댈 수 있는 등이 되어주고 있다. 그는 "반평생 살아온 저보다도 우리 아이들 인생이 더 구구절절할 때가 많다"며 "부모나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한 번도 존중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고 있다. 매년 12월 '길 틔움식'을 열어 ▲아이들이 Wee센터로 오기까지 삶의 이야기 ▲부모나 학교에서 버림받았던 이야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10대 사건 등을 스스로 풀어내도록 독려하는 것. 학부모들에게도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픈 이야기' 등 속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신씨는 "Wee센터 교사들 또한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며 겪은 일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며 "이를 통해 학생과 부모,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품을 떠난 학생들이 "선생님 저 입대하는데 술 한잔하시죠", "저 좋은 곳에 취직했는데 저녁 대접해드리겠습니다"라고 안부를 전해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원주가정형Wee센터는 어느덧 설립 5년 차로 접어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에너지를 얻어, 학교나 가정으로 무사히 복귀하도록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면이 많고 개선해야 할 점도 넘친다고 했다. 

신씨는 "Wee센터가 안정궤도에 진입해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나길 희망한다"며 "이곳에서 소임을 다하면 시골에서 돌봄 활동을 펼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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