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공동 1위(76승9무59패)로 끝난 정규리그 성적이 말해주듯 고른 투타균형을 자랑하는 강 팀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kt 위즈에게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 패배를 설욕하려 했던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산 베어스에게 힘 없이 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탈락했다. 1차전에서 7이닝3실점을 기록한 데이비드 뷰캐넌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투수들이 무너졌을 정도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두산이 KBO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면서 한국시리즈 매치업은 1군 진입 7년 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t와 두산의 맞대결로 성사됐다. 공교롭게도 kt가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고생한 7년의 세월 동안 두산은 한 번도 빠짐 없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한국시리즈 무대가 낯선 초보구단과 한국시리즈가 '연례행사'였던 단골의 맞대결인 셈이다.

하지만 순위가 낮은 팀이 높은 팀에게 도전하는 '계단식 포스트시즌'을 도입하고 있는 KBO리그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매우 높다. kt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신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삼성을 차례로 꺾은 두산의 상승세 역시 통산 7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과연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활짝 웃을 팀은 어디일까.

[kt] KS 낯선 마법사들은 곰을 조련할 수 있을까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kt 위즈

kt 위즈 ⓒ kt 위즈 홈페이지


2013년 창단해 2014년 퓨처스리그를 거쳐 2015년 1군 무대에 진입한 '막내구단' kt는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가까스로 꼴찌를 탈출한 2018년에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는 단 두 경기였다. 몇몇 야구팬들은 한국위원회에서 KBO리그에 급하게 10개 구단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프로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 낮은 팀을 10번째 구단으로 승인한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많은 비판 속에서도 꾸준히 내실을 다지며 전력을 보강했고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 첫 5할 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리고 kt는 올 시즌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라는 최고의 선수가 빠져 나가고 신인왕 소형준이 2년 차 징크스(7승7패 평균자책점4.16)에 시달렸음에도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kt의 최대 장점은 역시 팀 평균자책점 2위(3.67)에 빛나는 강한 마운드에 있다. 특히 외국인 원투펀치 오드리사머 데스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그리고 국가대표 잠수함 고영표가 이끄는 선발 트로이카는 3인 로테이션조차 꾸리기 버거운 두산을 압도한다. 마무리 김재윤을 필두로 주권,박시영,이대은이 버티는 불펜진 역시 두산에게 전혀 밀릴 게 없다. 다만 믿음직한 좌완 투수 없이 우완 일색인 점은 kt 마운드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힌다.

kt 타선은 두산만큼의 폭발력은 없지만 정규리그 타율 .347 179안타16홈런102타점에 빛나는 강백호를 중심으로 유한준과 제라드 호잉,배정대,심우준 등이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한다. 하위타선의 박경수와 장성우 역시 언제든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 다만 10월에만 타율 .221 무홈런9타점으로 침묵한 황재균의 부진이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면 공격의 흐름이 깨질 수도 있다.

두산에서 투수코치와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이강철 감독은 작년 두산과의 첫 가을야구 맞대결에서 1승3패로 패하며 감독으로서의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쓴 맛을 경험한 바 있다. 올해는 정규리그 우승팀의 자격으로 가을야구에서 7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지친 두산을 상대한다. 과연 이강철 감독과 kt 선수들은 두산을 상대로 작년의 패배를 설욕하며 청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두산] 7년 연속 KS행? 2등은 서글플 뿐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투수 홍건희(오른쪽)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두산 ⓒ 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두산의 순위는 6위 SSG랜더스에게도 3경기나 뒤진 7위였다. 당시엔 5위권 추격보다는 2경기 차이로 바짝 좁혀오고 있는 8위 롯데 자이언츠의 추격을 떨쳐내는 게 더 급해 보였다. 하지만 9월부터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두산은 SSG와 NC, 키움을 차례로 제치며 최종 4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중위권 경쟁의 최종승자가 됐다.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많은 야구팬들이 두산의 저력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두산이 써내려 간 '가을의 전설'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고전 끝에 키움을 1승1패로 꺾은 두산은 '잠실라이벌'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승1패 후 3차전 10-3 대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사실상 정규리그 공동 1위나 마찬가지였던 삼성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면서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두산은 와일카드 2차전(16-8)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10-3), 플레이오프 2차전(11-3) 등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마다 언제나 타선이 폭발하며 여유 있는 대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 MVP 호세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정수빈,김재환,박세혁,강승호 등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타격이 폭발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가을 두산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다. 두산은 지난 2001년에도 무시무시한 '타격의 힘'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가운데 김태형 감독의 번뜩이는 불펜 운용이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특히 이번 가을야구에서 11이닝3실점(평균자책점 2.45)으로 3승1홀드를 챙기고 있는 이영하와 7.2이닝3실점(평균자책점3.52)으로 1승1홀드를 기록한 홍건희로 구성된 불펜 원투펀치는 2021년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견인했다. 여기에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도 합류할 예정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0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후 "항상 끝까지 가서 1등을 해야 좋은 것이다. 2등하면 서글픈 것"이라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KBO리그 역사에서 정규리그 4위 팀이 정규리그 우승팀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연일 새 기록을 세우고 있는 두산이라면 역대 최초의 정규리그 4위 우승팀이 된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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