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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13일), 매번 주말마다 일이 있어 바쁘다. 어제는 한길문고에서 시화전을 여는 날이었다. 시 필사 모임인 <민들레 씨앗> 봉사단의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한 사람 몫으로 시화 엽서 10 작품씩,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부탁을 받고 무슨 그림을 그리고 어떤 시인의 시를 쓸까, 고심을 하며 시집들을 뒤적이며 찾아보았다. 

어쩌면, 무엇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들은 진통을 겪어 내는 일이다. 작을 일이라도 마음을 다 하는 시간은 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일이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결과도 없을뿐더러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재능을 알아 내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린 시화엽서
▲ 다른 회원들의 시화 엽서 많은 사람들이 그린 시화엽서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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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그린 시화 엽서

나는 꽃 그림을 배운 적은 없다. 일 년 가까이 시니어에 다니면서 작은 꽃그림을 혼자 그렸는데, 조금씩 성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내가 힘들다고 머뭇거리고 도전하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할 기쁨이다. 사람은 땀 흘리고 노력하면 반드시 그 결과는 선물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

그림 수준이 전문가를 따라 갈 수는 없지만 정성을 다 해서 그렸다. 작은 그림엽서 하나를 그리는 데 한나절이 걸린다. 내가 단장인 모니카 선생님에게 "아니 그림엽서 한 장 그리는데 이 토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정말 가성비 떨어지는 가격으로 엽서를 판매해야 해야 하나요?"라고 농담을 던지니 "그럼, 선생님 작품 2천 원에 팔까요?" 하고 물어 온다. "아니, 그건 아니고요." 
 
여러 장의 시화 엽서 그림
▲ 시화 엽서 여러 장의 시화 엽서 그림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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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시화 엽서

처음에 엽서 한 장에 천 원에 판매한다는 말들 듣고 한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았다. 엽서는 이천 원에 판다고 했다. 어제 봉사자들이 건넨 작품이 175점이라고 들었다. 참 사람의 힘은 대단하다. 좋은 일에 기부할 거란 말에 많은 사람이 동참을 한 결과다. 

이 나이에 누군가에게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이 퍽 다행이고 감사했다. 엽서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일련의 작업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나 마음을 돌려 생각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해 주는 일을 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니 마음이 기쁘다. 기쁨이란 나 스스로 찾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서로 연결돼 살고 있다. 나 개인은 혼자인 듯 하지만 가족과 지역과 나라와 더 나아가서는 지구의 한 일원으로서 나인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이 지구별의 한 점으로 잘 살아가야 하는지 매번 고민해 본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나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 본다. 세상을 살날이 많지 않은 내 나이, 이제는 돈이아닌 다른 일에 의미를 두고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유기체로 하나의 원을 만들고 살아간다고 믿는다. 내일은 내가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도 모르고 사는 우리,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희열과 함께 감동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은혜가 있기에 아무 일 없이 이 세상을 살고 있다.

차 생활을 하면서 행사를 많이 했다. 행사장 오시는 손님에게는 차 한잔이라도 따뜻이 대접을 해야 한다. 주선하는 선생님은 부탁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차 나눔을 하는 것도 작은 봉사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라도 따뜻한 차 한잔 대접할 수 있어 그것 또한 감사하다. 사람은 작은 나눔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서로의 소통하는 시간이다.

나는 차방에 들어가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기고 남편에게 도움을 청한다. 남편은 언제나 나에게 가장 가까운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행사장에 가져가야 할 물건이 무거우니 함께 차로 이동을 한다. 이제는 찻자리 만드는 것은 내 전문적인 일이라서  금세 휘리릭 찻자리를 만들고 따뜻한 '보이차'를 우려 한잔 식 나눔을 하니 마음도 몸도 금방 따뜻해진다.

전시해 놓은 시화 엽서는 정말 온 정성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그 한 장 한 장을 바라보며 시와 그림을 그렸을 분들의 마음도 헤아려 본다. 우리의 작은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 멀리멀리 사랑의 씨앗으로 뿌리내리기를 소망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해 주어 엽서는 행사 시작 2시간 만에 품절이 되고 말았다. 

박모니카 선생님은 자신이 살아가는 화두에 대해 '다 함께 행복하기'라고 말한다. 군산에서 10년 간 봉사활동가로 살았다니 놀라운 일이다. 한 사람의 생각이 강물에 파문을 이르키듯 군산이란 작은 소도시 시민 들과 같이 행복하기를 다 함께 소망해 본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내 주변엔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사랑과 행복을 전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도 내일도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행복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그 말이 메아리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는 믿는다. 그렇게 되기를... 사람은 누구나 마음안에 따뜻한 불씨 하나를 켜두고 산다. 그 불씨를 꺼트리지 말고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태그:#동절기 연탄 나눔,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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