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조규성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조규성 조규성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때로는 플랜 B가 새로운 대안이 되기도 한다. 대체자 역할로만 여겨진 조규성, 권경원, 정우영이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2진급 자원들의 활약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지난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UAE전 1-0 승리를 포함, 이번 11월 A매치 2연전에서 승점 6을 획득하며,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돈 한국은 4승 2무(승점 14)를 기록, 3위 UAE(승점 6)와의 격차를 8점으로 벌리며 사실상 본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조규성, 황의조 없는 공격진에 활력 불어넣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적으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4경기에서 4골에 그치며 득점력 빈곤으로 시달렸던 것에 반해 이번 UAE-이라크전에서는 총 4골을 터뜨렸다.
 
간결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패스 전개, 창의성 높은 공간 창출,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로 90분 내내 지배하는 경기를 펼쳐보였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빌드업을 무력화시켰으며, 공격 상황에서 소유권을 내주더라도 빠른 재압박과 탈취에 이은 공격 전환을 통해 기회를 생산했다. UAE전에서 세 차례 골대 불운으로 한 골 차 승리에 그친 아쉬움을 이라크전 대승으로 상쇄한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이번 2연전을 앞두고 가장 화두로 떠오른 것은 황의조, 김영권의 부상 공백이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최다 득점자인 황의조(13골)가 빠지면서 전문 스트라이커에 대한 고민을 키웠다. 또, 포백 라인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김영권의 결장도 뼈아팠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최전방과 최후방에 각각 조규성, 권경원을 선발로 낙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조규성은 비록 무득점에 머물렀지만 많은 활동량으로 2선 공격진들과 조화를 이뤘다. 조규성이 좀 더 내려오면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황인범 등이 빠르게 침투하며 슈팅으로 이어나갔다. 황의조에 대한 그리움을 희석시킬 만한 활약상이었다.
 
실제로 황의조는 지난 9, 10월 최종예선에서 무거운 몸놀림으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바 있다. 라인을 한껏 내린 수비진을 상대로 황의조의 존재감은 미비했다. 한편으로는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중앙으로 좁히면서 슈팅을 시도하는 스타일이 손흥민과 중복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두 선수가 동시에 득점한 경기가 벤투호 출범 이후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반면 큰 키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조규성은 상대 수비를 끌어내거나 등지고 버티면서 공간을 만드는 데 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라크전에서는 수비수와의 경합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손흥민의 A매치 30호골을 도왔다. 세 번째 골 상황에서도 조규성이 박스 안으로 이동하며 상대 수비수의 시선을 끌었고, 그 사이 정우영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정우영-한국 대표팀 정우영(22번)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에서 득점 이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정우영-한국 대표팀 정우영(22번)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에서 득점 이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권경원-정우영, 새로운 경쟁 구도 만들다
 
전체적으로 공격진에 주목도가 쏠렸던 탓에 수비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권경원의 활약 역시 주목해야 한다. 조용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120% 수행하며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김민재와의 파트너십에서도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김민재가 앞으로 나오면서 상대의 전진 패스를 끊어내는 플레이를 즐겨한다면 권경원은 뒤에서 커버링에 집중했다.
 
수비도 수비지만 왼발을 활용한 전진 패스와 빌드업에서 힘을 보탰다. 권경원의 발을 거쳐 왼쪽 풀백 김진수,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에게 안전하게 공이 전달되면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세밀한 빌드업의 시작점이 됐다.
 
9, 10월 최종예선에서 김영권이 잇따른 실수로 불안감을 노출한 바 있어 No.3 센터백 권경원의 성장은 향후 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1999년생 정우영의 발견도 큰 수확이다. 정우영은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위에 올라 있는 프라이부르크에서 11경기 3골을 기록,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많은 활동량과 전방 압박, 강력한 슈팅력, 최전방뿐만 아니라 좌우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
 
정우영은 지난 3월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6월 월드컵 2차예선, 9월 최종예선에서는 벤투호에 부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0월 최종예선에서 권창훈의 부상으로 정우영이 대체 발탁되면서 서서히 팀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10월 시리아-이란전에서 결장한 정우영은 이번 11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대체 발탁이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벤투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정우영은 이라크전에서 후반 20분 이재성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4-3-3 포메이션의 2선 중앙 미드필더로 포진한 정우영은 쉴새없이 움직이며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34분에는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정확한 슈팅을 시도해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정우영의 급부상으로 현재 벤투호의 2선 공격형 미드필더는 무한 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 이재성, 황인범, 이동경을 비롯해 이번에 선발되지 않은 권창훈, 남태희, 이강인까지 매우 풍성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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