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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겨울에 대한 익숙한 그림으로 '세한도(歲寒圖)'가 회자된다. 조선 말기 추사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 귀양살이할 때 그린 세한도는 "한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라는 의미다.

소한(小寒)이 지나면서 눈 내리고 추운 날씨에 소나무의 푸르름이 더 빛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네 그루의 나무와 집 한 채만을 묘사하고 주변은 텅 빈 여백으로 남긴 채 차가운 겨울의 모습을 표현한 수묵화 '세한도'는 중국 청나라 명사들의 제영(題詠)과 우리나라 정인보, 이시영, 오세창 등에게서 받은 발문까지 덧붙여 길이 10m가 넘는 두루마리의 대작 그림이다.

"열매를 많이 달고 서 있던 까닭에 소나무, 잣나무에 가려 똑같이 푸른빛을 잃지 않았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측백나무. 폭설에 덮인 한겨울을 견디는 모든 것들은 견디며, 깨어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겹게 아름답다"라고 시인 도종환의 세평 등에서도 세한도의 문학적 가치가 빛난다.

추운 계절에 더욱 따스하게 느껴지는 옛정과 역경을 이겨내는 추사의 꿋꿋한 의지를 극도의 절제와 생략으로 그려진 세한도의 사실적 풍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산의 진솔한 모습을 보려고 나선, 눈 내린 겨울 산행은 여느 산 사람들의 낭만이다.

겨울 산을 타는 즐거움과 함께 출가 수행자에게는 동안거(冬安居, 추운 겨울 백일동안 입‧출입을 금하며 수행‧정진하는 불교의 전통 수행방식) 때에 바라보고 만나는 소나무와 향나무, 동백나무의 푸르름은 새로운 생동감을 안겨준다.

산에 사는 소납은 올겨울 백일 동안 충북 단양 방곡사 무문관(無門關, 문이 없는 관문이라는 뜻인데, 자신을 스스로 독방에 가두어 수련하는 곳)에서 동안거를 결행하기에 11월 푸른 소나무의 푸른빛이 더 새롭게 느껴진다.

자신을 일정 기간에 꽁꽁 묶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마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전해오는 수행방식대로 정신과 육체를 집중하고, 직접 체험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뜻밖에도 깨달음이란 경지에 다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고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푸른 소나무로부터 새봄 매화 피는 날까지 그간 오욕에 지친 심신만이라도 다스리거나 치유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점에서 추운 겨울에 무문관의 수행은 일상으로부터 탈출 또는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산소(O2)의 소중함을 잊을 수 있듯이 일상의 행복과 가치를 다른 각도에서, 조금 떨어져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관찰하는 일도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돈각스님
 돈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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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들의 일상은 코로나19 감염병의 범람으로 혼돈됐다. 사회는 물론 개개인의 육체와 정신까지 혼미하게 만든 때 스스로 일상의 변모와 생각의 전환을 가지는 것은 새로운 방법이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변화는 바꾸겠다는 의지가 첫걸음이다.

자신의 결심으로부터 한 생각을 바꾸고, 한 가지라도 바꿀 때면 바로 변화가 일어나기에 그로부터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최종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이때야말로 최적기다. 흔히 "기회는 늘 위기의 얼굴로 나타난다."라고 하듯이 지금의 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 나날이 되었으면 한다.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한 번쯤 스스로 그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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