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차례대로 회장배 믹스더블 컬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북도청 남윤호 - 엄민지 조와 준우승을 차지한 전북도청 송유진 - 김대석 조.

왼쪽부터 차례대로 회장배 믹스더블 컬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북도청 남윤호 - 엄민지 조와 준우승을 차지한 전북도청 송유진 - 김대석 조. ⓒ 박장식

 
'컬링' 스타 송유진이 지난해 전국체전 이후 1년 9개월만의 전국대회 메달을 따냈다. 송유진(전북도청)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개최된 제20회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믹스더블 대회에 출전해 김대석 선수와 은메달을 합작했다.

25일 오전 열린 결승전에서 송유진-김대석 조를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한 팀은 같은 전북도청의 엄민지-남윤호 조. '집안 경쟁' 끝에 6-5로 신승을 거둔 엄민지-남윤호 조는 국내에 둘뿐인 믹스더블 전업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모처럼 전국대회에서 전북 지역 컬링 팀의 우승 소식을 알렸다. 

특히 송유진-김대석 조는 홀로 네 번의 경기를 치른 불리한 대진표를, 엄민지-남윤호 조는 '지옥의 토너먼트'를 뚫어내고 값진 승리를 거둬 의미를 더했다. 엄민지·남윤호 선수는 내년 열릴 동계체전 믹스더블 종목에서도 2연패를 달성한다는 각오다.

험난했던 결승의 길
 
 회장배 믹스더블 전국컬링대회 결승에 진출한 전북도청D 송유진 - 김대석 조.

회장배 믹스더블 전국컬링대회 결승에 진출한 전북도청D 송유진 - 김대석 조. ⓒ 박장식

 
남윤호-엄민지 조에게는 자존심 회복의 기회도 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야심차게 창단한 전북도청 믹스더블 전업팀이었지만, 한국선수권에서 '괴물 듀오' 이기정-김민지에게 잡히면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

남윤호-엄민지 조는 1회전부터 믹스더블 전업팀인 경북체육회 장혜지-전병욱 조를 만나 백중세 끝에 8엔드 엄민지의 마지막 투구 성공으로 승리를 거뒀고, 준결승에서는 아예 믹스더블 국가대표 경력자로만 구성된 경기도연맹 김지윤-최치원 조를 만나 접전 끝에 신승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송유진-김대석 조는 1회전에서부터 '집안 경쟁' 끝에 8강에 올랐다. 같은 전북도청의 신가영-박준하 조를 상대해 8-5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둔 것. 특히 송유진-김대석 조는 7엔드 2득점에 이어 8엔드 두 점을 스틸하는 데 성공하며 막판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8강전에서 인천컬링B(박세빈 - 곽병훈)를 상대로 13-4의 스코어를 거두며 승리한 데 이어, 인천컬링A(임수진 - 강병찬)를 12-3으로 누르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송유진 '펄펄' 날았지만... 엄민지 '노련함' 통했다
 
 회장배 믹스더블 전국컬링대회 결승에 진출한 전북도청A 엄민지 - 남윤호 조.

회장배 믹스더블 전국컬링대회 결승에 진출한 전북도청A 엄민지 - 남윤호 조. ⓒ 박장식

 
25일 오전 10시 치러진 결승전. 초반 한 점씩을 주고받은 엄민지-남윤호 조와 송유진-김대석 조였지만, 3엔드부터 본격적으로 엄민지-남윤호 조가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엄민지-남윤호 조는 3엔드 두 점을 얻어낸 데 이어, 4엔드, 5엔드에 한 점씩 스틸을 성공하며 5-1의 스코어로 송유진-김대석 조를 압박했다.

송유진-김대석 조의 선택은 6엔드 파워플레이였다. 송유진 선수가 하우스 안쪽에서 압박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갔다. 특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상대 스톤을 최대한 쳐내고 안쪽에 스톤을 남기는 전략을 썼다. 결국 파워플레이 끝에 송유진-김대석 조는 두 점을 얻어내며 5-3의 스코어로 추격했다.

그러자 7엔드 엄민지-남윤호 조도 파워플레이를 가동했다. 하지만 막판 기세를 찾은 송유진-김대석 조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김대석 선수는 자신들의 마지막 드로우에서 상대편의 다량득점을 저지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결국 엄민지-남윤호 조는 파워플레이에도 불구하고 한 점만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마지막 엔드인 8엔드에는 송유진-김대석 조가 막판 다량득점을 시도했다. 송유진-김대석 조는 하우스 안쪽에 스톤을 차례로 배치하는 등 어지러운 하우스 상황을 활용해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려 애썼다. 하지만 엄민지 선수가 장고 끝에 마지막 스톤을 쳐내기 어려운 방향에 넣는 데 성공하며 실점을 내주지 않으려 했다.

결국 김대석 선수가 던진 마지막 스톤은 최적의 방향 반대로 들어가야만 했다. 김대석 선수는 버튼 안쪽 자신의 스톤을 쳐내 엄민지-남윤호 조의 스톤을 완전히 빼내려 했지만, 스톤의 힘이 부족한 탓에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두 점을 마지막 엔드 추격하는 데 그쳤다. 최종 스코어 6-5.

이날 전북도청 엄민지-남윤호 조가 우승을 가져가면서 전북 컬링이 우승의 한을 풀었다. 2014년 전국동계체전에서 전북도청 여자팀의 우승, 주니어컬링선수권 여자부 우승 기록 이후 7년간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지 못했던 전북 지역 컬링 팀들이었기에, 이날 우승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제는 동계체전 준비해야죠"
 
 회장배 믹스더블 전국컬링대회 결승에 출전한 송유진 선수가 하우스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회장배 믹스더블 전국컬링대회 결승에 출전한 송유진 선수가 하우스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 박장식

 
경기가 끝난 후 만난 엄민지 선수는 "마지막 엔드에서 간단하게 가려고 했었는데, 작전 미스로 중간에 꼬였다"며 "위기 탓에 부담감이 있었는데, 결국 이겨내고 우승하게 되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1년을 넘게 맞춘 팀이니만큼 팀 케미도 좋다. 엄민지 선수는 "윤호 오빠가 백 점 만점에 백 점이다. 잘 챙겨주고, 배려도 많이 해준다"며 "이번 대회에도 내가 스톤을 던져놓으면 오빠가 좋은 곳에 멈추게 해주니 더욱 편하게 경기를 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송유진 선수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결승은 부담 갖지 않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결승까지 간 것 자체가 최선을 다한 덕분이기에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제 잠깐의 휴식 후 내년 2월로 예정된 동계체전을 준비해야 한다. 

송유진 선수는 "두 달 뒤 동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고 엄민지 선수 역시 "팀원들도 들어왔기 때문에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훈련에 임해 다가오는 동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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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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